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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마력 슈퍼카의 꿈 페라리? 아니 스피라!

풍월 사선암 2008. 7. 2. 21:57

500마력 슈퍼카의 꿈 페라리? 아니 스피라!

부도위기 딛고 첫 국산 수제차량 개발

한주 최대 6대 생산…첫날 23대 팔려  

  

» ‘스피라’

 

1999년 대한민국에서도 페라리 못잖은 수제 ‘슈퍼카’를 만들 수 있다며 겁없이 신차 개발에 뛰어든 업체가 있었다. 그리고 햇수로 10년이 지난 2008년 6월23일. 드디어 그들이 만든 차량의 주문이 시작됐다. 국산 차량으로는 유래가 없었던 미드십 엔진(엔진이 차 중간에 놓여 있는 방식) 정통 스포츠카. 최고 출력 400마력, 최고 안전속도 시속 305㎞로 슈퍼카라는 이름에 전혀 손색이 없는 차. 프로토모터스가 개발하고 어울림모터스가 생산 판매하는 ‘스피라’가 그 주인공이다.

스피라 개발의 주역은 프로토모터스 대표 겸 어울림모터스 본부장인 김한철씨와 최지선 어울림모터스 연구소장이다. 부부인 이들은 쌍용차와 현대·기아차를 거친 자동차 디자이너로 우리나라에도 수제 차량 회사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토모터스를 세운 이들은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용역을 맡아 하며 신차 개발을 병행했다. 차량 개발에는 만만치 않은 돈과 시간, 인력이 필요한데 그걸 한꺼번에 조달하기는 불가능했다. 차량 완성까지 10년이나 걸린 이유다.


중간에 위기도 많았다. 1999년에는 아이엠에프(IMF) 여파로 부도를 맞기도 했다. 그 뒤에도 부도 위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슈퍼카를 완성시키겠다는 꿈을 버릴 수는 없었다. 지난해 신사업을 모색하던 어울림 그룹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어울림모터스의 지원으로 차량은 결국 완성됐고 올해 4월 베이징모터쇼를 통해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지난달 27일에는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시승회까지 열었다.

  

 » 스피라S의 제원

 

이런 산고 끝에 태어난 스피라는 그간의 고생을 잊어버리게 할 만큼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차량은 슈퍼차저를 채용한 스피라에스(S)와 터보 엔진을 채용한 스피라 터보 2종류인데 제원만 봐도 엄청나다. 스피라에스는 최고 출력 400마력(6000rpm)에 최고 시속 305㎞, 스피라 터보는 최고 출력 500마력(6500rpm)에 최고 시속 330㎞의 성능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각각 4.8초와 3.8초에 불과하다. 엔진은 2700㏄ 엔진이지만 개조와 튜닝으로 이 정도 성능을 이끌어 냈다. 차체를 모두 카본으로 만들어 차체 중량이 1080㎏에 불과한 것도 한 요인이다. 킥스프라임레이싱팀의 박상무 선수는 “국산 슈퍼카로서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생산은 경기도 광주에 있는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2명의 직원이 꼬박 일주일간 달라붙어야 한 대가 완성된다. 한 주 최대 생산량은 6대, 연 생산량은 240대다. 국내 판매보다는 국외 판매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계약 첫날에만 23대가 팔렸고 네덜란드 크랄사에 4년간 370대를 수출한다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차량의 가격은 스피라에스가 1억900만원, 스피라 터보가 1억3000만원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