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차 한잔의 사색 / 황 청원

풍월 사선암 2007. 2. 20. 20:03

 

차 한잔의 사색 / 황 청원

 

여기 

순수를 따다 만든 차 있는데

무심으로 차 한잔 하시지요.

 

문밖 인기척에도 얽매이지 말고

방안 물끓는 소리에도 얽매이지 말고

눈에 보이는 차 색깔에도 얽매이지 말고

코에 느껴지는 차 향기에도 얽매이지 말고

혀에 닿는 차 맛에도 얽매이지 말고


누구의 찻그릇에도 얽매이지 말고

차 내는 사람에게도 얽매이지 말고

차 마시는 사람에게도 얽매이지 말고

너무 기쁜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너무 슬픈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오고 가는 세상사에도 얽매이지 말고

차의 그 순수만 마시면 되지요.


그래도 그냥 차 한잔하는 마음 허전하시면

산사의 노승은 찻잔에 차 꽃이나 띄워 마시지요 


풍경소리에는 귀 씻어주는 순수가 숨어 있고

차 꽃에는 찻잎 틔우는 순수가 숨어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