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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요양병원 판친다

풍월 사선암 2018. 8. 5. 12:58

"1명당 권리금 1000만원"환자 사고파는 요양병원

 

돈벌이 요양병원 판친다 <>

 

경남 한 요양병원 병실에 환자들이 바닥에 침구를 깔고 누워 있다. 병원 측은 치매 환자가 낙상할 위험이 있어 온돌방 형태의 병실을 운영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런 형태의 병실이 위법은 아니나 호출벨이 환자 위쪽 벽면에 설치돼 있어 위급 상황 시 이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초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 이곳에 요양병원 불법 매매를 알선해 주는 컨설팅 업체가 있다고 해 찾아갔다. 포털사이트에서 요양병원 매매로 검색해 나온 업체 중 한 곳이다. 도착한 곳은 간판도 없는 66(20) 규모의 사무실이었다. 자신을 이사라고 소개한 A씨는 인사를 한 뒤 의뢰인(기자) 신분 확인이 되지 않자 한동안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신분증과 명함을 복사해 팩스로 보내주겠다고 하자 그제야 조금씩 입을 열었다.

 

지방선 150병상 50억 거래 / 수억~수백억 다양한 매물 있다” / 서류로는 불법 매매 확인 힘들어


A씨는 기자가 50억원 이하의 요양병원 매물을 구하고 싶다고 하자 수도권 외곽의 한 요양병원(비영리의료법인)을 소개했다. “80병상 규모인데 밀양 세종병원 사태 이후 지금은 잠시 닫아둬 환자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환자 유치를 걱정하자 지금은 잠시 닫아둬서 그렇지 도시와 가까워 환자 확보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환자가 없는 대신에 통상 입원환자 1인당 1000만원 수준인 권리금도 없다고 말했다. 의료법인 매매가 어떤 과정을 거쳐 가능한지 묻자 신분이 확인되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비의료인이 의사·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 병원이 의심되는 곳이다.

 

보건 당국은 지난 17일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주요 원인이자 건강권을 위협하는 사무장 병원의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적발된 국내 사무장 병원 중 요양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09년 이후 252) 수준이었다.


포털 검색을 통해 접촉한 다른 3곳의 요양병원 매매 컨설팅 업체는 신분증 등을 복사해 먼저 보내 달라며 그 전에는 만날 수 없다고 방문을 거절했다. 이들 4개 업체는 전국적으로 다양한 물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100~500병상까지 다양한 물건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매매는 실제 어떻게 이뤄질까. 지난 1월 화재로 15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사례와 비슷하다. 세종병원은 의료인이 비영리법인을 설립해 초대 이사장이 됐다. 이어 사고 당시 현 이사장(구속·비의료인)이 그 법인에 이사로 들어가 이후 이사장이 돼 공식적으로 법인을 넘겨 받았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 과정에 전임 이사장과 현 이사장은 47억원을 주고받기로 이면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C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는 D씨는 한꺼번에 (법인의) 모든 구성원을 바꾸면 문제가 돼 이사와 이사장 등 구성원을 순차적으로 교체해 의료법인을 인수하는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법인 인수에) 6개월가량 걸린다지방은 50~60억원이면 150~200병상 규모의 요양병원을 환자를 포함해 인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요양병원의 비영리법인 등의 이사장이 바뀔 경우 시·도지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사회 등 적법 절차를 거쳤는지 서류로만 확인하고 뒷돈 거래는 확인이 힘들다는 게 자치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요양병원 수사팀을 꾸린 김완명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현재 밀양 세종병원처럼 뒷돈 거래로 법인을 인수한 뒤 사무장 병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요양병원이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난립과 매매를 해결하려면 불필요한 입원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혁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이사는 요양병원에 굳이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입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현재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맡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판정위원회가 권한을 확대해 판정 후 해당 노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해야 하는지, 요양시설에 입소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요양기관


크게 의료법 적용을 받는 요양병원과 노인복지법 적용을 받는 노인요양시설’(10명 이상),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10명 미만)으로 나뉜다. 흔히 요양원, 요양센터로 불리는 시설은 노인복지법상의 요양시설을 일컫는다. 시설별로 의료인 정원에 차이가 있다. 요양병원은 입원환자 80명당 의사(한의사 포함) 2명을 둔다. 간호사는 6명당 1명이다. 입소자 10명 이상 노인요양시설은 의사 1명 이상을 둬야 한다. 간호사는 입소자 10명 이상~30명 미만은 1, 30명 이상 시설은 25명당 1명이다. 입소자 10명 미만인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의사를 두지 않아도 된다. 간호사는 1명이다.


 

극과 극 요양병원 헬스클럽급 재활 vs 종일 침대에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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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한 요양병원 인생의 황혼기 어르신 이미지

 

지난달 11일 찾은 경남 창원시 희연요양병원. ‘1등급요양병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요양병원 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소비자 선택을 돕기 위해 보통 2년마다 요양병원을 평가해 1~5등급을 부여한다. 평가내용은 의료인력, 환자관리 등 다양하다.

 

심평원, 의료진·시설 등 5단계 평가

간병비 추가 부담하는 곳 우수한 편

열악한 곳은 욕실 없어 수건 목욕


6층 입원실로 들어서자 마치 헬스클럽에 온 듯 활기가 넘쳤다. 뇌출혈 등 각종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다양한 재활기구 앞에서 일대일로 물리치료사 등의 도움을 받아 재활운동을 하고 있었다. 혈관질환으로 쓰러져 입원한 A(73·)다른 사람들이 운동하는 걸 보면 의욕도 생겨 자주 재활치료를 하다 보니 회복도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날(12) 방문한 경북 B요양병원은 ‘5등급이다. 전국 1500여 개 요양병원 중 급여를 허위 청구한 병원 등을 제외한 5등급은 48. 이 병원은 이 중 한 곳이다. 1등급은 186, 2등급 447, 3등급 250, 4등급 119개다.

 

병원 분위기는 전날 찾은 희연요양병원과 확연히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5~6인실 병실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침대였다. 침대와 침대 사이는 성인 한 명이 지나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았다. 침대 위에는 80~90대로 보이는 노인 환자들이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누워 잠들어 있었다. 몇몇 환자만 침대에 앉아 멍하니 음소거된 TV를 쳐다보고 있었다.


두 병원은 재활치료 수준에서도 차이가 있다. 희연요양병원엔 500여 명의 환자가 있는데 의사, 물리·작업치료사, 언어재활사 등 직원만 431명이다. 야간에도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간병인 등 75명이 근무한다. 뇌졸중 등으로 몸 일부가 마비된 한 환자가 로봇 치료기에 몸을 의지해 재활치료사와 함께 병원 가장자리를 맴돌며 걷는 연습을 하는 등 대부분의 환자가 재활치료를 하고 있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희연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들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식사하고 있다.


김양수 희연병원 병원장은 우리 병원의 가장 큰 목표는 가정으로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이라며 요양병원도 병원이니만큼 치료와 재활에 가장 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5등급 B요양병원은 재활치료실 대신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아주는 물리치료실만 마련돼 있는 실정이다. 기자가 병원 관계자에게 재활치료는 가능한지 묻자 현상유지를 넘어 재활을 하기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완쾌를 원한다면 시설 좋고 인력이 많은 다른 병원을 알아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5등급 요양병원은 1등급에 비해 기본적인 시설도 열악한 편이다. B요양병원은 3층 여자 병실에 따로 샤워실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간병인 2명이 한 노인을 붙잡고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있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기본적인 가림막도 없어 이 목욕 장면을 다른 환자들이 멀뚱멀뚱 지켜봤다. 간병인들은 환자 면회를 온 것이라면 목욕을 끝마칠 때까지 바깥에서 기다리라고 말했지만 병원 복도엔 따로 앉아 있을 만한 의자도 없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희연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들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기구에서 운동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하위 등급 병원 간 비용 차이는 상당한 편이다. 일반 요양병원은 매달 40~80만원의 입원비만 받고 간병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 그래서 4~6인실 병실이나 층마다 1명씩 배치된 간병인의 공동간병을 받는 실정이다. 하지만 희연병원은 한 달 간병비 6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B요양병원은 간병비까지 포함한 월 보호자 부담이 70만원이다.

 

자신에게 맞는 요양병원을 찾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우선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 공개된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결과를 토대로 추려 보는 것이다. 병원마다 기본 입원비가 있지만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병원마다 차이가 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은 추가로 필요하다.


또 심평원의 요양병원 평가는 서류심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요양병원 운영자의 환자에 대한 철학이나 간호사·간병인의 친절도,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 등 정성적인 면은 포함돼 있지 않다.

강희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 요양병원이 평가 결과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돼 있는 것을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현재 서면평가 중심의 평가 외에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 등 정성적인 부분은 평가에 포함돼 있지 않다. 앞으로 이 부분이 보완되면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8.08.01 특별취재팀=위성욱·김민욱·김호·김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