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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두뇌활동, 치매와 무관

풍월 사선암 2008. 10. 18. 12:17

“지적 두뇌활동, 치매와 무관”

[조인스] 위험인자 많으면 빨리 발병할 수도… 흡연·음주 따른 혈관성 치매도 조심해야

레이건 이어 대처마저… 치매! 어느 날 나에게도 닥치면…

 

미국 대통령도, 영국 총리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 치매다. 이 병은 환자 본인이 황폐해지는 것은 물론 가족까지 고통의 늪에 빠지게 한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치매의 원인과 예방법은 무엇일까?


“불행하게도 내가 앓는 알츠하이머가 점차 심해지면 가족이 힘든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나는 아내 낸시를 이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구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 때가 오면 여러분의 도움으로 그녀는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굳게 맞설 것이라고 믿습니다.”


1994년 11월 전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후 발표한 담화문의 일부다. 레이건 대통령은 냉전 중인 국제체제에서 미국의 위상을 급부상시킨 인물이다. 미국경제의 호황을 주도해 미국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대통령이기도 했다. 그러나 퇴임 5년 후인 1994년 뇌 퇴행성 질환의 하나인 알츠하이머에 걸려 자신의 투병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 그는 아내인 낸시와 함께 로널드낸시레이건연구소를 창설해 알츠하이머 질환 관련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레이건은 이후 10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2004년 93세의 나이로 숨졌다. 레이건 대통령의 아들 론 레이건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알츠하이머 질환 치료를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 그는 한국을 방문해 국내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기도 했다.


원인질환 치료하면 완치도 가능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영국의 경제 부흥을 이끌었던 마거릿 대처(82) 전 영국 총리도 최근 치매로 투병 중인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8월24일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일요판인 <메일온선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대처 전 총리는 2000년 기억력 장애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후 2002년 경미한 뇌중풍을 몇 차례 겪은 것으로 보도됐다.


그는 남편이 사망한 사실을 잊은 채 계속 묻는가 하면 말이 끝날 때쯤 벌써 어떤 문장으로 말을 시작했는지 잊어버리는 등 증세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 대처는 1982년의 포클랜드전쟁과 1990년대 중반에 일어난 보스니아전쟁을 혼동할 정도라고 가족들은 전한다. 평생 언어를 연구하고 그 속에서 사유하던 철학자 역시 치매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20세기 영국 최고의 지성이었던 아이리스 머독도 3년 동안 치매를 앓다 1999년 사망했던 것.


머독은 영국 최고의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2002년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아이리스>가 국내에서 개봉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명인 치매는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인 이태영 박사도 말년에 알츠하이머 형 치매로 고통 받다 82세가 되던 1998년 사망했다. 유명인들도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치매란 어떤 병일까?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오병훈 병원장은 “치매란 정상적으로 성숙한 뇌가 유전 혹은 후천적 외상이나 질병 등의 원인에 의해 손상된 것”이라며 “전반적인 지능·학습·언어 등 인지기능과 행동·정신기능의 감퇴를 초래하는 대표적 신경정신계 질환”이라고 정의했다. 전문가들은 지적인 두뇌활동이 건망증 치료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치매와 직접적 연관은 없다고 분석한다.


활발한 두뇌활동이 인지기능을 더 오래 유지하게 하기는 하지만 공부를 더 많이 하고, 머리를 계속 사용한다고 해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반대로 지나친 뇌 사용이 ‘뇌를 소모하게’ 해서 치매를 유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복잡한 상황을 분석하고, 모호한 상황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업무에 충실하더라도 그 때문에 치매 위험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앞서 언급한 사회적 리더나 지성인들도 치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치매는 현재 심장병·암·뇌졸중에 이어 4대 주요 사망 원인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질환의 하나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남을 이유 없이 의심하거나 시비를 걸면서 대소변을 자주 지려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있다.


오늘이 며칠인지조차 모르면서도 꽃 가꾸기 등 이전부터 즐기던 취미활동은 무난히 하는 환자도 있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과 언어능력, 집중력, 감정 조절, 계산 등 ‘뇌 전반’에 걸친 퇴행이 나타난다. 모든 정신과 의사가 사용하는 미국정신의학회의 ‘통계적진단기준편람’에는 “기억력 장애에 추가로 언어·계산·수행기능 등의 손상이 동반될 때 치매로 진단하라”고 돼 있다.

 

2000년 89세 생일을 맞은 레이건이 부인 낸시로부터 축하키스를 받고 있다. 이 당시에도 레이건은 알츠하이머로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누구는 치매에 걸리고, 누구는 걸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김어수 교수는 “조금 과장하면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모두 치매에 걸릴 수 있다”며 “나이 증가가 치매의 가장 확실한 원인이어서 누가 걸리고, 누가 안 걸린 것으로 보이는 것은 서로 발병하는 나이가 다르고, 수명이 다르기 때문일 뿐”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80세에 치매가 생긴 사람이 100세에 사망한다면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치매로 고생한다. 하지만 82세에 돌아갈 운명인 사람이 80세에 치매에 걸린다면 2년 동안 가벼운 치매 증상만 보이다 사망하는 것이고, 80세에 치매에 걸릴 만한 상태의 뇌 건강을 유지하던 사람이 78세에 다른 건강상의 이유로 사망한다면 ‘치매에 안 걸린’ 사람인 것이다.


‘누가 치매에 걸리고, 안 걸리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일찍 치매에 걸리고 늦게 치매에 걸리느냐’가 문제다. 나이에 따른 위험은 동일하게 증가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더 빨리 치매가 생기는 사람은 ‘나이 이외의’ 다른 위험인자를 더 많이 보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치매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 두 가지가 주를 이룬다. 이 밖에 전두엽 치매, 루이체 치매, 알코올성 치매, 외상성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이 있다.


모든 경우에 나이 증가가 영향을 주며, 대부분 공통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알코올성 치매의 원인은 당연히 술이지만, 음주는 알츠하이머의 위험인자이기도 하다. 여러 유전자 정보에 따라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더 일찍 생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치매의 원인질병으로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비교적 초기에 기억장애가 나타나고 이어 실어증과 실행증이 나타나며 수년 후에는 사람을 못 알아보는 상태까지 가는 증상을 보인다. 발병에서 사망에 이르는 평균기간은 8~10년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15~20년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병을 지연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아세틸콜린이나 뇌신경전달물질 농도를 높여주는 약이나 뇌세포 손상을 줄여주는 약물치료를 통해 인지기능을 높일 수 있다. 단 약효는 초기일수록 효과가 높고 진행될수록 효험이 없다. 치매의 원인 중 두 번째로 흔한 것이 혈관성 치매다. 뇌동맥경화증 및 기타 혈관질환으로 인해 뇌의 여러 부분이 기능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혈관성 치매의 대표적 위험인자는 알코올·흡연·비만·고혈압·고지혈증 등이다.

 

치매 예방의 시작은 ‘성인병 예방’


이런 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과 소식, 적절한 영양 섭취, 활발한 두뇌활동, HDL 콜레스테롤(소위 ‘좋은’ 콜레스테롤)의 증가 등이 있다. 혈액 공급 부족은 세포의 신진대사를 더욱 망가뜨리게 돼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혈관성 치매의 주요한 원인일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형 치매에도 중요한 병리적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치매 종류와 상관없이 신진대사가 건강한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치매 예방이라는 것이 결국 ‘성인병’ 예방 또는 관리와 같다. 건강관리를 잘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치매가 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이라도 일찍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다. 치매 중에는 위에 열거하지 않은 ‘당장’ 완치할 수 있는 치매가 전체 치매의 15% 정도나 된다.


문제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료할 수 있는’ 치매도 결국 ‘치료할 수 없는’ 치매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이상이 느껴지는 경우 하루라도 먼저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일부 치매의 경우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원점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론적으로는 더 이상의 진행을 멈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 증가에 따른 감퇴는 어쩔 수 없지만 치매 자체의 진행은 막을 수 있다는 것. 혈관성 치매나 알코올성 치매가 대표적이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발병률은 8.2~10.8%다. 430만 명의 노인 중 35만 명 정도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65세 이후부터는 치매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초기에는 웬만큼 중요한 일은 기억하고 사회생활도 가능해 주변에서 치매 발병을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병원을 방문해도 의사가 “어디가 불편하시냐?” “잘 지내셨어요?” 등의 일반적인 질문만으로는 환자 식별이 어렵다. 나이가 젊더라도 가족 중 장보기, 요리, 집안일, 대중교통 혼자 이용하기, 필요한 약 챙겨 먹기 등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에서 치매 정밀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3조4,000억~7조3,000억 원

고령인구가 늘면서 노인성 질병인 치매 환자가 늘고 있다. 병원을 찾아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치매 환자는 2003년 6만여 명에서 지난해 14만여 명으로 늘었다. 복지부는 약 40만 명이 치매의 고통 속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치매와 중풍으로 인한 고통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치매 환자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3조4,000억~7조3,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중풍환자 치료비(1조 원)까지 감안하면 10조 원에 육박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치매나 중풍으로 몸이 불편한 중증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다. 지난 7월1일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는 9월 초 기준 10만3,000여 명에 달한다. 연말까지 13만여 명, 내년에는 14만여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보험의 재원은 보험료와 정부 재정(국비+지방비)으로 충당되는데 올해는 8,600억 원의 정부 재정을, 내년에는 1조8,000억 원의 정부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 치매 자가진단 설문지

최근 6개월간 해당 사항에 동그라미 해 주세요.


01. 전화번호나 사람 이름을 기억하기 힘들다. ( )

02.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다. ( )

03. 며칠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잊는다. ( )

04. 오래 전부터 해오던 일은 잘하나 새로운 것을 배우기가 힘들다. ( )

05. 반복되는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겼을 때 금방 적응하기 힘들다. ( )

06. 본인에게 중요한 사항을 잊을 때가 있다. (예: 배우자 생일, 결혼기념일 등). ( )

07. 다른 사람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때가 있다. ( )

08. 어떤 일을 해놓고도 잊어버려 다시 반복한 적이 있다. ( )

09. 약속해 놓고 잊을 때가 있다. ( )

10. 방금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잊을 때가 있다. ( )

11. 약 먹는 시간을 놓치기도 한다. ( )

12. 여러 가지 물건을 사러 갔다 한두 가지를 빠뜨리기도 한다. ( )

13. 가스불 끄는 것을 잊은 적이 있다. 또는 음식을 태운 적이 있다. ( )

14. 남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 )

15. 어떤 일을 해놓고도 했는지 안 했는지 몰라 다시 확인해야 한다. ( )

16. 물건을 두고 다니거나 가지고 갈 물건을 놓고 간다. ( )

17.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 )

18. 물건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 ( )

19. 개인적인 편지나 사무적인 편지를 쓰기 힘들다. ( )

20. 갈수록 말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 )

21. 신문이나 잡지를 읽을 때 이야기 줄거리를 파악하지 못한다. ( )

22. 책을 읽을 때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이해가 된다. ( )

23. 텔레비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들다. ( )

24. 자주 보는 친구나 친척을 바로 알아보지 못한다. ( )

25. 물건을 어디에 두고 나중에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는다. ( )

26. 전에 가본 장소를 기억하지 못한다. ( )

27. 방향감각이 떨어졌다. ( )

28.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 )

29. 물건을 항상 두는 장소를 망각하고 엉뚱한 곳을 찾는다. ( )

30. 계산능력이 떨어졌다. ( )

31. 돈 관리를 하는 데 실수가 있다. ( )

32. 과거에 쓰던 기구 사용이 서툴러졌다. ( )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기억장애 클리닉에서 연구 결과 ‘예’라고 대답한 항목이

17개 이상이면 치매를 의심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