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생이 아름다웠던 것처럼
詩 김미숙 / 낭송 이재영
솔 나무 우거진 오솔길
조용히 걷노라면
볼을 스치는 상큼한 바람일고
푸른 잎사귀 가만히 내려앉는다.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봄바람 따라 날아온 산새
푸드득 날갯소리 지칠 때
묵은 상수리 잎은 저만치 진다.
무거운 마음 끌어안고
가벼운 눈물 한 방울로 달래며
굳이 놓지 않았던 시간
이제 버려야 할 시간임을 안다.
나를 버려야 할 때임을 안다.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을듯한 정제된 시간
가슴속 밑바닥에 담아 놓았던
깊은 장맛 같은 묵은 정 끄집어내
흑백필름처럼 스치는 영상 앞에
감추려 애쓰는 만큼,
눈망울에 맺힌 이슬
푸르디푸른 하늘 속으로
무지개 되어 퍼진다.
무엇을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한가운데 잡아두리
놓아야 할, 보내야 할
끈끈한 정
몇 년의 세월이 흘러도 놓지 못해
수시로 들춰내는 빗장에 걸린듯한 그 무엇
이젠 놓으리라.
보내리라.
거니는 숲
이는 바람
솔가지 사이로 차고 드는
한줄기 빛 속에
울컥 솟는 가슴 벅참을 느끼며
그대 생이 아름다웠던 것처럼
나 또한 그 생을 쫓으리
저 수많은 잎사귀들처럼
고요한 이 숲 속에서
새로운 눈을 뜨리라.
푸르른 눈을 뜨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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