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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풍월 사선암 2020. 2. 14. 09:28



[정동칼럼]민주당만 빼고


[정동칼럼]민주당만 빼고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정치학 박사

 

신임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수족을 자르고 야당은 그런 장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했다. 대검 선임연구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기소를 막은 직속상관에게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지시를 수차례 거부했다. 여당은 공수처법에 이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마저 통과시켰고 야당은 다가오는 총선 공약으로 공수처법 폐지를 걸었다. 서초동 촛불집회는 올해도 열렸고 3·1절에는 보수교회를 중심으로 광화문집회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정권 내부 갈등과 여야 정쟁에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총선이 코앞이지만 가까운 사이라도 정치 얘기는 금물이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고 공복이어야 할 국회의원이 상전 노릇한 지 오래다. 그래도 선거 때가 되면 없던 관심도 생기고 배신당할 기대도 또다시 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것 같다. 깊어진 정치 혐오가 선거 열기도 식히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도 행정부가 균열을 보이고 국회가 운영 중인데도 여야를 대신한 군중이 거리에서 맞붙고 있다. 이쯤 되면 선거는 무용하고 정치는 해악이다.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은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처신은 처음부터 예견돼 있었는지 모른다. 지난 촛불집회의 성과를 국민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누적인원 1700만명이 거둔 결실을 고스란히 대통령선거에 갖다 바쳤다. 20161029일 시작된 집회는 2017429일의 23차까지 이어졌다. 59일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를 열흘 앞둔 날이었다. 주최 측은 우리가 대통령선거 날짜 앞당기자고 촛불 들었냐?”장미대선 No! 촛불대선 YES!’를 외쳤다. 하지만 촛불의 여망을 선거에 담는 순간 모든 것은 문재인 후보를 위해 깔아놓은 주단 길에 다름없었다.


지금 여당은 4·15 총선 승리가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외치지만 민주당은 촛불의 주역이 아니었다. 19876월항쟁에서 야당인 통일민주당은 항쟁지도부인 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해 대정부협상을 주도했다. 그러나 2016년 말 민주당의 역할은 다른 야당들과 함께 촛불시민들의 요구를 사후적으로 수용해 탄핵안을 가결시키는 데 그쳤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청와대에 단독 영수회담을 제의해 논란이 됐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탄핵 사유에서 세월호 7시간을 빼야 탄핵 가결표를 던지겠다는 당시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과 협상에 나섰다.


2016년 겨울, 국민들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정치권력에 대해 상전 노릇을 할 수 있었다. 19604월혁명과 19876월항쟁 때도 국민의 힘으로 독재정권을 물러나게는 했다. 그러나 야당까지 포함한 정치권력 전체가 국민의 요구에 굴복한 일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촛불시민들은 정당을 포함해 일체의 권위를 부정하고 자신의 행동과 스스로의 힘만을 믿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역전됐다. 정당과 정치권력이 다시 상전이 됐다. 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정권 유지에 동원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한줌의 권력과 맞바꿔지고 있다.


우려는 촛불집회 당시에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 쒀서 개 줄까염려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선거 외에는, 야당을 여당으로 바꾸는 것 말고는 기대와 희망을 담을 다른 그릇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2017 촛불권리선언으로 이어졌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재벌개혁은 물 건너갔고 노동여건은 더 악화될 조짐이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 ‘노동존중구호가 재벌존중으로 바뀌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싸우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선거에만 매달리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더 이상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 과정의 달콤한 공약이 선거 뒤에 배신으로 돌아오는 일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배신에는 국민도 책임이 있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최악을 피하고자 계속해서 차악에 표를 줬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렇게 정당에 길들여져 갔다. 이번에는 거꾸로 해보자.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투표하자.


경향신문 입력 : 2020.01.28 20:28



"나도 고발하라"

 

민주당이 정부 비판 칼럼 쓴 진보성향 교수 고발하자

진중권·김경율 등 "표현자유를 억압, 우리도 고발하라"

 

진보인사들 "민주당, 파시스트 정당 되려하나"

88만원세대 저자 우석훈 등

"나도 이전 정부 비판 많이 했는데 MB·박근혜 정부, 고발한 적 없어"

이낙연, 뒤늦게 고발취소 건의

 


경향신문 1월 29일자 31면에 실린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경향신문 129일자 31면에 실린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칼럼.


더불어민주당이 자기 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진보 성향 대학교수와 해당 칼럼을 게재한 신문사 담당자를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정당이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 신문 칼럼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이에 대해 진보 진영에선 "진보를 표방하는 현 정권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진보 진영 대표 인사들은 '민주당만 빼고 (찍자)' '나도 고발하라'며 잇따라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그의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 담당자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법률위원회 검토를 거쳤다""우리 당을 떨어뜨리려는 선거운동으로 보인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임 교수는 지난달 29일 자 '민주당만 빼고'란 제목의 칼럼에서 "촛불 집회 당시 많은 사람이 '죽 쒀서 개 줄까' 염려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정권 유지에 동원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한 줌의 권력과 맞바꿔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했다. 임 교수는 노동·인권 운동에 관심이 많은 진보 성향 학자다. 2013'경기동부연합의 기원과 형성, 그리고 고립'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기동부연합은 이른바 NL(민족해방) 계열 운동권 분파다.

 

임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자신을 고발한 사실을 알리면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 압도적 지지를 당부했다. 당선 운동은 되고 낙선 운동은 안 된다는 얘긴가"라며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 지난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 민주당의 완패를 바란다"고 썼다.

 

▲임미리, 진중권, 김경율, 우석훈


그러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진보 인사들은 이날 줄줄이 "나도 고발하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이라며 "리버럴 정권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여러분, 민주당은 절대 찍지 맙시다"라고 했다.


참여연대 김경율 전 집행위원장은 "임 교수의 한점 한획 모두에 동의한다. 한줌 권력으로 나를 고발한다면 얼마든지 임 교수 주장을 반복할 것"이라고 했다. 민변 소속 권경애 변호사도 "임미리 선생님과 경향신문을 고소했다고? 민주당만 빼고 찍어 달라고 아예 고사를 지내신다"'NO 민주당. 보이콧 파시스트. 믿지 않습니다. 뽑지 않습니다'라는 이미지를 첨부했다.

 

'88만원 세대' 공동 저자인 박권일 사회평론가는 "민주당의 방약무도(傍若無道·도리를 모르고 함부로 날뜀)가 넘치다 못해 기본권마저 파괴하고 있다""민주당은 기어코 전체주의 정당 내지 파시스트당으로 가려는 건가"라고 했다. 같은 책 공동 저자이자 진보 성향의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대표 우석훈 박사도 "이런 건 진짜 아니다"라고 했다.


우 박사는 "내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참 많이 한 사람인데, 이명박이 광우병 촛불집회 때 (내게) 이를 갈면서도 고발하지는 않았다""박근혜도 (내게) 엄청 신경질 냈었다고 하는데도 고발당한 적은 없다"고 했다. '황해문화' 전성원 편집장도 "고발하다니 이건 도가 지나치다. 나도 함께 고발해다오"라며 "그동안 나도 당신들을 비판하지 않았나. 내 비판은 듣기 좋은 자장가로 들렸단 말인가"라고 했다.

 

정치권 내부 논란도 이어졌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은 "힘 있는 집권 여당이 표현의 자유와 국민 알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누가 보호한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도 "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국가가 처벌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던 역사가 민주 진보 진영의 시작점이었다""고발을 취하하라"고 했다.

 

국민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다물어민주당'"이라고 했다. 안철수 창준위원장은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 것은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나도 고발하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너무 옹졸한 모습으로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파문이 커지자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전 총리는 윤호중 사무총장에게 '고발을 취소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윤 사무총장은 '우리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최근 이와는 별도로 고소·고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자유한국당의 자매 정당인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와 조훈현 사무총장 내정자를 정당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민 의사를 왜곡해 자유로운 정당 선거를 방해한다"는 이유를 댔다. 지난 4일엔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조선일보 입력 2020.02.1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