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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비추 여희춘(男悲秋 女喜春)

풍월 사선암 2017. 9. 15. 16:41

가을바람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누나” 1931에 발표된 백남석 작사, 현제명 작곡의 가을이란 동요다. 중장년들에게는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 중 하나다. 가을의 높은 하늘과 형형색색 온 산을 뒤덮은 단풍과 함께 상쾌하기 그지없는 가을바람은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 준다.

 

우리 속담에 봄바람은 처녀바람, 가을바람은 총각바람이라고 했다. 이를 가을에는 남자가, 봄에는 여자가 더 다감해진다는 의미의 남비추 여희춘(男悲秋 女喜春)’이라 했다. 남녀의 정서적인 차이를 계절의 이미지에 빗대어 참으로 멋지게 표현한 선조들의 비유다. 하여간 가을바람은 신선하지만 서늘한 바람이기도 하거니와 그래서 황량함을 느끼는 남자들에게 가을바람이 더 크게 가슴에 와 닿는 모양이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가을바람 부는 밤 떠오르는 달을 보며 이렇게 노래했다. “가을바람 쓸쓸한데 가을 달은 환하다 낙엽이 모였다 흩어졌다하니 나무에 사는 새도 놀란다 서로 사랑하고 서로 만났었는데 언제 다시 만날까 가을바람 부는 이런 밤 떠오르는 정을 감당할 수 없구나(秋風淸 秋月明 落葉聚還散 寒鴉棲復驚 相思相見知何日 此時此夜難爲情)” 이백도 이전에 사랑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만날 수 있을까하며 절절한 그리움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기약할 수 없는 만남이기에 늘 가슴이 아팠던 모양이다. 쓸쓸한 가을바람이 불어오자 그리움이 사무쳐 어쩌지 못하는 것 아닌가.

 

통일신라의 학자인 최치원(崔致遠)추야우중(秋夜雨中)’이란 시를 남겼다. “가을바람에 괴로이 읊나니 세상에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 적도다 창밖 삼경에 비가 내리니 등 앞에 외로운 마음 고향을 그리네(秋風惟苦吟 世路少知音 窓外三更雨 燈前萬里心)”. 이를보면 예나 지금이나 가을바람을 맞는 남자들의 마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문득 그리워 오랜만에 찾았더니 님은 오간데 없고 텅 빈 자리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때의 공허감이란, 혹은 쓸쓸함이란. 23이 추분(秋分), 본격적으로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다. 흔들리는 남심(男心)을 어이할꼬.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위원>



봄바람은 처녀바람, 가을바람은 총각바람

 

정의

봄에는 여자가 바람이 나기 쉽고, 가을에는 남자가 바람이 나기 쉬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남비추 여희춘(男悲秋 女喜春)이라 하여 가을에는 남자가, 봄에는 여자가 더 다감해짐.”을 의미하는 것으로, 각각 남녀의 정서적인 차이와 계절의 이미지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내용

예부터 봄처녀라는 말이나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라는 노랫말과 같이 봄은 여자의 계절로 여겨, 여자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바람나기도 쉬운 계절로 보았다. 그리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로서 남자들이 바람나기 쉬운 계절이라 하였다. 봄이나 가을에 부는 바람이라는 일차적인 의미와 그것을 남녀가 바람나는 것이라는 이차적인 의미를 중의적으로 표현해서 이런 속담이 나왔다.

봄과 달리 가을은 성숙, 난숙, 수확, 초로(初老), 황량(荒凉) 같은 이미지를 나타내며 한자말로 금추(金秋)라 하기도 한다. 가을바람은 신선하고 서늘한 바람을 의미한다. 흔히 봄철에 부는 따뜻한 바람을 의미하는 봄바람과 대조적으로 표현된다. 이를 남녀에 빗댄 속담이다.

 

관련속담

비슷한 속담으로 봄바람은 품으로 기어든다.”가 있다. 처녀가 봄바람이 나게 되면 정숙하지 못하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 한국세시풍속사전, 국립민속박물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