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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방상훈 대저택과 봉하마을 사저

풍월 사선암 2009. 5. 31. 00:17

 

<조선일보> 방상훈 대저택과 봉하마을 사저

   요즘 내 생각들 2009/05/27 17:08 정운현

 

부엉이 바위에서 바라본 봉하마을 사저 전경(출처:오마이뉴스)


당신이 떠난 후 연일 언론에 등장하는 '두 곳'이 있습니다.

당신이 몸을 던진 부엉이 바위와 또 하나는 ‘사저’입니다.

저도 지난 2월 부산 출장 갔다가 오는 길에 봉하마을에 들러서 사저를 봤습니다.

사저 뒤로는 산이 있고, 앞에는 김해시로 나가는 도로가 나 있더군요.

시골마을의 집 치고는 큰 편이었지만,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 봉하마을 현지를 방문한 분들은 당신의 사저를 보고서

아마 조금 의아하게 생각한 분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그리고 한나라당에서 그간 뭐라고 했습니까?

아방궁, 노무현 타운, 심지어 노방궁(노무현+아방궁)이라고 떠들어 댔죠?

이것 하나만 봐도 조-동은 나쁜 언론, 한나라당은 나쁜 정당입니다.


<조선일보>는 당신이 퇴임하기 반년 전인 2007년 9월 10일자 사설('노무현 타운')에서 이리 썼습니다.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했을 때 서울에 사는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비교해 신선한 느낌을 받은 국민이 적지 않았는데 지방에서 소탈하게 사는 전직 대통령 모습을 떠올렸던 국민들은 1만평이나 되는 ´노무현 타운´이 등장하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동아일보>는 한 달여 뒤인 2007년 10월 15일자 <이재호 칼럼>(‘盧대통령, 解官을 아시나요’)에서 이렇게 썼더군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타운’도 그렇다. 역대 대통령 사저(私邸) 중 가장 큰 사저가 수백 평이 넘는 터에 세워지고 있다. 다산이 말한 ‘고향으로 가는 낡은 수레와 야윈 말’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언제나 사회적 약자의 편임을 자임해 온 정권에서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봉하마을 사저 주변 배치도

   (출처:동아일보, 07.10.11)

 

이보다 나흘 앞서 <동아일보> 강정훈 기자가 봉하마을 사저 공사현장을 현지취재한 기사(10월 11일자)에 따르면, “3991m² 터에 지어지는 노 대통령의 사저는 지하 1층, 지상 1층의 주택으로 건물 연면적은 933m²다. 청와대가 밝힌 공사비는 9억5000만원”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봉하마을 사저는 강정훈 기자가 쓴 그대로입니다. 당신이 퇴임 후 고향에 돌아가 고향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 고향 옛 집 인근의 대지 3991m²(약 1300평)을 사비로 사서 지상1층, 지하 1층 건물을 지었습니다. 구입 당시 땅값은 평당 15만원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땅값, 공사비를 합쳐 총 12억원이 들었는데, 이 중 6억원은 대출을 받았구요. 강남의 웬만한 아파트 30평만 돼도 10억이 넘는데, 그에 비하면 그리 ‘호화’까지는 아닌 셈이죠.


그런데 이런 당신의 사저가 왜 ‘아방궁’이라고 소문났습니까?

혹 실내를 ‘아방궁’처럼 꾸며 놨나요?

권 여사님, 언제 한번 공개해버리시죠.


지난해 10월 ‘쌀 직불금’ 문제가 터졌을 때의 일입니다.

한나라당이 당신의 사저를 두고 아방궁, 심지어 노방궁이라고도 하더군요.


작년 10월 14일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점검회의에서 "(사저 뒷산을) 웰빙숲 조성은 쌀 직불금 파동에 버금가는 혈세 낭비의 대표적 사례"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집 앞에는 주차할 데도 없다. 노 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서 사는 사람은 없다"(매일경제, 08. 10. 14)고 열을 올렸습니다.


그 다음날은 대변인까지 나섰더군요.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사저와 뒤편 산을 웰빙 숲으로 가꾸는 데 530억 원 가까운 혈세를 써 그야말로 ‘노방궁(노무현 아방궁)’을 만들었다. 서민 생활은 점점 피폐해지는데 그의 주변은 왜 풍요해졌는지 (국감 과정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또 열을 올렸습니다.


정치인들 얘기야 반은 남 헐뜯는 얘기니 그렇다고 쳐도 자칭 ‘1등신문’이라는 신문들까지 나서서 작문을 해서는 안되죠. 특히 ‘서울에 사는 전직 대통령들’과 ‘시골로 내려간 당신’을 맞비교해가면서 ‘청빈하게 살줄 알았더니 그럴 줄 몰랐다’는 식은 말이 안 되는 얘기죠.


요즘 기성언론의 보도가 신뢰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반면, 블로그가 뜨고 있는 데요,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정확한 보도는 물론 할 얘기를 가감 없이 하기 때문입니다. 몇몇 파워블로거들은 이미 신문, 방송사 소속 기자 부럽잖습니다. 그런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중앙일보> 편집부 기자인 노태운 씨입니다. 그는 ‘노태운의 발가는대로’라는 블로그를 운영중입니다.

 

공사중인 봉하마을 사저 전경


이 노태운 기자가 작년 10월 15일자로 자신의 블로그에 ‘상도동 봉하마을 땅값-집값 비교해보니’라는 글을 포스팅했습디다. 노 기자는 도면, 공시지가표 등을 토대로 하여 객관적으로 분석했는데, 이 글엔 이념도 정파도 없습니다. 팩트, 즉 ‘사실’만 있을 뿐입니다. 노 기자의 포스팅 일부를 옮겨 보면,


“1998년 초 소유권보존 등기를 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사저는 2층(지하 1층, 옥탑)으로 연면적은 340.94평방미터(약 103평)입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조 경사지붕 2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는 1층(지하 1층)으로 지어졌는데, 연면적은 803.05평방미터(약 243평, 경호시설은 제외)입니다. 노 전 대통령 사저 넓이가 2배 이상 큽니다.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 사이트에 들어가면 땅의 지목과 면적이 나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상도동 사저의 땅은 면적이 337평방미터(약 102평)으로 대지입니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마을 사저의 땅은 면적이 3991평방미터(약 1209평)으로 지목은 역시 대지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대지가 11.8배나 넓습니다.


하지만 땅값은 반대입니다. 한국토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사저 대지의 올해(2008년) 공시지가는 1평방미터에 215만원입니다. 면적이 337평방미터이니 총 공시지가는 7억2455만원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마을 사저 땅의 올해 공시지가는 1평방미터에 12만9000원입니다. 이 땅의 지난해 공시지가는 1평방미터에 2640원이었습니다. 원래 임야였던 땅이 올해 대지로 바뀌었기 때문에 가치가 49배 뛴 것이죠. 3991평방미터 총 공시지가는 5억1483만9000원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사저 땅은 크기는 노 전 대통령의 10분의 1도 안되지만 가치는 2억원 이상 비싸게 평가되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사저의 올해 1월 1일 현재 공시가격은 6억9900만원입니다. 지난해와 똑같습니다. 올해 신축된 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마을 사저의 올 공시가격은 지난달 말 공시되었습니다. 올해 6월1일 현재 6억500만원입니다.”


노 기자 글, 똑 떨어지죠? 어느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보셨습니까? 그건 그렇고 노 기자의 포스팅을 간단히 요약하면, 봉하마을 사저는 YS의 상도동 집과 비교할 때 대지 넓이는 10배가 넘지만, 땅값이나 집값은 YS집만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거야 ‘서울 상도동’과 ‘김해 봉하마을’을 비교하니 그럴 수밖에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런데 이걸 두고 한나라당이나 조선-동아에서 대규모 호화저택인 것처럼 떠들어댔다니 참으로 놀랠 노짭니다.

서울 흑석동 소재 방상훈<조선일보>사장의 대저택.

위성사진으로 본 방상훈<조선일보>사장 대저택.


옛말에, ‘남의 눈의 티끌은 보여도 제 눈의 들보는 못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꼭 그 짝입니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서울 흑석동에 그야말로 ‘대저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년 국세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집’을 발표하는 데, 방상훈 사장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이어 몇 년째 ‘2등’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아방궁'이라고 할만도 한데, 방씨 집안은 신문 팔아서 어찌 그리 큰돈을 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동아일보 사주의 집은 조사해서 다음 기회에 알려드리겠습니다)


한 자료에 따르면, 방상훈 사장이 소유한 흑석동 대저택은 ‘건평 221평, 대지1539평, 임야 2209평, 전체 3748평’으로, 2007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86억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참고로 봉하마을 사저건축에 사용된 경비는 대지매입비 1억9455만원, 설계비 6500만원, 건축비 9억5000만원 등 총 12억1000만원으로, 모두 노무현 개인재산으로 부담한 것입니다.) 방 사장의 흑석동 대저택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산 속에 있어서 겉보기에는 산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어떤 네티즌은 이를 두고 “산이 아니고 집입니다”라고 확인해주기도 했습니다.


이 사저를 설계한 건축가 정기용 씨가 26일자 <한겨레>에 몇 자 기고를 했더군요. 사저 지을 때 조선, 동아 같은 부류의 신문들이 ‘봉화아방궁이라고 써대길래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하겠다고 했더니 소용없는 일이니 그만두라고 하시더랍니다. 몇 줄 보시죠.


“봉하마을의 사저는 내가 설계했기 때문에 건축가인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런데 항간에서는 봉화아방궁이라는 말로 날조해서 사저를 비하하는 정도가 아니라 악의마저 엿보이게 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나는 대통령에게 내가 나서서 기자회견을 해야겠다고 간청했다. 그러나 그래봐야 아무소용이 없으니 참으라고 하셨다. 나중에 다 밝혀질 일이지만 내가 설계한 대통령의 사저는 재료로 말하자면 흙과 나무로 만든 집이다. 그리고 아방궁이 아니라 불편한 집이다.”


이제 이글을 마치면서 요약하겠습니다. 제가 듣기로, 봉하마을 사저는 지상 1층, 지하 1층에 방 3개, 욕실 1개, 거실 1개, 그리고 마당 등이 전부라고 합니다. 시골에서 이만하면 적지 않은 집인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전직 대통령이 귀향하여 사는 집 치고는 ‘호화저택’이라고 비난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걸 두고 마치 한 평에 수 천만원씩 하는 서울땅에 지은 대저택인 양 보도하는 것은 참 우스운 짓이죠.


이제 그는 이 ‘사저’마저도 버리고 한 평 땅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의 비석 앞에서 사죄할 사람은 비단 이명박 대통령과 검찰만이 아닙니다.

일말의 양식이 있다면, 조선, 동아의 사주와 편집책임자들도 사죄해야할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저 앞에서 방문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모습

(출처:노무현 공식홈페이지, 2008.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