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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힘 못쓰는 지방 로스쿨… 변호사 합격률 20%대도

풍월 사선암 2018. 4. 23. 08:42

갈수록 힘 못쓰는 지방 로스쿨변호사 합격률 20%대도


 

[로스쿨 변호사 합격률 공개]

재응시 누적돼 합격문 좁아지고 우수 학생들은 서울 상위권 몰려

25곳 중 11곳 합격률 50% 못넘겨아주대는 맞춤형 교육으로 선전

하위권 중심 통폐합 논의 가능성


법무부가 22일 공개한 전국 25개 로스쿨별 변호사 시험 합격률에서 눈길을 끈 곳은 4위를 한 아주대였다. 지난 7년간의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90%가 넘는 로스쿨은 연세대·서울대·고려대·아주대·성균관대(합격률 순) 5곳이다. 이 중 지방 대학은 아주대뿐이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아주대는 입학 정원이 한 해 50명이다. 다른 상위 5위권 대학의 로스쿨 입학 정원(120~150)의 절반도 안 되는 '미니 로스쿨'이다. 아주대는 올 1월 치러진 변시에서도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 다음으로 높은 합격률(68.12%)을 기록했다.


 

아주대 로스쿨은 2009년 설립 초기부터 변시 합격에 초점을 둔 '맞춤형 교육'을 해왔다. 교수진은 40대가 주축으로 젊은 편이다. 교수가 학생들의 학업 진도와 방향을 일 대 일로 지도하는 경우가 많다. 교수가 학생들이 낸 시험 답안지를 일일이 첨삭하고, 성적이 떨어지면 학생을 불러 면담을 한다고 한다. 한영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입학한 학생은 합격할 때까지 끝까지 가르친다는 방침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 상위권 로스쿨과 지방 하위권 로스쿨의 합격률 격차는 해가 갈수록 크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제1회 변시에선 합격률이 가장 낮았던 동아대도 73.6%의 높은 합격률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올해 치러진 7회 시험의 경우 11개 로스쿨이 합격률 50%를 넘지 못했다. 졸업생 중 절반이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원광대·전북대·제주대는 20%대에 그쳤고, 동아대·충북대도 30%대의 저조한 합격률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상위권 로스쿨은 70%대의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하위권 합격률이 2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된 것은 합격 문은 좁아지는데 우수 학생들은 일부 대학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87.1%에 달했던 1회 변시 합격률은 해마다 낮아져 올해는 49.35%를 기록했다. 법무부가 1회 시험 합격 정원을 '입학 정원 대비 75%(1500)'로 정한 뒤 변시 합격 정원은 매년 1500~1600명 선으로 고정돼 있다. 그런데 시험에 떨어져 재응시하는 학생 수는 매년 누적돼 합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남기욱 대한변협 교육이사는 "로스쿨 입시에서 우수한 학생이 서울 상위권 로스쿨에 몰리다 보니 지방과 서울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번 로스쿨별 합격률 공개는 대한변협이 지난해 6월 법무부에 변시의 합격률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법무부는 로스쿨 간 경쟁이 과열되고 합격률에 따른 서열화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변협은 소송을 냈고 법원은 "합격률은 로스쿨 교육이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 판단하는 객관적 자료가 될 수 있다"며 변협 손을 들어줬다.

 

법원 판결 이후에도 법조계에선 로스쿨별 합격률 공개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공개에 찬성하는 쪽에선 "기존 대학 서열에 따라 로스쿨이 서열화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수험생도 로스쿨을 정할 때 정확한 판단 근거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로스쿨 간 경쟁을 유도해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란 지적도 있었다.

 

반대하는 쪽은 "합격률 공개가 로스쿨 설립 취지를 저해할 수 있다"고 해왔다. 변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로스쿨들이 경쟁하기 시작하면 다양한 법조 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로스쿨이 '변시 학원'으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또 로스쿨들이 합격률 관리를 위해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졸업시험 등을 통해 유급시켜 변시를 못 보게 하는 등 학생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법조계는 이번 로스쿨별 합격률 공개를 계기로 하위권 로스쿨을 중심으로 한 통폐합 논의가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공개된 합격률을 보면 로스쿨 간 학력 수준 차이가 매우 크다""전국적으로 난립해 있는 25개 로스쿨을 통폐합해 균등한 교육 제공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입력 : 2018.04.23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