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명상글

행복(幸福)과 불행(不幸)

풍월 사선암 2008. 3. 25. 18:21

 

 

행복(幸福)과 불행(不幸)


옛날 어느 마을에 먹고 살 만큼 사는 집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집에 세상에서 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잘 생긴 한 여인이 찾아 들었습니다.


집 주인은 이 선녀 같은 미녀를 보자 깜짝 놀라서 집안으로 모셔 들여 식사를 잘 대접하면서 그 여인에게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습니다.


“귀부인은 누구신온데 이렇게 저희 집을 찾아 오셨나이까?”

그러자 여인은 대답했습니다.


“나는 행복의 여신이며 집집마다 행복을 주러 다닙니다. 내가 가는 집에는 금은보화와 온갖 재물이 원하는 대로 생겨납니다.”


이 말을 들은 집주인은 너무나 좋아하며 그 선녀 같은 여인을 자기 집에 오래 머물러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주 못생기고 남루한 옷을 입은 거지같은 여인이 이 집에 찾아 왔습니다. 집주인은 매우 언짢아서 얼굴을 찌푸리며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집집마다 불행을 주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내가 가는 곳이면 고통과 불안이 생기고 공포가 생기며, 여러 가지로 불행한 일이 생깁니다.”


주인은 크게 놀라며 그 여자에게 당장 나가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그러자 그 여인은 천연덕스럽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뭘 몰라서 그러는데 어제 당신의 집에 와서 머물고 있는 행복의 여신이라고 하는 그 여인은 바로 나의 언니입니다. 우리 형제는 항상 같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떨어지질 않고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를 쫓아내려면 우리 언니도 같이 나가야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주인은 집안으로 들어가서 그 잘 생긴 귀부인에게 사실이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 미녀는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인은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한 끝에 그 미녀와 거지 여자를 모두 내쫓았습니다.

 

그 집에서 쫓겨난 두 여인은 그 마을에 있는 어느 가난한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그 가난한 집 주인은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두 여인을 모두 맞아 들였습니다. 그리고 편히 쉬었다가 가라고 하였습니다.


두 여인은 물었습니다.

“우리 두 사람 가운데 한사람은 행복을 주러 다니고, 한 사람은 불행을 주러 다닙니다. 저 잘사는 집에서는 그런 이유로 쫓겨났는데, 당신은 어찌하여 우리를 모두 받아들이는 것입니까?”


주인은 그 두 여인에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단지 머물 곳이 없다고 하는 당신들에게 머물다가 갈 수 있게 하여 주었을 뿐이고, 그 밖의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는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어느 날 가섭 존자에게 들려주신 이야기입니다.


만약 이런 경우 법우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실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행복과 불행에 대한 인식이 저마다 다릅니다. 그러나 원래 우리 보통사람들이 추구하는 행복이라는 것과, 불행이라는 것은 단지 인식의 차이일 뿐 허망하기 짝이 없다고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겪고 있는 행복이나 불행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변하는 것들이기 때문 입니다.


우리는 자기 욕망이 채워지는 것이 행복인 줄 알고 있으며, 욕망대로 되지 않는 것을 불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욕망이 채워질 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욕망을 떨쳐버릴 때 거기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므로 욕망이 가지고 있는 그 자체가 고통이요, 불행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떠한 마음을 지니고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불교적인 입장으로 볼 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깨달음을 얻어서 모든 지혜를 갖추고 모든 번뇌 망상을 없애는 일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볼 때 현재 우리들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우리 불자들은 모든 일들을 부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생각하고 행동해야 올바른 생활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가운데서 생기는 모든 일들이 그것이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모두가 인과응보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항상 깊이 생각해야할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면 언제 어디서나 항상 행복할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차별된 인식의 세계를 떠나서 바다처럼 하늘처럼 담담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괴로울 때가 있으면 즐거울 때가 있다. 이렇게 고락이 상접하고 교대하는 가운데 사람의 신심은 연마되어 간다. 행복이니 평화의 경지는 이와 같이 괴로움이 무수히 상접하는 경험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면 생명이 길지 못하다. 아직 쓰라린 괴로움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어찌하여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