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맛집,음식

코끝 '찡' 알싸한 맛 홍어

풍월 사선암 2006. 11. 4. 10:49

 

코끝 '찡' 알싸한 맛 홍어  


홍어회는 전남 목포지역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홍어를 잘 씻어 자른 후에 삼베에 싸서 장독에 넣고 숙성시키면 코를 찌르는 쿰쿰한 썩은 냄새에 처음 먹는 사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홍어는 삭힐 때라도 신선한 것이라야 비린내가 없으며 달고 꼬들꼬들하며 삭힐수록 톡 쏘는 매콤한 맛이 강해지고 살이 부드러워진다.


항아리에 넣고 삭힐 때 생기는 점액은 그대로 둬야 하며, 삭혀서 찜을 하려면 겨울에는 1주일,봄과 가을에는 3∼4일 삭힌 후에 마른 수건으로 점액을 잘 닦아낸 후 쪄야 한다. 홍어는 수컷 한 마리와 암컷 한 마리가 교미하는 일부일처(一夫一妻)제이며 암놈이 크고 맛도 좋다. 만만한 것이 홍어 X

 

홍어는 오래전부터 한국인들이 즐겨먹고 있는 수산물이다. 홍어 수컷은 교미 때 2개의 대롱 모양의 생식기를 통해 정액을 암컷 생식기로 집어넣는다. 홍어 생식기는 몸 크기의 1/3∼1/5 정도로 꼬리 양쪽으로 보기 싫게 늘어져 있고 가시가 붙어있다.


옛날 뱃사람들은 잘못하면 홍어 생식기 가시에 손을 다치게 될 뿐만 아니라 요리해 먹을 수도 없으므로 잡히면 제일 먼저 칼로 쳐 없애버렸다.

이런 조업형태에서 유래돼 홍어 생식기를 만만한 사람에 빗대어서 '만만한게 홍어X'이라는 비속어가 있다.


홍탁삼합

홍어회는 묵은 배추김치와 돼지고기를 안주로 탁주 한 사발과 함께 먹는 홍탁삼합(洪濁三合)이 제격이다. 풍류를 아는 사람은 이렇게 먹어야 술맛이 제대로 난다고 한다. 처음에는 지리고 매운 냄새에 눈살을 찌푸리고 물러서지만 일단 맛을 들인 사람은 꼭 다시 찾는다. 홍어회 한 점을 입에 넣고 숨을 깊게 들이 마시면 지린 냄새가 콧구멍을 뚫고 나오면서 체증이 송두리째 뽑히는 느낌이 든다. 또 혀끝에 도는 알싸한 맛과 목과 코를 자극하는 썩은 냄새는 홍어회만이 갖는 독특한 매력이다.


감기로 귀가 멍하도록 꽉 막혀 있던 코가 펑하고 뚫리는 홍어회의 감기에 대한 약효는 의약분업으로 구하기 힘든 감기약 대용으로 일품이며,고춧가루와 마늘을 듬뿍 넣고 끓인 홍어국의 코끝을 쏘는 매운맛과 시원한 국물 맛은 몽둥이찜질을 당한 듯한 욱신거리는 몸살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다. 그리고 꾸들꾸들 말려서 찜을 해 먹으면 쫀득쫀득한 살과 홍어의 톡 쏘는 풍미를 함께 맛볼 수도 있다.


전남지방에서는 관혼상제에 홍어회가 빠지면 안 될 정도로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귀한 고급식품으로 인식돼 있다. 필자도 홍어회 맛을 알고부터는 일식집에 가면 일부러 주문해 지린 냄새가 콧구멍을 통해 나오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과 같은 오묘한 맛을 즐기곤 한다. 톡 쏘는 맛 암모니아와 TMA 판새류 또는 연골어라고 부르는 상어와 가오리류는 일반적인 경골어류와 달리 삼투압조절에 필요한 요소(尿素)와 TMAO(트리메틸아민산)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살중의 요소는 죽은 뒤 암모니아로 변해 악취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TMAO는 세균이 갖고 있는 TMAO 환원효소에 의해 TMA(트리메팅아민)로 되며,TMA는 어육의 선도가 떨어질 때 나오는 냄새성분이다.


생선이 부패하기 시작할 때 암모니아 및 TMA가 생성되며,이 생성량이 부패 초기의 선도지표로사용된다. 일반 경골어의 암모니아는 선도저하에 따른 부패세균이 어육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나오는 것이지만 상어와 가오리에 생성되는 대부분의 암모니아는 단백질 분해가 아닌 요소로부터 생성되는 암모니아이므로 부패가 아니다.

 

단백질은 분해되지 않았으므로 홍어회는 오돌오돌한 씹힘이 남아 있다. 따라서 부패한 냄새는 나지만 회(膾)로 불리는 것이다. 그리고 상어와 가오리살에는 TMAO 함량도 많기 때문에 TMA 생성량이 많아 암모니아와 더불어 독특한 자극적인 냄새를 내게 마련이다. 경골어인 고등어 살에는 요소는 없고 TMAO가 0.03%인데 반해 상어와 가오리 살에는 요소가 약 2%,그리고 TMAO가 약 1.5% 함유돼 있는 특성을 이용,전남지역 특산품인 홍어회를 만든다.


왜 홍어를 고급어종으로 취급하는가

수입수산물을 분류할 때 홍어와 가오리를 구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판정기준이 전 세계에 통용된다. 홍어는 마름모꼴로 어깨부위가 각이 지며 굵은 꼬리 상단에 등지느러미가 2개 있는 반면가오리는 원형 또는 오각형 꼴로 어깨부위가 둥그스름하고 길고 가는 꼬리 가장자리에 가시가 1∼2개 있는 것으로 형태상 구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모양이 거의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으며 외관상 구분이 가능한 꼬리와 등뼈를 뺀 가공품은 구분이 불가능하다. 연근해 수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홍어는 35%의 높은 조정관세가 부과되지만 가오리는 기본관세10%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수입업자들이 홍어를 가오리로 속여 들여오는 사례가 많다. 홍어를 가오리로 속이고 수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어가 가오리보다 고가로 거래되기 때문이라면 홍어가 고가로 거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회로 만들었을 때 홍어 살에는 가오리 살보다 요소 및 TMAO의 함량이 많아 톡 쏘는 정도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홍어회를 먹어보면 냄새가 강한 것과 약한 것이 있는데 이것은 홍어회를 삭히는 방법보다는 원료에 들어 있는 요소 및 TMAO의 함량 차이에 따른 것이다.


<조영제(趙永濟) 부경대교수·생선회협회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