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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 당장 주식에서 손 떼시오”

풍월 사선암 2007. 7. 18. 08:23

“이런 분들, 당장 주식에서 손 떼시오”

‘개미들의 성격’으로 본 직접투자 성공과 실패


온종일 “얼마 됐나” 확인하는 분들… ‘새가슴’으로 돈 벌어도 불안한 분들

자신감이 너무 강하신 분들 … ‘주워들은 정보’로 투자하시는 분들


전국이 주식투자 열풍이다. 한국증권 김규용 상계지점장은 “주가가 오른다니 심지어 개인연금까지 해약하고 주식투자를 하러 오는 고객들도 있다”며 “60대 할아버지의 쌈짓돈마저 앞뒤 안 가리고 투자를 하려고 해 오히려 직원들이 고민할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 급상승에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수익’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분명히 주식투자를 잘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은 갈려 있다. 특히 펀드가 아니라 직접 투자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주식 투자자에게는 어떤 덕목이 필요할까.

 

 

◆당신은 하루에 몇 번 HTS를 보나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전략부장은 “일하는 컴퓨터에 HTS(홈트레이딩 시스템)를 깔아놓고 1분에 한 번씩 시세를 확인하는 사람이라면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은 오르면 언제 떨어질까 걱정, 내리면 언제 팔아야 할까 걱정,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언제 사야 하나 걱정 등, 수익이 나든 손실을 보든 하루 종일 걱정 속에서 산다. 정 부장은 “하루에 3번 정도 확인하면 적당하다”고 말했다.


◆당신은 얼마나 소심한가

김규용 지점장은 “지난 1월쯤 10억원을 들고 와 투자를 하신 분이 있다”며 “그런데 이분은 삼성중공업을 2만500원에 사서 2만1000원을 넘어가니 못 참고 팔아버렸다”고 말했다. 10억원을 넣고 2500만원의 수익을 얻은 뒤, 불안해서 바로 팔아버린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5만5000원이다. 너무 소심해서 수익을 내려야 낼 수 없는 사람인 것이다. 김 지점장은 “괜히 맘 졸이지 말고 은행에 넣어두라”고 조언했다.


◆당신은 자기 확신이 강한가

정의석 부장은 “대학 부근 증권사 지점에 가면 굉장히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며 “교수들의 수익률이 대학생 수익률보다 보통은 낮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투자 원칙은 필요하지만, 너무 자신의 지식에 자신감을 가진 나머지 남의 말에 귀를 막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교수들이 대표적이다.


◆당신은 주식투자로 벤츠를 사고 싶은가

우리투자증권 김종석 차장은 “일단 주식투자를 위해 빚을 얻는 사람들은 진짜 고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투자 부적격자로 보면 된다”며 “이런 사람들은 원금대비 수익률을 최소 300~400%로 보는 사람들로 티코를 벤츠로 바꾸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직접 투자의 정석은 주가지수보다 2~3%를 더 먹겠다는 생각으로 하는 것”이라며 “빚을 얻은 사람들은 부화뇌동 하는 경우가 많아 수익률도 훨씬 낮다”고 말했다.


◆당신은 찜질방에서 얻은 정보를 믿는가

김규용 지점장은 “최근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지점을 찾아 기아차 주식을 대규모로 매수했다”며 “기업 분석은 없이 찜질방이나 반상회 등에서 얻은 이야기로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특히 코스닥 바이오 기업 주식을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엔 대부분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5개 이상 체크되면 주식투자 하지 마라

삼성증권은 ‘직접투자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있다. (위 그래픽 참조) 5개 이상이면 절대 직접투자를 해서는 안 되는 투자자, 3~4개면 직접투자를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투자자, 2개 이하면 직접투자를 해도 성공할 수 있는 투자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50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 적격성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만든 질문지”라며 “주식투자는 감이 아니라 철저한 분석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조의준 기자 joyjune@chosun.com

입력 : 2007.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