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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길 “비리 연루됐다 자살하자 성자되는 나라가 어디있나”

풍월 사선암 2009. 6. 2. 13:08

 

김동길 “비리 연루됐다 자살하자 성자되는 나라가 어디있나” 

“하도 답답하고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한 마디 한다” 또 쓴소리 

  

▲ 김동길 교수 홈페이지. http://www.kimdonggill.com/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기 한달여 전 ‘자살이라도 하라’는 글을 썼다가 곤욕을 치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부정과 비리에 연루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던 전직 대통령이 자살한 그 순간부터 성자가 되는 그런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에 있느냐”며 다시 한번 쓴소리를 가했다.


김 교수 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이게 뭡니까”라는 말이 저절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하도 답답하고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한 마디 한다”며 정부와 노사모, 언론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 교수는 “국민장 기간에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취지에서 죽은 이의 훌륭했던 점과 잘한 일들을 골라서 (단점이나 결함이나 실패는 되도록 덮어주며)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는 일은 참을 만 하다”면서도 “장례가 끝났는데도 계속 봉화마을에는 추모객이 쇄도하고 연화장도 여전히 붐비고,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는 철거하라고 경찰당국이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철거하지 않고 있는 것을 무슨 자랑이나 되는 듯 크게 보도하는 속셈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의 모든 여론이 마치 노사모들의 손을 들어주고 현 정권의 잘못을 부각시키는 듯 보도하는 것이 편파적이 아니냐. 내가 들은 미국의 여론은 그와 정 반대”라며 “부정과 비리에 연루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던 전직 대통령이 자살한 그 순간부터 성자가 되는 그런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에 있겠느냐는 것이었다”면서 “국민을 오도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가 체통을 지키고 계속 살림을 꾸려나가려면 기강을 세워야만 한다”며 “왜 노사모파와 반 노사모파가 TV에서 한 번 붙어 국민 앞에서 누가 옳은지 밝힐 수 있는 기회를 방송사들은 마련하지 않는 것이냐”고도 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노 전 대통령 유가족들에게 ‘가족장’을 권했어야 한다며 “‘국민장’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었다면 아무리 전직 대통령이었다 하여도 자살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국민장으로 하기는 어렵다고 답을 해도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 이유에 대해 “앞서 국민장으로 모신 독립투사·애국자들 중에 피살자는 있었어도 자살자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장례식이 다 무사히 끝나고 나라의 일이 모두 정상을 되찾아야 할 이 때에도, 북이 핵실험을 감행하며 대한민국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이런 때에도 노사모들은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이냐. 수습할 수 없을 만큼 격한 사회적 혼란이냐. 더 나아가 대한민국 자체의 붕괴냐. 입장을 분명히 하고 모래판에서 정정당당하게 한 판 승부를 겨루어 보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고 노사모를 비판했다.


김 교수는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헌화 도중 ‘사죄하라’며 소동을 피운 민주당 백원우 의원에 대해서는 “영결식장에서 대통령 내외가 헌화하려 나가는데 소리 지르며 덤벼들던 양복 입은 자가 어느 당에 소속한 국회의원이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세상에, 저런 인간도 있는가”라고 맹비난 했다.


김 교수는 “무슨 개인적 원한이 있는지는 모르나, 경호원들이 즉각 달려들어 말리지 않았으면 1주일 간격으로 국민장을 또 한 번 치러야 하는 나라가 될 뻔 했다”며 “그런 무례한 자는 마땅히 당에서, 국회에서 추방되고, 사법기관이 중형에 처해야 옳은 것 아니냐. 나라의 꼴이 이게 뭡니까”라고 개탄했다.


앞서 김 교수는 지난 4월15일 홈페이지에 남긴 ‘먹었으면 먹었다고 말을 해야죠’라는 글에서 “그가 5년 동안 저지른 일들은 다음의 정권들이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도덕적인 과오는 바로잡을 길이 없으니 국민에게 사과하는 의미에서 자살을 하거나 아니면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가서 복역하는 수밖에는 없겠다”고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한 바 있다.


프리존뉴스 2009-06-01 엄병길 기자 (bkeom@freezonenews.com)

 


 

정권교체는 아직도 멀었습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16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민장은 가히 “세기의 장례식”이라고 할 만큼 역사에 남을 거창한 장례식이었습니다. 인도의 성자 간디가 암살되어 화장으로 국장이 치르어졌을 때에도 우리나라의 이번 국민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중국의 모택동 주석이나 북의 김일성 주석의 장례식도 2009년 5월 29일의 대한민국 국민장을 능가하지는 못하였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서울에서만 해도 40만~50만의 인파가 애도의 뜻을 품고 서울광장에, 그리고 수원 연화장으로 가는 연도에 운집하였다고 하니 전국적으로는 추모객의 수가 능히 1백만은 넘었을 것으로 믿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실황중계를 시청하다가 꺼버렸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TV 앞에 앉아 오후 시간을 몽땅 보냈습니다. 그리고 정말 놀랐습니다. 노란 모자, 노란 풍선, 서울광장은 완전히 황색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노사모 회원이 전국적으로 몇 명이나 되는지 알 길이 없지만 장례식 준비만은 완벽하였습니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또 하나의 정부”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땅히 존재한다고 우리가 믿고 있는 그 정부보다 훨씬 유능하고 조직적이고 열성적인 또 하나의 정부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국민장이니 만큼 정부의 도움이 있기는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이는 정부의 능력만 가지고는 이렇게 완벽한 장례를 치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역시 보이지 않는 정부의 조직력이 크게 작동한 것이 사실이라 하겠습니다.


방송 3사가 총동원되어 노무현 씨를 하나의 “순교자”로 “희생양”으로 부각시키는 일에 성공하였습니다. 이 장례식이 끝난 뒤에는 그 어느 누구도 노무현 씨를 비판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한마디 하는 사람은 예외가 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내가 보기에 노무현 씨는 “순교자”도 아니고 “희생양”도 아니고 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영화를 다 누렸고, 저승으로 가는 길도 본인이 선택한 것일 뿐, 누구의 강요나 권고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2007년 대선을 통해 여당은 야당이 되고 야당은 여당이 되는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지만,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정부가 보이는 정부보다 훨씬 능력이 있다면, 이명박 후보를 전적으로 지지한 1천만은 낙동강의 오리알이 되는 겁니다. 왜 대통령이 되셔가지고 우리를 모두 이렇게 만드십니까. 속시원한 말이라도 한마디 들려주세요. 답답하여 속이 터질 지경입니다. <김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