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사랑해요 아버님! 오래사셔야되요.

풍월 사선암 2008. 11. 1. 11:32

 

사랑해요 아버님! 오래사셔야되요. 

 

안녕하세요? 33살 주부입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분가해서 살고 있는데


올 초 남편은 혼자 사시는 아버님을

모시자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어느 누가 좋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 후로 우리 부부사이에 다툼이 많아졌어요.

형님도 계신데 왜 우리가 모시냐는 말에

남편은 어느 날 술을 먹고 들어와

눈물을 흘리며 얘기하더군요.


아버님은 개구쟁이였던 남편의 뒷수습 전담이셨대요

한번은 골목에서 놀고 있는데 트럭에 받힐 것을

아버님이 대신 부딪히셨는데 지금도 오른쪽 어깨를

잘 못쓰신데요.


그 몸으로 60이 넘도록 막노동 일로

가족을 부양하셨다고...

오랜 막노동 생활로 시멘트 독이 손에 남아

겨울만 되면 손이 갈라져 많이 아파하신다고요.


어떡합니까! 저렇게 까지 남편이 말하는데...


한 달 150만원 월급으로 살림을 하는데

아버님 오시면 아무래도 반찬도 신경을 써야하고

당시 임신 3개월로 걱정도 됐지만

가봐야 짐만 된다는 아버님을 설득해 모셔왔습니다.


집에 온 아버님은 늘 미안해하셨어요.

가끔씩 고기반찬이나 맛있는 거 해드리면

일부러 안 드시고 임신한 저나 늦게 퇴근하는

남편이 먹도록 남기십니다.


하루는 장을 보고 왔는데 걸레질을 하고 계셨습니다.

놀라서 뺏으려고 하니 괜찮다 하시면서

끝까지 청소하시더라고요.


하지 말라고 몇 번 말씀드리고 뺏어도 보지만

그게 편하다는 아버님 마음 제가 왜 모르겠어요.

이 못난 며느리 눈치 보시는 것 같아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제는 정말 슬퍼서 펑펑 울었어요.


한 달 전쯤부터 아침에 나가시면 저녁때쯤 들어오셨어요.

놀러 가시는 것 같아서 용돈을 드려도 받지 않으시고

웃으면서 다녀올게 하시면서 매일 나가셨습니다.


어제 아래층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이 집 할아버지 유모차에 박스 실어서 가던데~"

이말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며칠 전부터 저 먹으라고 사 오신 과일과 과자들이

아버님께서 어떻게 가져오신 것인지...


아들집에 살면서 돈 한 푼 못 버는 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불편한 몸 이끌고

박스를 주우시면서 돈을 버셨더라고요.


저는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이리저리 찾으러 돌아다녀도 안 보이시고

너무 죄송해서 엉엉 울었습니다.


우리 아빠도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신 아빠 생각도 나고 해서

한참을 펑펑 울었습니다.


남편한테 전화해서 상황을 말하니

아무 말도 못 하더군요.


평소보다 일찍 들어온 남편이 찾으러 나간 지

한 시간쯤 남편과 아버님이 함께 들어왔습니다.


오시면서도 제 눈치를 보시고

뒤에 끌고 오던 유모차를 숨기십니다.


오히려 죄송해야 할 건 저인데요.

달려가서 아버님께 죄송하다며

손을 꼭 잡고 또 펑펑 울었습니다...


그때 아버님 손을 처음 만져봤습니다.

심하게 갈라지신 손등과 굳은살 배인 손에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밥 먹는데도 아버님 손이 자꾸 보이고

자꾸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남편한테 말했습니다..

"평생 정말 친아버지처럼 모십시다.

비록 지금은 아버님께서 불편해 하시지만

언젠가는 친딸처럼 생각하시면서

대해주실 때까지 정말 잘 하자"고요.


아버님~ 제 눈치 안 보셔도 되요!

아버님의 힘드신 희생이 없으셨다면

지금의 남편도 없잖아요.

그랬다면 지금의 저와 뱃속의

사랑스러운 손자도 없을 거예요.


저 아버님 안 싫어하고 정말 사랑해요

그러니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사랑해요!! ^^


- 사랑해요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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