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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예서, 태극기 품고 마침내 꿈 이루다

풍월 사선암 2008. 8. 18. 09:50

 

당예서, 태극기 품고 마침내 꿈 이루다

 

17일 중국 베이징대 체육관에서 열린 우리나라와 일본의 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 현정화 코치와 함께 코치석에서 김경아·박미영의 복식을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당예서(唐汭序·27·대한항공)는 일본의 범실로 동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현정화 코치를 얼싸 안으며 감격에 겨워 했다.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응원단에게 인사하고 경기장을 빠져 나오는 그의 눈은 눈물을 머금은 채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올림픽 메달 획득은 모든 선수의 꿈이지만, 당예서에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 그는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국적까지 바꾸고, 태극기를 가슴에 단 채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8년 전 탁구 라켓 하나만 들고 한국으로 건너와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낸 끝에, 그것도 자신을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중국인 앞에서…. 귀화 선수가 한국 대표팀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 메달을 따기는 당예서가 처음이다.

 

'한국의 에이스' 당예서는 이날 일본과 경기에서 2단식 주자로 나서, 후쿠하라 아이를 3대1로 꺾었다. 당예서는 특히 이날 2세트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다. 6대9로 뒤지며 위기에 몰렸지만,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13대11로 2세트를 따낸 것이다. 승기를 잡은 당예서는 비록 3세트를 내줬지만 4세트를 손쉽게 잡으며 동메달 획득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경기 후 "8년 동안 너무 고생하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얻은 메달이라 너무 기쁘다"면서 '큰 무대라서 누구도 쉽지 않았지만 뜻을 이뤘다"고 소감을 밝혔다.


◆6세 때 탁구 시작… 올림픽 꿈 키워

당예서는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태어나 6살 때 탁구를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그의 꿈은 '올림픽 진출'이었다. 탁구 인구만 1억명에 달한다는 중국이지만, 그는 전국청소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올림픽 진출의 꿈을 이루긴 싶지 않았다. 쟁쟁한 경쟁자가 너무 많은 탓에 올림픽 진출의 꿈은 번번히 좌절됐다.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1999년, 당예서로선 인생 일대의 제안을 받았다. 한·중 핑퐁커플로 알려진 쟈오즈민이 한국에서 충분히 대표선수가 될 수 있다고 권유한 것. 당예서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탁구채 하나만 달랑 들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고난의 땅’ 한국에서 마침내 꿈 이뤄

무작정 찾아온 한국은 당예서에게 ‘고난의 땅’이었다. 국적 취득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 한국으로 귀화하기 위해서는 5년간 한국에 머무르며 귀화시험도 쳐야 된다는 사실도 한국에 온 다음에야 알았다. 당예서는 당시 언론과 인터뷰에서 “마음 속으로는 중국으로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었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한항공 팀의 훈련 파트너로 그녀는 7년을 버텼다. 국제대회는 물론 국내 어떤 대회에도 출전할 수 없었지만, 올림픽 진출의 꿈만은 버릴 수 없었기 때문. 지난해 10월 당예서는 마침내 한국 국적을 획득했다.


‘한국인’ 당예서는 7년을 기다린 한을 풀기라도 하듯 나가는 대회마다 승리하기 시작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대회 단식 정상에 올랐고 2008 세계선수권을 위한 대표 선발전에선 10전 전승을 기록했다. 지난 2006년 중국인 남편과 결혼했지만, 달콤한 신혼은 그에겐 사치였다. 지난해 2월 건강이 나빠 한 달간 요양했을 때를 제외하곤 남편과 같이 보낸 적이 없다. 훈련 전념을 위해 남편의 한국행도 거절했다.


◆중국 여론의 비난

중국 언론은 국적을 바꾸고 올림픽에 출전한 당예서를 '배신자'라며 비아냥거렸다. 심지어 "과연 경기장에서 동포들의 야유를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말과 함께, '탕나(당예서의 중국명) 사건'이라는 이름의 토론 게시판까지 개설해 당예서 흠집내기에 나서기도 했다.


올림픽 진출의 꿈을 이룬 당예서로선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인고의 시간을 극복하고 마침내 올림픽 메달 획득의 꿈을 이룬 당예서는 이제 한국 여자 탁구의 희망으로 우뚝 섰다.

 

 

▲ 17일 오후 베이징대학체육관에서 열린 탁구여자단체전 한국 대 일본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과의 복식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동메달이 확정된 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현정화 감독과

당예서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17일 오후 베이징대학체육관에서 열린 탁구여자단체전 한국 대 일본의 동메달 결정전. 일본

과의 복식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동메달이 확정된 후 김경아(오른쪽), 박미영이 환호하고 있다.

 

 

▲ 17일 베이징대학체육관에서 열린 탁구 여자 단체전 3.4위전에서 일본을 이기고

동메달을 따낸 박미영이 눈물을 흘리자 현정화 코치가 닦아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