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엿이나 먹어라!

풍월 사선암 2008. 7. 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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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이나 먹어라!


우리가 자라던 시절! 거리에는 흔 하디 흔한 장수가 엿장수였습니다.

헌 고무신이나 양은그릇 구멍 난 것 등을 주고 엿을 바꾸어 먹는 재미가 솔솔 했죠.


생활 형편이 좋은 집에서는 추운 겨울이면 가마솥에 불을 때가며 엿을 고아 먹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엿장수도 그리 흔하지 않고 엿을 먹는 아이들도 별반 없고 기껏해야 학교 입학시험 때면 학교 정문에 덕지덕지 붙여놓고 자식의 합격을 기원하는 극성스런 부모들의 모습이 전부인 세상이 되어 버렸지만 나이 살이나 먹은 어른들은 그 때의 추억을 잊지 못할 겁니다.


그런데 이 엿이 어느 때부터인가 “엿 먹어라!” 하는 욕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엿 먹어라. 하는 욕이 생겨났을까? 의문이 들더군요.

그래 이리저리 수소문 끝에 그 이유를 알게 되어 여기에 밝히는 바입니다.


요즘 수능시험 답안지에 정답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답이 2개일 수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엿 먹어라. 라는 욕이 이 시험과 관계가 있다면 여러분은 믿으시겠습니까? 그러나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1964년 12월 7일 전기 중학입시(당시에는 모든 학교 시험에 전기, 후기가 있었음)의 공동출제 선다형(選多型)문제 가운데 ‘엿기름 대신 넣어서 엿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있었답니다. 당시 정답으로 채점된 것은 <디아스타제>였지만 보기 중 하나였던 ‘무즙’도 답이 된다는 것이 사건의 발단 이였죠. 다른 번호를 답이라 기표한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무즙을 답으로 써서 낙방한 학생들의 학부모들은 이 문제를 법원에 제소하였고 어머니들은 항의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급기야 <무>로 엿을 만들어 시험과 관련된 모든 기관에 찾아가 엿을 들어 밀었습니다. 무즙으로 만든 엿을 먹어보라고 하면서 솥단지 째 빼들고 나와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 어머님들의 교육열(?), 치맛바람은 대단한 것이죠.

“엿 먹어!  이게 무로 쑨 엿이다. 빨리 나와 엿 먹어봐라! 엿 먹어! ”

이 옛 사건은 당시 엄청나게 큰 사건 이였습니다.

요즘 말로 치면 엽기적인 사건 이였죠.


결국 김 규원 당시 서울시 교육감, 한 상봉 문교차관 등이 사표를 내고 6개월이 지나 무즙을 답으로 써서 떨어진 학생 38명을 정원에 관계없이 경기중학 등에 입학시켜 수습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인구에 회자 되다가 결국은 욕설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되짚어 보면서 갈팡질팡하는 작금의 입시제도와 시험문제의 오, 정답으로 인한 문제가 매년 되풀이 되고 있음을 보고 있노라니 한마디 아니 할 수가 없습니다.


“엿이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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