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경상도 사람이었습니다. 말싸움의 동기는 지극히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배가 고프니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한 사람이 제안한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국시’라는 경상도 사람의 말에 ‘국수’라고 다른 사람이 이의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주장이 강해 결말이 나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들이 존경하는 학교 선생님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뒤에 말했습니다. “‘국수’와 ‘국시’는 재료가 다르니까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음식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 사람 말이 다 맞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지 않다.” 고 의의를 걸면서 그러면 재료가 어떻게 다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 선생님은 ‘어험’ 하고 한번 헛기침을 한 후 점잖게 말했습니다. 다시 한 번 헛기침을 한 후 그 선생님은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전혀 다르지.” 두 사람은 다시 되물었습니다. “그러면 ‘봉투’와 ‘봉다리’는 어떻게 다르지요?” 선생님은 다시 한 번 크게 헛기침을 하고 난 뒤에 더욱 위엄 있게 대답했습니다. 그제야 두 사람은 알겠다는 듯 뒷머리를 거적이며 넙죽이 절을 하고 물러 나왔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같은 음식을 두고 한 사람은 ‘국수’를 먹고 다른 한 사람은 ‘국시’를 먹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이 먹은 음식은 맛도 다를 것입니다. 우리의 다툼은 실은 별 것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설명하든 동일한 것인데도 서로 핏대를 올리며 남을 이해하려 들지 않습니다. 이름이 같다고 동일한 것이 아니고, 이름이 다르다 해서 모두 달라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마음가짐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들은 그 역활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같지 않기 마련입니다. 다양함은 다툼의 원인이 되지 않아야 하며, 오히려 조화를 이루는 노력을 필요로 할 뿐입니다. 다양한 색깔들이 조화를 이루어 무지개는 찬란하게 빛납니다.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만들지.”
두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습니다.
“그러면 ‘밀가루’와 ‘밀가리’는 어떻게 다르지요?”
“밀가루는 ‘봉투’에 들어 있는 것이고, 밀가리는 ‘봉다리’에 들어 있는 것이다.
“‘봉투’는 기계로 찍어 만든 것이고, ‘봉다리’는 손으로 붙여서 만든 것이니까 서로 다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