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가 고향인 남자가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아내에게 하는 말은 단 세 마디, “밥 도(밥줘)”, “아아는(아이는)?”, “자자”라고 한다. 경상도 남자의 무뚝뚝함을 나타내는 우스갯소리지만 요즘같이 대화가 단절된 가정에서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부모 자식간에도 마찬가지. “학교 잘 갔다왔니?”, “숙제는 다 했지?” 일상적인 이야기 몇 마디하고 나면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 자식들은 학교에서 밤늦게 돌아와서 피곤한 몸으로 부모의 잔소리를 듣고 싶어하지 않아 입을 닫아버리고, 부모들은 자녀와의 대화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잘 모르고 대화를 해야겠다는 의지도 약하기 때문이다.
가족간의 대화가 부족하다는 것은 최근 발표된 <청소년보호백서(2002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고교생 중 22%가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에 1분도 안 된다고 응답했으며, 11%는 어머니와의 대화시간도 1분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부모와의 대화시간이 거의 없다보니 고교생들은 아버지(41%)나 어머니(58%)보다 친구(73%)가 자신들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 10명 가운데 1명은 “아버지, 어머니가 나를 믿지 못한다”고 답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가장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1시간 18분에 불과하고, 그중 40분은 가족과의 식사시간이며, 일요일에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은 평균 16분이라는 조사도 있었다.
이는 200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른 것으로, 반면 TV 시청시간은 남자 2시간 6분, 여자 2시간 4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부부 이혼율이 높아지고 청소년 문제가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는 것도 가족의 대화 부재가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족들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대화를 피하면서 덮어두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의사소통으로 관계가 더욱 악화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도 있다. ‘1분이면 마음이 열립니다’라는 말처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분 동안만이라도 가족간에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Part-1. 자녀대화법, 자녀와 눈높이를 맞추는 게 포인트
사춘기가 되면서 아예 부모와는 말 자체를 안 하려는 아이들이 많다. 엄마 아빠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또래 친구가 생기면서 대화 자체를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연구원 이호준 상담원은 “청소년의 탈선 원인은 가족간의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에는 인내심을 갖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말문을 열도록 유도한다.
아이의 말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듣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 감정은 전혀 전달하지 않으면서 아이가 자기 생각, 판단, 감정을 드러내게 하는 것이다. 아이의 사고방식이나 느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아이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면 된다. 아이의 말에 “그 얘기 좀 해봐”, “듣고 싶은데”, “그거 재미있는 생각이네”, “계속해봐”, “너한테 아주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등으로 대화를 유도해보자.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이야기한다.
집이 아니라 색다른 곳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한다. 극장이나 음악회에 가거나 산책을 하는 등 단 둘이 데이트 시간을 가지며 “요즘, 힘들어 보이는구나” 하며 슬쩍 다가가야 한다. 아이들은 외모에 관심을 많이 갖기도 하므로 머리 스타일을 언급하면서 말을 건네는 방법도 괜찮다.
▶아이가 침묵할 때는 다그치지 않는다.
대화 중 아이가 침묵하는 것은 다음 말을 생각 중이거나 부모에게 이야기해봐도 소용없다고 생각할 때 나타날 수 있는 행동이다. 이때에는 다그치지 않고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그리고 평소 자녀와의 대화 방법을 점검해봐야 한다. 그래도 아이의 침묵이 이어질 경우에는 아이가 대화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루는 것이 좋다.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은 특히 잔소리에 민감하다. 대화를 한다고 앉혀놓고 잔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 들어주고 과거 일을 들춰내기보다는 앞으로 변화되었으면 하는 대안 위주로 이야기해야 한다.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끝까지 부모의 의견만을 관철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
Part-2. 부부대화법, 평소 대화를 자주 하는 게 가장 중요
TV의 부부문제 프로그램을 보면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생활하다가 이혼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왜 지금까지 서로의 마음을 몰랐었냐”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사 일로 바쁜 남편과 상대적으로 소외된 아내는 공통된 대화 내용을 찾지 못하고 서로에게 불만만 쌓여갔던 것이다.
부부대화운동 매리지엔카운터(ME)에서 강사로 자원봉사하고 있는 강수길씨는 “상대방이 갖고 있는 결점은 나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자신만 바뀐다면 상대방의 결점은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부부가 대화를 할 때는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로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진실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따라서 부부간에 대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화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우선 상대방의 말을 들어줘라.
대화를 잘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듣기부터 잘해야 한다. 대화 내용에서 의미를 잘 파악해야 상대방의 요구, 기대, 생각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들어주고 자신의 마음도 오픈시켜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그 차이를 조정하는 방법에 대하여 의논해야 한다.
▶대화에 임할 자세를 취하라.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는 일단 TV를 끄고 하던 설거지를 중단하는 등 성의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음”, “아”, “저런!” 등의 말로 잘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의 마음을 전달해라.
부부 사이에서 대화를 할 때 ‘나 전달법(I Message)’을 사용해야 한다. 나 전달법은 나의 입장에서 느끼는 것을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으로 “나는 ∼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전달하게 된다. 반면 ‘유 전달법(You Message)’은 상대방을 화자로 삼아 “너 때문이야”, “너는 왜∼”라는 말로 상대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 유 전달법이 아니라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런 말을 들으니까 나는 섭섭하다” 등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흥분한 상태라면 일단 환경을 바꾼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대화하지 않아야 한다. 감정이 격앙되어 해서는 안 될 말, 진심이 아닌 말 등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 일단 뱉어낸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집 밖으로 산책을 나가거나 목욕을 하는 등 환경을 바꾸는 게 좋다.
Part-3. 가족대화법, 공통된 경험을 많이 갖는 게 핵심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간에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만큼 가족간의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대화가 끊이지 않고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는 가정을 만들어보자.
▶정기적인 가족 모임을 갖는다.
1, 2주에 한 번 정도 가족 모임을 갖는다. 다 같이 등산을 가거나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야외로 나가는 등 정기적으로 특별한 이벤트를 가지는 것.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각자의 최근 생활이나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다. 중요한 건 특별한 사유가 인정받지 못하는 한, 그 시간만큼은 업무에 바쁜 아버지도 꼭 지켜야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게 더 신나는 아들도 어겨서는 안 된다. 어느새 다른 가족보다 더 많이 대화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가족이 되어 있을 것이다.
▶둘씩 짝을 지어 여행 간다.
가족 모두가 가는 여행도 좋지만 가끔은 엄마나 딸, 아빠와 아들 둘이서만 여행을 가보자. 아이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둘만의 은밀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 특별하다. 굳이 동성의 부모자식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가족 홈페이지를 만든다.
직접 말로 하기 쑥스럽다면 가족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신의 의견을 올리고 리플을 달아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다. 홈페이지에 가족뿐 아니라 친척들의 이야기도 올리면 가족간의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진다.
출처 : 리더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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