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옷 한벌 못사도 행복합니다” 99세 참전용사 부부의 선행
국가무공수훈자 주관섭 할아버지와 부인 백영순 할머니.
6·25 참전 국가유공자인 99세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모은 수당 2000만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성금으로 기부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주관섭(99) 할아버지와 백영순(80) 할머니 부부는 8일 직접 제주 서귀포시를 방문해 2000만원을 기탁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부부는 지팡이를 짚으며 한발 한발 느리게 걸었지만 표정은 무척 밝고 따뜻했습니다.
부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뉴스와 기부 소식을 계속 접하면서 성금 기탁을 결심했습니다. 알뜰하게 모아온 돈을 좋은 곳에 쓰고 싶었습니다.
주 할아버지는 “그동안 나라에 도움만 받고 살아왔다”며 “코로나19 사태로 힘들어하는 취약 계층을 보면서 내가 받은 사랑을 되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주 할아버지의 고향은 북한인데 6·25 때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이후 나라를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국군으로 참전하면서 국가무공수훈자 인정을 받았습니다. 또 서울에서 백 할머니를 만나 결혼생활을 하다가 제주로 내려왔죠.
사실 두 분의 형편도 넉넉하진 않습니다. 국가유공자에 기초생활수급자인 어르신 부부는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유공자 수당과 생활비 지원금으로 빠듯하게 생계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백 할머니는 “옷 한 벌 사 입을 형편도 못 되지만 그동안 알뜰하게 저축한 돈을 필요한 곳에 쓸 수 있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웃어 보였습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돕고 싶다”는 주관섭·백영순 부부의 말에선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부부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3월엔 제주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400만원을, 서귀포시 동홍10통 노인회에 100만원을 기부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해 왔습니다.
양윤경 서귀포시장은 “고령의 나이에 경제적 형편도 어려우신데 이웃사랑을 실천하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며 “어르신의 선행이 널리 알려져 더불어 사는 사회의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고령에도 멋지게 선행을 계속하는 두 분을 보니 선행을 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오늘의 실천이 가장 중요한 것이겠죠.
요즘은 세상에 온통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일만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힘들 때일수록 가끔씩 들려오는 따뜻한 소식에 희망을 얻게 됩니다. 모두가 두 분처럼 마음을 보탠다면 우리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국민일보 2020.04.09. 서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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