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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이월로 정시 50%까지 늘어날 듯…학종 무력화로 대학들 고심

풍월 사선암 2019. 11. 30. 23:02

수시 이월로 정시 50%까지 늘어날 듯학종 무력화로 대학들 고심

 

|SKY 등 서울16국고사업 자격으로 '정시40% 이상' 제시

타대학에 도미노 현상학종·교과전형과 차별성 줄어 매력

정시 비중 적은 서울대·고려대 부담 커…변별력 확보도 관건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르면 SKY 등 서울 16개 대학이 수능위주 정시전형을 40%까지 늘릴 경우 정시로 대학에 가게 될 학생 수는 2021학년도 기준 14787명에서 2412명으로 5625(38%) 늘어나게 된다.


교육부가 28일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논술전형 비중이 높은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2023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늘리도록 하면서 전형 비율을 두고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번 정시 확대 대상으로 호명된 대학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나 논술위주 전형 쏠림이 모집인원 45% 이상을 차지하는 대학들이다.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해 건국대 경희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이 포함됐다.

 

SKY 등 서울 16개 대학이 수능위주 정시전형을 40%까지 늘릴 경우 정시로 대학에 가게 될 학생 수는 2021학년도 기준 14787명에서 2412명으로 5625(38%)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등을 충족하지 못해 정시로 이월되는 학생 수까지 합치면 50%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중론이다.

 

물론 학생 선발은 대학 자율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시 40% 이상 확대' 등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16개 대학이 손잡고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최근 대학들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 만큼 국고사업인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 참여자격과 연계한다면 대학들이 정부 정책을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는 당장 2022학년도부터 30% 이상인 35%, 2024학년도부터 40% 이상을 정시로 선발하라는 단계별 확대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정시로 38.7%를 선발하는 한국외대의 경우 부담이 없지만, 고려대는 18.4%, 서울대는 21.9%를 정시로 선발했기 때문에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서울대와 고려대는 논술 위주 전형도 없기 때문에 학종 선발비율을 줄일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학종으로 78.1%, 고려대는 학종 47.5%·교과전형 27.8%로 선발한다.

 

올해 559억원이었던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을 통해 각 대학은 10억원 내외의 지원을 받아 입학사정관 인건비 등에 사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업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평가지표나 예산 활용 항목 등을 전면 재설계할 방침이다.

 

문제는 정시 확대가 단순히 전형비율을 늘리고 줄이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에는 학종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학종에서 주로 평가했던 학생부 비교과영역, 즉 자율·동아리·봉사·진로활동 기재를 2024년부터 대폭 축소 반영한다는 것이다.

 

학종 취지가 학생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참여해온 다양한 활동을 살펴보기 위한 전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과 외 사항을 전부 반영하지 않게 되면 사실상 내신성적 위주의 학생부교과전형과 차이가 대부분 사라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학생부에서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를 단계적으로 필수화하고, 기재 표준안을 만들어 2020년부터 보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학은 학생선발을 위한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고른기회전형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을 10% 이상 의무화하는 내용도 대학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정원내·정원외로 나눠 선발하는 고른기회전형의 경우 자격요건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지 않고 미달되는 사례가 나오더라도 정시모집으로 이월하지 못하면 미충원 사태까지 불거질 수 있다.

 

박태훈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국민대 입학처장)"학종과 학생부교과전형 간 차이가 크게 줄면서 대학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강화하거나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발표로 인해 학종을 포기하는 대학이 나올 수도 있다"고 봤다.

 

박 회장은 "고른기회전형 역시 수시모집에서 남는 정원을 정시모집 일반전형으로 이월 선발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등록 2019-11-28 12:36:12 



한국 대학은 16개면 충분한가


 

교육부가 28일 전국 4년제 대학 16곳을 콕 찍었다. 앞으로 대입 정시모집 선발비율을 40%까지 높이라고 요구했다.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3학년도 대입까지 단계적으로 수능 선발 비율을 올려야 한다.  


교육부가 정시 40% 확대 요구 대학 / 천안권까지 학생 미달 현실 보여줘


한국의 4년제 대학 수는 총 203(사이버대학 제외). 그중 16개를 고른 근거가 뭔지 궁금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엔 학종(학생부종합전형논술위주전형의 모집인원이 전체 모집인원의 45% 이상인 서울 시내 대학으로 돼 있다. 교육부는 학종을 대표적인 불공정 전형으로 보고 있고, 45% 이상은 쏠림을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고 간주한 것 같다. 그런데 서울 시내라는 기준은 왜 들어간 걸까.


교육부가 지난해 국가교육회의의 대입개혁특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학년도 학종 선발비율이 전체 모집인원의 50%를 넘는 대학 15곳 중 서울 소재 대학은 단 두 곳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지방 국립·사립대였다. 게다가 16개 대학에 포스텍(옛 포항공대)은 빠져 있다. 포스텍은 학종 선발 비율이 100%. 포스텍의 김도연 전 총장은 학종 비율을 줄이라는 요구에 대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학종 100% 선발 방식을 바꿀 수 없다고 정책을 고수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이번에 포스텍을 예외로 인정한 점에 대해 지방 소재 대학은 지역 인재를 키우는 차원에서 별도 선발이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학종 혜택을 주로 본 대학이 서울 시내 16개일까. 오히려 지방 국립대·사립대가 수시모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건 명백한 팩트다.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가 수시모집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모집난에 있다. 어떤 식으로든 수시모집으로 학생을 잡아두지 않으면 학생들이 서울로, 수도권으로 다 넘어간다. 사실 지방 국립·사립대는 수능 위주로 뽑는 정시모집 전형을 늘리려고 해도 그럴 처지가 되지 못한다. 수능 성적으로 전형하는 정시모집이 시작되면 지역 학생들은 이미 다 떠난다.


서울 시내 대학의 한 관계자는 “3년 전에 천안권 대학에서 신입생 미달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수원 방어선이 뚫릴 것이고, 내년에는 안양권까지 뚫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을 닫는다고 하는 말은 이제 대학가에선 농담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대학 붕괴의 초침이 서울 등 수도권 대학에도 점점 또렷하게 들려온다.

 

16개 대학의 ‘2019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순위는 서울대(1성균관대(2한양대(3) 등 대체로 상위권을 차지한다. 물론 서울여대 같은 예외가 16개 대학 명단 안에 있다. 이에 비해 거점 국립대의 순위는 올해 최악의 수준이다. 연세대·고려대 진학할 바엔 차라리 국립대 가겠다는 자부심 넘쳤던 부산대(18전북대(20경북대(23전남대(25) 등은 서울 시내 대학에 한참 밀려 있다. 이런 순위가 맞는지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거점 국립대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지방 대학이 안으로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구실적이 뛰어난 교수들은 서울 시내 대학으로 스카우트돼 이동하고, 학생들은 망연자실해 한다. ·박사 같은 대학원생을 키울 수 없는 대학들도 상당수다. 이공계열 연구실은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모두가 서울로 모일 때 교육부의 대학 정책도 서울 소재 대학 위주이고, 교육부가 규제하려는 대상도 서울 소재 대학에 쏠려 있다. 지방에서 학종으로 45% 이상을 선발해도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한국 대학은 16개면 충분한가.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국립 거점대학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대안도 고민해줬으면 한다.


[중앙선데이] 입력 2019.11.30. 00:20 강홍준 사회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