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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건강② 이경규부터 박항서까지…중년을 덮친 공황장애

풍월 사선암 2018. 6. 7. 05:41

한국인의 건강이경규부터 박항서까지중년을 덮친 공황장애

 

사람은 아프면 병·의원, 약국 등 의료기관을 이용합니다. 의료기관에는 자연히 진료 내역이 축적됩니다. 한국은 전국민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 됐습니다. 그래서 국민이 어떤 이유로 언제 의료기관을 찾고, 어떤 진료나 치료를 받았는지, 어떤 처방을 받았는지 등 각종 정보가 건강보험공단과 국민건강심사평가원에 쌓입니다. 이런 정보는 국내 보건 의료 정책과 제도에 반영할 수 있고, 의학 연구와 치료제 개발 등에도 활용될 수 있는 빅데이터' 입니다. 조선비즈는 전국민 건강생활 빅데이터를 분석해 21세기 들어 변화된 한국인의 건강을 추적해봤습니다. [편집자주]

 

중년 스트레스가 '공황장애' 불러...노인자살률 OECD 4

 

TV, 라디오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인기 방송인 정찬우씨가 건강 상의 이유로 최근 활동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다름 아닌 공황장애가 이유였습니다.

 

박항서 축구감독도 한 방송에 출연해 과거 경기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김구라, 정형돈, 이경규, 이상민 등 지금까지 공황장애 사실을 밝혀온 연예인도 상당수입니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특별한 이유없이 갑자기 극심한 불안이 찾아오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며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은 겪는다고 합니다.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다’,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 ‘죽을것 같은 공포감에 미쳐버릴 것 같다는 게 공황장애 환자들의 공통된 호소입니다.

 

최근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사년도 기준 201393080명에서 201714494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매년 공황장애 환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정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공황장애 환자가 늘어난 것은 매스컴을 통해 공황장애에 대해 많은 홍보가 된 것에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에 걸렸다는 사실을 고백 하면서 대중들이 공황장애를 인지하게 되고, 이와 함께 정신과진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바뀌면서 정신과 진료의 문턱을 낮추는데 기여했다는 분석입니다.

 

또 세대별로 보면 공황장애 환자는 40대가 가장 많고 이어 50, 30, 20, 60, 70, 10대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 문헌에는 주로 20대에 공황장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40~50대 중년층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한국의 중년층이 갖는 큰 스트레스를 한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40대는 직장생활에서 권위적인 윗세대와 자율적인 아래 세대 사이에서 직무 부담이 큰데다 젊은 시절과 달리 신체 건강이 점점 약해지는 시기라는 겁니다. 기혼자의 경우 신혼 때의 열정이 식고 권태기가 시작되는 시점인데다 자녀들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부모로서 무거운 부담감을 갖습니다. 이러한 큰 스트레스가 40대 공황장애 환자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또 최근 70대 이상 연령대에서도 공황장애 환자가 늘었습니다. 201670대 이상 남자 공황장애 환자 수는 26939, 여자 환자는 38034명이었는데 작년의 경우 남자 환자 3436, 여자 환자 41069명으로 앞자리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이정석 교수는 현재 국내 노인들도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이는 OECD평균의 4배나 되는 국내의 노인 자살률을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인세대는 부모세대를 부양하며 자라왔지만 경제·사회적 환경 변화로 자식 세대의 부양을 받기는 어려워지면서 경제적 사회적 소외를 경험하게 되고, 친구와 지인의 죽음을 목도합니다. 이와 함께 신체적으로 약해지고 질병이 생기면서 일생을 바쳐 이룬 것을 한순간에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겁니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노인들의 공황장애 증가에 기여할 것 으로 생각된다고 의료진은 분석했습니다.

 

공황장애 증상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요 치료법으로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가 있습니다.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생활에 큰 후유증이 남지 않지만 반복적으로 발작을 겪다보면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장소나 상황을 피하게 되고 결국 거의 모든 상황과 장소를 피하게 되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만성이 되다보면 절망감에 우울증에 빠지거나 술, 안정제에 의존하게 되는 문제도 나타납니다.

 

전문가들은 공황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꾸준한 운동과 취미 생활을 해야한다고 권합니다. 또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명상과 요가 같은 활동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과로하지 않고 적절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선일보 입력 2018.06.06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