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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기업 이끄는 장인들의 특별한 자녀 교육법

풍월 사선암 2007. 1. 28. 15:49

‘자식 농사’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대를 이어 기업을 이끌어야 하는 명문 기업가들도 자식 교육은 기업 경영만큼이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배상면주, 샘표, 청풍 등 중견 기업인들의 자녀 교육법을 통해 성공적인 ‘자식 농사’ 비법을 찾아보자

 

정성과 도전의 철학 배상면家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뚝심을 키워라.

배상면 국순당 회장은 평생을 전통주와 누룩 빚기의 외길을 달려온 장인이다. 생화학을 전공한 장남 배중호 사장이 가업을 잇기 위해 전통주 연구에 뛰어들면서 마침내‘백세주’를 탄생시켰다. 모든 일에 정성을 기울이면 반드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경영철학은 이들 부자의 숱한 실패와 도전에서 견고해졌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을 추진하라.

배상면 회장은 자녀들에게 항상 실수를 인정하라고 가르친다. 난관에 직면했을 때는 우선 사실 자체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실수를 모면해보려고 미봉책을 쓰면 더 큰 변화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삶 자체가 고난과 도전의 연속이었던 그는 실패는 돈으로 살 수 없는 밑거름이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나는 실수하지 않는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되뇌며 자신감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치열하게 대화하고 토론하라

배중호 사장은 자녀 교육의 첫 원칙으로 이해를 꼽는다. 요즘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최신형 MP3 플레이어를 구입해 최신 음악을 들을 정도로 자녀와의 의사소통을 중요시 여긴다. 대신 자녀하고도 치열하게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자녀를 이해하게 되면 모든 의사 결정을 자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의사 결정에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판단 능력을 키워주려는 의도인 것이다

 

자립심과 신용의 힘 청풍家

과감한 실행이 성공의 관건이다.

국내 대표적인 공기청정기 업체인 청풍의 최진순 회장은 깐깐하고 치밀한 경영으로 튼실 있는 기업을 이끌고 있다. 네 딸을 키운 자녀 교육법도 비즈니스만큼이나 원칙적이다. 철저한 자립정신과 과감한 실천력을 강조하는 최 회장의 호랑이 교육법.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스스로 해라.

최진순 회장은 자녀들에게 절대 용돈을 넉넉하게 주지 않는다. 어학연수 가는 딸에게 용돈 대신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잔뜩 싸준 아버지다. 현지에 가서 물건을 팔아 용돈을 스스로 마련하라는 가르침이다. 대학 등록금도 모두 아르바이트를 통해 충당하라고 할 정도였다. 자립정신과 돈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해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만든 고육책이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기르는 것은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기업들이 가세한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청풍이 대를 이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는 청풍의 CEO인 윤정씨가 아버지로부터 배운, 어려움 속에서 빛을 발하는 ‘강한 의지력’ 덕분인 듯하다.


빵점 아빠지만 백점 경영자 선배

청풍의 경영을 맡고 있는 최윤정 부회장이 회고하는 아버지는 ‘독불장군’이다. 무엇을 시키든지 명령조일 정도로 매우 엄한 아버지였다. 하지만 그녀는 아빠로서는 ‘빵점’이지만 대신 인생의 스승이자 경영자의 선배로서는 ‘백점’이라고 말한다. 다정다감한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딸이 인생의 멘토로 여길 정도로 일에 관한 멋진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최 회장은 틈만 나면 ‘한 우물을 파라’와 ‘정직하라’는 두 가지 인생 지침을 강조했다.


21세기형 인재의 요람 안철수연구소家  

세상을 보는 넓은 눈을 키워라

종합 보안 업체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이사회 의장. 그는 자녀 교육의 큰 줄기로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든다. 안 의장에게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 준 분은 그의 부모였다. 안 의장의 부모는 무슨 일을 하든 ‘남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라’고 가르쳤고 늘 스스로 몸소 실천하였다.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라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이해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흑백논리를 경계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는 자세를 갖고, 항상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자녀 교육 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회사를 경영할 때도 중요한 철학이 된다. 조직의 구성원이 되면 그 회사의 핵심 가치나 기업 문화를 준수해야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개개인의 성격, 기질, 취향은 항상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직원들의 개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편이다.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라

부모의 가르침은 자녀의 인생에 이정표나 나침반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길을 만드는 것은 순전히 자녀 자신의 몫이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살려주면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의 경쟁력은 개성에서 우러나오는 상상력과 창의력이다. 자녀 스스로 접해보고, 원리를 찾아보고 수행해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사실 이는 부모의 입장에선 매우 힘든 노릇이다. 자칫 버릇없는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이가 자유로운 상상력을 키울 수 있을 정도면 족하다. 아이들의 질문을 흘려듣거나 귀찮아하지 말고 귀담아들어주는 태도도 중요하다.

 

자율 교육과 짠돌이 가풍 샘표식품家

부모의 행위와 몸에서 배우게 하라

국내 간장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샘표식품은 창업주인 고 박규회 회장을 거쳐 지금의 박승복 회장과 아들 박진선 사장에 이르기까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대표적인 가족 기업이다. 철저한 절약 정신과 자율 교육은 내실 있는 기업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자녀는 부모의 그림자를 밟는다

박승복 회장은 지금도 달력 뒷면을 사용해 메모하는 것을 즐긴다. 늘 스스로 아껴 쓰는 자세를 생활화한 선친을 보고 자연스럽게 배운 것이다. 박 회장의 이런 ‘뒷모습’은 아들 진선씨가 다시 대물림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96년식 차를 타고 다녔던 것. 무려 40만km를 뛴 차였다. 부모가 끈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몸소 자녀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줄 때, 자녀는 든든한 믿음을 가지고 사회에서 필요한 인격과 가르침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게 하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일일이 가르치기보다는 말없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샘표 집안의 교육 비결이다. 또한 어릴 적부터 몸으로 직접 체험해 다양한 가치관을 갖게 하는 것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