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욜로(YOLO) 라이프

풍월 사선암 2017. 5. 20. 19:02



[삶의 뜨락에서] 욜로(YOLO) 라이프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TV에서 "욜로(YOLO)"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로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 한 번뿐인 인생이란 뜻이다. 캐나다 출신 가수 드레이크의 2011년 곡(The Motto)의 한 소절인 '인생은 한 번뿐이야, 이게 인생의 진리지 욜로(You only live once, that's the motto YOLO)'에서 시작된 표현이다. 이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케어를 홍보하는 동영상에 직접 나와 'Yolo man'이라고 하면서 유명해졌다. 2016년엔 옥스퍼드 사전에 신조어로 등록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꽃보다 청춘'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이 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를 홀로 여행하는 서양 여성을 보고 출연자들이 감탄하자 그 여성이 "욜로"라고 화답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것이 입에서 입으로 퍼지며 연초에 주요 매체들이 '욜로'를 신년 키워드로 지목했다. 욜로는 한 번뿐인 인생이니 현재를 사랑하고 즐기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할 이유가 없다, 지금 이 순간 즐거운 게 최선이라는 사고방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에 욜로 라이프라 하고 욜로 라이프를 실천하는 이들을 '투데이족' 또는 '욜로족'이라고 부른다.

 

베이비부머 이후 세대들은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해 고생하면서 고생의 대가를 다 쓰지 않고 저축했다. 저축의 힘 때문에 이런 살기 좋은 시대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하지만 즐기는 것은 꿈속에서나 하고 현실이 어렵더라도 다음을 위해 검소하게 사는 것이 몸에 배었다. 저금통장에 돈이 있어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도 잘 살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 해 보면서 산 삶이 좋지 않았을까.

 

우리 가게 손님 제이슨은 항상 바쁘다. 배우러 다니는 것도 많고 여행도 자주 다닌다. 어느 날 갑자기 탄탄대로 직장을 그만두고 이사를 간다고 했다. 깜짝 놀라며 왜, 하고 물었다. 자기는 연기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몇 년 살 것도 준비되었고 마침 조그마한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언제부터 그런 욕심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고등학교 다니면서 율브리너 같은 연기를 하고 싶은 욕망을 품었다고 했다. 젊음을 또 다른 삶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다. 부럽기도 하지만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다니 걱정도 조금 되었다.

 

직장 생활에서 은퇴를 하면 누구나 첫 번째 해 보고 싶은 것이 여행이다. 욜로 현상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분야다. 열심히 모은 돈을 해외여행으로 써 버리는 걸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목적지도 과거처럼 유명 관광지가 아닌 자신만의 취향을 살려서 정한다. 그러다 보니 코스가 다양해지고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홀로 세계여행에 나선 89세 러시아 할머니 레나의 말이 인터넷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사람은 일생에 단 한 번 죽는다. 그게 언제가 되든 너는 결국 죽을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 할 건 아무것도 없다, 욜로.

 

젊은 사람들은 이사를 자주 한다. 렌트를 살아도 원하는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꾸민다. 1년이지만 자유롭고 편하게 살자는 의미다. 욕망을 억누르며 현재의 행복을 유예했던 우리 세대와는 삶에 엄청난 변화가 있다.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취향과 의미를 추구하며 충실히 현재를 살고 행복을 향유하려 할 것이다. 욜로!


양 주 희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