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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수상자가 제시한 금융위기 5대 해법

풍월 사선암 2008. 10. 21. 08:52

 

스티글리츠의 `금융위기 5대 해법` 

"시장경제, 정부 감독·규제 필요"

은행 자본확충, 주택압류 방어, 경기부양책, 규제개혁 등 시행해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길고 깊은 경기후퇴(recession)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연상케 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금융위기가 국경을 넘어 유럽과 아시아 등 이머징 국가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동반 침체 조짐 마저 보이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 교수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기고한 글을 통해 금융위기 파고를 넘어서기 위한 5대 해법을 제시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자본주의는 인류가 생각해낸 최상의 경제 시스템이지만 지난 30년간 시장 경제는 100차례 이상의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는 시장 경제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정부의 감독과 규제가 필수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정부가 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차기 미국 대통령은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잘 짜여진 대책조차도 의도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신이 제시한 해법을 따라 광범위한 대책을 시행한다면 시장의 신뢰는 물론 미국의 잠재력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다음은 스티글리츠 교수가 제안한 5가지 해법이다.

 

1.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라

현재 은행들은 손실로 인해 자본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다. 현 상황에서 자본을 조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본을 필요로 하는 은행에 자본을 공급해줄 필요가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뒤늦게나마 은행의 부실자산 매입보다 새로운 자금투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2. 주택차압 사태를 뿌리 뽑아라

폴슨 장관이 당초 제시했던 방안(부실자산 매입)은 심각한 내부 출혈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대량의 수혈을 해준 것과 같다. 그러나 주택차압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없다. 구제금융법안의 수정 이후에도 부족함은 여전하다.


정부는 모기지 이자와 재산세 공제를 현금화할 수 있는 세금 환급으로 전환하고, 주택시장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파산법을 개정함으로써 사람들이 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주택가격이 모기지 금액보다 낮아질 경우 모기지를 하향 조정하거나 저소득 또는 중산층 주택 소유자들에게 저금리 대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3. 효율적인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라

미국 경제는 심각한 후퇴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 실업보험을 확대하고, 주 및 지방 정부를 지원해야 한다. 이들이 지원받지 못할 경우 세수 부족 속에 예산을 삭감할 것이며 이는 경기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워싱턴은 또한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단기 경기부양은 물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꾀해야 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미니애폴리스의 다리 붕괴는 미국의 기반시설이 얼마나 낡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4. 규제개혁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라

현 금융위기의 배경은 은행들의 잘못된 판단과 규제 실패에 있다. 일단 금융시스템의 신뢰가 회복되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관대한 보수를 지불하도록 고안된 인센티브 제도와 기업지배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5. 효율적인 다자기구를 창설하라

글로벌 경제는 점점 더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보다 나은 글로벌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 50개주가 각각의 주 정부 규제에만 의존하게 될 경우 미국의 전체 금융시장이 효율적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국제적인 차원의 규제기구가 필요하다.

 

2008.10.21 / 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