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좋은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풍월 사선암 2006. 5. 24. 12:34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자주 옷을 빨면 쉽게 해진다는 말에

빨려고 내놓은 옷을 다시 입는

남편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도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깨울까 말까 망설이며

몇번씩 시계를 보는 아내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꽃 한 송이 꺽어다 화병에 꽂고 싶지만

이제 막 물이 오르는 나무가 슬퍼할까

꽃만 쓰다듬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딸아이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옷가게에 가서 어울리지 않는 옷

한 번 입어 보고는

그냥 나오지 못해 서성이며 머리를

긁적이는 아들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봄비에 젖어 무거워진 꽃잎이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질까 봐

물기를 조심스럽게 후후 불어내는

소녀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 버린

그 한마디 말 때문에

헤어지고 싶지만 떠나지 못한채

약속 장소로

향하는 여인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아이의 거짓말에 회초리를 들었지만

매 맞는 아이보다 가슴이 더 아파

회초리를 내던지고 아이를 끌어안는

어머니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가볍게 업을 수 있지만 업어 주면

몸이 더 약해져

다시는 외출을 못하실까 봐,

등굽은 어머니의 작고 힘겨운

보폭을 맞추어 걷는

아들의 마음은 여리지만 아름답습니다.


- 좋은 생각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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