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고토리의 별

풍월 사선암 2017. 7. 4. 22:28

고토리의 별


19501127일 올리버 스미스 소장이 이끄는 미 해병 1사단은 개마고원의 장진호 인근에서 12만 중공군의 공격을 받는다. 중국 9군단 소속 이들 병력은 최정예로 해병 1사단을 비롯한 북한 동쪽의 연합군을 섬멸하라는 모택동의 지령을 받고 이곳으로 급파된 것이다.

 

10배 가까운 숫자의 적과 만나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혹한 속에서 17일간 사투를 벌인 1사단은 극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흥남까지 철수하는데 성공한다. 보급로 확보 등 스미스 소장의 치밀한 준비와 미 공군의 지원 등이 주효했지만 1만여 미 해병 전사들의 투지와 전우애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2차 대전의 승패를 가른 스탈린그라드와 함께 세계 2대 겨울 전투로 불리는 장진호 전투에서 미군은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중공군 7개 사단에 궤멸적 타격을 입혔고 이들의 흥남 진출을 지연시킬 수 있었다.

 

당시 장진호 전투는 치욕적인 미국의 패배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그곳에서 미군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193척의 배를 동원해 10만 명의 미군과 한국군, 10만 명의 피난민을 배로 실어 나른 흥남 철수 작전도 없었을 것이다. 이 철수가 있었기에 고귀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물론 미군이 다시 전열을 정비해 중공군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메러디스 빅토리(Meredith Vicotry)호에 탑승한 흥남의 피난민들.


이 중 한 척인 메러디스 빅토리 호는 무기 등 화물을 버리고 14,000명의 피난민을 실어 날랐는데 지금까지 한 배에 가장 많은 사람을 태운 기록으로 남아 있다.

 

발 하나 디딜 틈없이 빽빽하게 사람이 탄 와중에도 이 배 안에서 5명의 아이가 태어났으며 크리스마스 이브 부산항에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도착했고 이틀 뒤 난민을 거제도에 내려줬다. 레너드 라루 선장은 훗날 그 때 내 배를 몬 것은 하나님의 손이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다고 회상했다. 이 배가 기적의 배로 불리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배에 타고 있던 난민의 하나가 지금 한국의 대통령인 문재인의 아버지다.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첫 행사로 버지니아 콴티코 해병대 박물관에 세워진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를 택했다 한다. 매우 적절한 일이다. 이 기념비 설립은 한 때 민주당이 반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한미 혈맹 관계를 확인하고 문재인의 개인적 스토리를 미국 조야에 알리는데 이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8(현지시간)미국 워싱턴D.C 도착 직후 버지니아주 소재 미 해병대박물관에 건립된 한국전쟁 당시 장진호전투기념비를 찾아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헌화를 하고 있다.


총 건립 예산의 절반을 한국 정부가 대 지난 달 개막한 이 기념비는 8각 모양에 장진호 전투가 벌어진 함경남도 장진군 고토리 지역을 상징하는 고토리의 별조각이 위에 달려 있다. ‘고토리의 별은 전투 당시 잠시 눈보라가 그치고 하늘 위에서 반짝이는 별을 본 병사들이 힘을 내 포위망을 뚫은 일을 기념하는 것으로 이 전투 참가자들이 달고 있는 배지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기름이 얼어붙어 차의 시동이 안 걸리고 총알도 발사되지 않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미군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12만 중공군은 건재했고 흥남의 10만 한국군과 미군은 궤멸됐을 것이다. 그 후 한국전의 상황은 매우 달리 전개됐을 것이며 문재인이 한국의 대통령이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고토리의 별이 사드 등을 둘러싼 한미 양국 간의 갈등을 씻고 더욱 돈독한 양국 관계를 상징하는 희망의 별이 되기를 기원한다.


<글 출처 : m.koreatimes.com/article/20170628/1063321>


박승춘이 만든 장진호 전투비대통령의 첫 訪美행사 '아이러니'

 

[민주당이 시절 반대했는데대통령 '혈맹 강조' 상징으로]

 

- 박승춘에 태클 걸었던 민주당

기념비 예산 올리자 '전액 삭감'난항끝에 3억 지원돼 에 건립

 

- 6·25'장진호 전투'해병 역사상 가장 참혹한 싸움

중공군 막아 흥남 철수작전 가능대통령 부모도 이때 으로 와

 

문재인 대통령은 28(현지 시각) ·미 정상회담 첫 번째 일정으로 미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국립박물관에 있는 장진호(長津湖)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헌화할 예정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6"장진호 전투는 6·25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이번 행사는 한·미 관계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 정상회담의 첫 단추를 '혈맹(血盟)' 강조로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문 대통령 방문 행사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아이러니'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는 이른바 '적폐 인사'로 지목돼 문재인 정부 들어 1호로 경질됐던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민주당 반대 속에 추진했던 사업이기 때문이다. 야당 시절 민주당은 장진호 기념비 건립을 위한 예산 편성에 반대했었다.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미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장진호 전투는 19501126일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까지 북진(北進)했던 미군 해병 1사단 등 13000여 명이 중공군 12만명에게 포위되면서 큰 피해를 입은 전투다. 미 해병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투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군은 영하 35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에서 철수 작전을 벌이다 14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들이 중공군 포위를 뚫기까지 17일이 걸렸다. 하지만 이들이 중공군 남하를 막아낸 덕분에 북한 주민 20만명이 남한으로 피란한 '흥남 철수 작전'이 가능했다. 함경남도 흥남 출신인 문 대통령 부모도 이때 흥남 부두에서 7600t 급 상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몸을 싣고 탈출했다.

 

이런 의미를 담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는 2013년 미국 참전 용사들이 나서서 모금을 시작하며 건립이 추진됐다. 당시 박승춘 보훈처장이 우리 정부 지원을 주도했고 2년 뒤인 20157월 기공식을 가질 수 있었다. 총 건립 비용 60만달러(68000만원) 중 우리 정부 예산 3억원이 투입됐다. 대선 직전인 지난달 4일 한·미 양국 정부 인사들이 참석한 기념비 제막식도 열렸다. 아버지가 장진호 전투에 참가했던 조셉 던퍼드 미 합참의장과 미 각군 참모총장 등이 참석했고, 한국 측에선 정부 대표로 박 전 처장과 6·25 참전 용사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6·25전쟁 당시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 인근에서 중공군에 포위된 미 제1해병사단 대원들은 혹한에서 철수 작전을 벌이다

1400여 명 사상자를 냈다. 당시 해병대원들이 부상당한 동료들을 후송하는 사진. /Getty Images 코리아


하지만 정부 예산 3억원이 투입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박 전 처장 주도로 2015년도 예산안에 기념비 건립 예산 3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넘겼다. 그러나 2014년 말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제1 야당(野黨)인 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반대에 가로막혔다. 당시 민주당은 "미국에 장진호 전투 기념비가 이미 3개나 있다"며 예산 편성을 반대했고 정무위에서 전액 삭감됐다. 당시 민주당 소속 김기식 예산심사소위 위원장은 "이 예산 편성은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당시 민주당의 반대 이유에 대해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에 반대하는 등 보수 성향이 강한 박 전 처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는 해석도 있었다.

 

이에 박 전 처장은 당시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을 찾아가 "어떻게 이런 예산을 깎느냐"며 서류를 던지고 항의하기도 했다. 보훈처 측은 "3개 기념비는 미국인들이 모금해 세운 것으로 우리 정부가 세우려는 기념비 예산 삭감의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논란 끝에 여야는 예산 3억원을 2년에 걸쳐 나눠서 정부 예산에 반영하기로 합의했고 기념비 건립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달 11일 일괄 사표를 제출한 전() 정부 임명 국무위원과 정무직 공무원 가운데 박 전 처장에 대해서만 사표를 수리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2월 임명돼 최근까지 6년여간 재임한 박 전 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齊唱) 불허, 색깔론 발언 등으로 여러 차례 민주당 반발을 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28/20170628002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