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명상글

세상 일에 깊이 빠져들지 말라 / 채근담

풍월 사선암 2006. 5. 19. 22:46

 

세상 일에 깊이 빠져들지 말라.


涉世淺섭세천하면 點染亦淺점염역천 하며 歷史深역사 심하며 機械亦深기계역심

이라 故고로 君子군자는 與基練達여기연달로는 不若朴魯불약박로하며 與其曲謹

여기곡근으로는 不若疎狂불약서광이니라.


語譯어역:세상 일에 깊이 빠져들지 않으면 그만큼 때 묻지 않을 것이고, 세상일에 경험이 깊으면 남을 속이는 재주 또한 깊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은 능란하기보다는

차라리 소박한 것이 낫고 치밀하기보다는 오히려 소탈한 편이 낫다.


누군가는 세상을 불붙는 집이라고 한다. 뱀은 밖에서 노리고 있고 구더기는 안에서 들끓는다고 했다. 세상일이란 도무지 예측하기가 어렵고 견뎌 내기가 또한 어렵다는 예기일 것이다 그 세상이란 것이 바로 사람끼리 모여 사는 사람들의 삶터인 것이다.


소크라테스마저 그토록 지독한 세상일에 지친 나머지 죽을 무렵에 이르러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산다는것은 오랜 병을 앓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는 의신(醫臣) 아스크라오피스 님에게 닭 한마리를 빌리는 폭이다."


세상이란 원래 사람이 살고 있는 온누리를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또 절이나 수도원 또는 감옥 등의 사회 안에서 일컫는 바깥 사회를 세상이라 한다. 그 세상일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로 융화하고 부대끼고 싸우고 울고 웃으며 지낸다. 그래서 세상일에 깊이 빠져들지 않으면 그만큼 때 묻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희승은 그의 수필에서 사람을 정리 했다. "사람이란 대체로 묘한 존재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우선 묘하고,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묘하고, 그러면서도 무엇을 생각하려고 하는 것이 묘하고, 백인백색으로 얼굴이나 성미가 다 각각 다른것이 또한 묘하다. 모르면 약이요. 아는게 병인데도 아는 체하는 것이 묘하고, 뛰는놈 위에 나는 놈이 있건마는 다 뛰려고 하는 것이 묘하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삶터에서 자신만의 손짓과 발짓을 서슴없이 내뻗는다. 오직 살기 위하여 살아남기 위하여 그들이 꾸밀 수 있는 모든 것을 꾸며 낸다. 자기를 짐승처럼 만드는 인간은 어쩌면 인간이라는 고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괴테가 말했다. "구름 속을 아무리 보아도 거기에는 인생이 없다. 반듯하게 서서 자기 주위를 둘러보라! 자기가 인정한 것을 우리는 붙들 수가 있다. 귀신이 나오든 말든 나의 길을 가는데에 인생이 있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에는 고통도 있으리라. 행복도 있으리라. 어떠한 경우에도 인생은 완전한 만족이란 없는 것이다. 자기가 인정한 것을 힘차게 찾아 헤메는 하루하루가 인생인 것이다."


그대의 삶을 너무 지나치게 조이지 말라 조금은 느슨한 대로 그대 자신을 담아 두라. 그러면 스스로를 넉넉히 바라볼 수가 있고 그대 삶터에는 그대 몫인 여유와 소박한 운기가 흐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