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그대 생이 아름다웠던 것처럼 - 김미숙

풍월 사선암 2007. 2. 24. 23:25

 

그대 생이 아름다웠던 것처럼

詩 김미숙 / 낭송 이재영


솔 나무 우거진 오솔길

조용히 걷노라면

볼을 스치는 상큼한 바람일고

푸른 잎사귀 가만히 내려앉는다.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봄바람 따라 날아온 산새

푸드득 날갯소리 지칠 때

묵은 상수리 잎은 저만치 진다.


무거운 마음 끌어안고

가벼운 눈물 한 방울로 달래며

굳이 놓지 않았던 시간

이제 버려야 할 시간임을 안다.

나를 버려야 할 때임을 안다.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을듯한 정제된 시간

가슴속 밑바닥에 담아 놓았던

깊은 장맛 같은 묵은 정 끄집어내

흑백필름처럼 스치는 영상 앞에

감추려 애쓰는 만큼,

눈망울에 맺힌 이슬

푸르디푸른 하늘 속으로

무지개 되어 퍼진다.


무엇을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한가운데 잡아두리

놓아야 할, 보내야 할

끈끈한 정

몇 년의 세월이 흘러도 놓지 못해

수시로 들춰내는 빗장에 걸린듯한 그 무엇

이젠 놓으리라.

보내리라.


거니는 숲

이는 바람

솔가지 사이로 차고 드는

한줄기 빛 속에

울컥 솟는 가슴 벅참을 느끼며

그대 생이 아름다웠던 것처럼

나 또한 그 생을 쫓으리


저 수많은 잎사귀들처럼

고요한 이 숲 속에서

새로운 눈을 뜨리라.

푸르른 눈을 뜨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