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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하려는 과욕이 불행을 낳습니다 - 정진석 추기경

풍월 사선암 2006. 2. 23. 09:29

"독점하려는 과욕이 불행을 낳습니다"

鄭추기경 월간조선 인터뷰(요약)


서울대 공대 다니다 6·25때 ‘죽음 체험’ 뒤늦게 신학교 입학 39세에 최연소 주교 우리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주어진 하루를 성실히 개인을 위해 살지말라”


월간조선 2월호는 신년 초 정진석 추기경을 서울 명동성당에서 단독으로 만나 가진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정 추기경은 “생명을 과학에 맡기는 것은 인간의 탐욕에 생명을 내주는 일”이라며 “학교 선택권을 줘야 사학(私學)의 본래 의미가 산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 22일 정진석 서울대주교의 추기경 서임 발표가 있고난 뒤 김수환 추기경과

손을 맞잡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최순호, 이진한 기자

 

◆6·25 체험이 사제의 길로 인도


―1950년 서울대 공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다가 6·25를 만나 국민방위군으로 소집돼 거대한 죽음의 행군을 보신 경험 때문에 사제의 길을 걸으신 것으로 압니다.


“원래 발명가가 꿈이라 공대에 입학했습니다. 국민방위군에 소집돼 남한강을 건널 때 얼음이 견디질 못했어요. 제가 건너간 뒤 얼음이 그만 꺼져 버렸어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제 뒤에서 아우성치며 빠져 죽는 광경을 고스란히 목격했습니다. 겨우 몇 분 차이로 그렇게 됐습니다. 그게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첫 체험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어디로 가셨나요.

 

“경북 안동인지, 의성인지를 산길을 타고 가는데 제 앞에 가던 사람이 지뢰를 밟았어요. 그래서 또 한 번 죽음을 체험했습니다.”


―전쟁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전쟁 무기가 다 발명품이잖아요. 문득 발명한다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니다, 마음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학도를 꿈꾸던 청년이 사제로 가는 계기가 된 셈이군요.

 

“아는 신부님을 찾아갔어요. 죽음에 대한 체험이 강력한 모티브가 된 셈이지요.” (정 추기경은 성신대(지금의 가톨릭대)에 들어가 1961년 사제 서품을 받고 서울대교구 중림동 본당 보좌신부로 첫발을 내딛는다. 성신고 교사로 7년간 재직한 뒤 이탈리아 로마의 우르바노대학 대학원에 진학, 교회법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귀국한다. 1970년 당시 39세의 나이로 최연소 주교 서품을 받는다. 기자들이 추기경의 어머니를 찾아가자 ‘감사, 감사, 감사’란 세 마디 말을 하고 기절했다는 일화가 있다.)


◆생명 윤리와 북한 문제


―황우석(黃禹錫) 교수 사태를 낳은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합니까.


“가톨릭에서는 수정체도 인간이라고 봐요. 미래의 인간, 가능태의 인간입니다. 수식어만 붙었지 인간이에요.”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임하고 계신데요. (정 추기경은 1998년 6월30일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되면서 자동으로 ‘평양교구장 서리’로 임명됐다.) 김일성·김정일 체제하에서 종교가 말살되고 주민들이 노예처럼 살아가는 데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말씀드리기가 괴로워요. 북한 주민들이 불행하다는 말을 들을 때 참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도와야죠. 천주교에서 지금까지 식량과 비료를 지원하고 국수공장도 차려 주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북한 주민 자신들이 먹고 사는 방법을 개척토록 해야지, 남이 도와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개정 사학법과 전교조 비판


―가톨릭이 이번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국·공립학교는 국가가 세워 운영하니까 국가가 이끌어 가야 하지만, 사립학교는 사립의 자율을 인정해 줘야 됩니다. 이런 방향으로 사학법을 개정해서 사학 비리가 근절이 되느냐 하면 저는 회의적입니다. 사학이 비리를 저지르면 존립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면 됩니다. 그게 뭐냐 하면, 바로 학교 선택권입니다.


―지난해 2월 19일 김진표(金振杓) 부총리를 만나서 새 사학법이 ‘공산주의적 통제’를 강요한다고 하셨던데.

 

“말 그대로입니다.”


―새 사학법이 발효되면 어떤 점이 불편하십니까.

 

“전교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네요. 15년 전 전교조가 출범할 당시 그들의 말에 옳은 게 있었어요. 다 옳지는 않더라도 그 중 옳은 게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오늘날 전교조가 변질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론이에요. 변질됐다는 단적인 예가 교사 평가를 거부한 거예요.”

 

 

▲ 바티칸에서 정진석 서울대주교의 추기경 서임 발표가 있는 22일 오후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신도들의 표정이 밝다. /최순호 기자

◆젊은이에게 들려주는 말


―삶의 지표로 삼는 경구가 있으면 들려 주십시오.

 

“평범해요. 제게 주어진 하루를 성실하게 사는 겁니다. ‘내년에 교구를 어떻게 이끌까’ 하는 멀리 바라보는 생각도 하지만, 개인적인 삶은 오늘 하루 주어진 이 시간을 가장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인터넷을 잘하십니까.


“겨우 유치원생 수준입니다.(웃음)”


―젊은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들려주세요.

 

“‘너 개인을 위해 살지 말고 많은 사람에게 유익이 되는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교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대학입시에 모든 시간을 낭비하니까 제일 안타까워요. 그때가 인생의 꿈을 키우는 중요한 시기인데 시험 보는 기계로 만듭니다. 가슴 아픈 일이에요.”


◆양극화 문제


―양극화 문제가 어느 때보다 심합니다.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이 늘어날수록 교회의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 아닙니까.

 

“교회의 근본정신은 ‘지구가 하나’라는 겁니다. 지구는 공유재산입니다. 지구는 한계가 있잖아요? 혼자 독점하려는 과욕과 탐욕이 불행을 낳습니다. 가능하면 서로가 나눠 써야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죽을 때 다 놓고 가잖아요? 맨손으로 태어나서 알몸으로 가는 게 인간입니다. 그것을 모든 사람이 항상 자각하고 살아야 합니다.”


추기경은 

교황 바로 아래 서열 국가원수 준해 예우. 추기경(樞機卿·cardinal)은 ‘돌쩌귀’란 뜻의 라틴어 ‘cardo’에서 유래됐다.

교구의 중추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었지만, 현재는 교황을 보필하고 자문에 응하며 교황 선출권(만 80세 미만 추기경의 경우)을 가진 교황 바로 아래 서열의 성직자를 뜻한다.

교황청 내 각종 위원회 등 기구에 참여해 교황과 함께 전 세계 천주교 정책 등을 결정한다.

종신제이며 교황청에 상주하지 않아도 바티칸시국의 시민권을 갖는다.

복장은 순교의 피를 상징하는 진홍색 수단(사제의 예복)을 입으며 양말도 빨간색을 신는다.

외국 방문 시에는 국가원수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다.


김태완 월간조선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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