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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아이안고 기도하는 '바른 사람' 신애라

풍월 사선암 2008. 12. 21. 11:31

[조선닷컴 주말특집] 매일 밤 아이안고 기도하는 '바른 사람' 신애라

스타를 넘어서다 <제10편> 신애라편

이학준 기자 arisu01@chosun.com

 

◀ 배우 신애라(39)의 웃음은 싱그럽다. 그녀는 과거의 슬픔을 이야기할 때도, 미래의 꿈을 이야기할 때도 함박 웃음을 보여줬다. 사진=김영관


국어사전 풀이에 비춰보면 배우 신애라(39)는 ‘바른’ 사람이다. 때문에 그녀는 잇따른 연예계의 비극(悲劇)에서 한참 비껴나 보였다. 그런 신애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연예인은 얼굴이 알려져서 아무 일이나 할 수 없어요. 생각할수록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요. 저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예요.”


고(故) 안재환의 죽음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키즈 12’ 건물에서 신애라를 만났다. 만약 최진실의 자살 소식까지 겹친 시기였다면 그녀는 인터뷰를 거절했을 지 모른다.


◆바른 사람, 신애라


형용사 ‘바르다’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겉으로 보기에 비뚤어지거나 굽은 데가 없다’, ‘말이나 행동 따위가 사회적인 규범이나 사리에 어긋나지 않고 들어맞다’, ‘사실과 어긋남이 없다’. 말 그대로 신애라는 연예계 데뷔 이후 별 잡음 없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동료배우 차인표와 결혼 이후엔 각종 봉사활동으로도 유명하다. 그것도 이름만 내건 홍보대사 활동이 아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필리핀, 방글라데시, 페루, 아이티 등 10개국 어린이 31명을 후원한다. 직접 찾아 다니며 봉사를 하는 덕에 신애라·차인표 부부는 바른 연예인의 대명사가 됐다. 최근엔 두 명의 아이를 입양하면서 다시 한번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이들 부부에겐 걱정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신애라는 웃음을 보이며 반문했다. “그럴 리 있나요? 사랑으로 인내하고 이해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거죠.” 


◆신애라의 새로운 도전


그녀는 정확한 발음으로 똘망똘망하게 말하고 크게 웃었다. 카메라 앞에서도 솔직한 모습이 좋았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그녀는 결제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키즈 12’는 신개념의 놀이교육 공간이다. 12살 미만의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을 한 곳에 모았다고 했다.


교육사업을 시작한 것인지 물었다. 그런 건 아니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길고 상세하게 부연 설명을 했다. 아무래도 세간의 오해를 걱정한 것이라 생각했다.


“연예인은 미래가 불확실하거든요. 노후를 걱정하게 될 밖에 없죠. 인표씨와 돈을 모아 강남에 작은 빌딩을 세웠어요. 임대료를 받으면 생활하는데 걱정을 더니까요. 그러다 문득, 이 건물을 이롭게 사용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유아를 위한 놀이교육 사업이라 했다. “우리 큰 아이가 초등학생이예요. 학원만 따라다니다 하루를 보내죠. 12살 미만의 아이들에겐 자기 재능이 무엇인지 찾아주는 게 중요한데 그러질 못했어요. 그러다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공부할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 아이들이 1~2등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신애라 부부는 장소를 제공하고 홍보만 맡을 것이라 했다. 아이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가진 선생님들을 한 공간에 모으는 작업은 교육본부장이 담당할 것이다. 기자가 “어쨌든 대표이사 아니냐”고 물었더니 특이한 부탁을 했다.


“교육을 잘 아는 분들이 제대로 운영해 주시길 바래요.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넣어주시면 안될까요? 능력 있는 대표이사부터 이 일에 관심 있는 분들까지. 그 분들이 오시면 저는 뒤로 빠져서 정말 하고파 했던 일을 하려고 해요. 참, 제 직함은 그냥 ‘홍보’ 담당입니다.”


◆바르게 사는 방법


질투 나도록 바르게 사는 신애라·차인표 부부에겐 어떤 비결이 있을까. 기자는 물었다. “밖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정사각형으로 사시나요?” 신애라는 이번에도 역시 길게 대답했다. 질문이 아둔한 까닭이기도 했다.


“결혼을 앞둔 후배들이 가끔 찾아와요. 그러면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물어보죠. 만약 결혼 후에도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만을 강조한다면 그렇게는 못산다고 말해 줍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상대방이 하고파 하는 것을 맞춰 주는 게 부부생활이더군요. 결국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불쌍하게 여겨야 하더라구요. 인표씨랑 저도 많이 싸우면서 다듬어진거예요.”


역시 노력 없이 좋은 결과는 없구나 싶었다. 이번엔 잘 알려진 입양에 대해 묻기로 했다. 신애라 부부는 어린 아이들을 입양하고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을 세상에 알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부가 직접 낳은 아들 ‘정민’과 직접 기르는 딸 ‘예은’과 ‘예진’은 이미 유명 인사가 됐다. 하지만 유명세 탓에 두 딸이 자라면 스스로 입양아라는 것을 알게 되진 않을까.


“매일 밤, 딸 아이를 껴안고 기도합니다. ‘축복된 입양으로 우리 예은이와 예진이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낳아주신 어머니, 그 분이 어디 계신 지 모르지만 항상 건강하게 해주세요’ 하고 말이죠. 가족이 꼭 혈연으로만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입양으로도 가족이 만들어진답니다. 입양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곧 올 거라 믿습니다.” 이 말을 하는 동안 신애라의 눈 주위는 붉게 물들었다.


질문을 계속했다. 아들이 아닌 딸 만을 입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게 참 미안해요. 우리나라엔 아들보다 딸 입양이 많다고 들었어요. 아무 상관 없이 아들이든 딸이든, 건강하든 아프든, 나이가 많든 적든 그렇게 입양을 해야 하는데. 그래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은 다른 나라 아이인데도 아픈 아이를 찾아 입양하는 그런 분들이랍니다.”


신애라는 뭇 남성들의 로망이었다. 적어도 30대 중반 이후에겐 그랬다. 때문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손가락을 흔들며 그녀를 앗아간 차인표에게 그리도 많은 남성 안티팬들이 생겼으리라. 그래서 궁금했다. 브라운관 복귀는 언제쯤 할 것인가.


“저는 연기를 너무 좋아해요. 하지만 연기가 전업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가까운 시일 내에는 쉽지 않겠네요. 이러다 너무 좋은 게 생겨서 단역으로라도 출연하면 어떻하죠?(웃음)”


질문은 거칠어도 대답은 따뜻한 만남이었다. 역시 신애라는 바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