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後 "여보, 밥줘" 대신 "내가 밥할게"… 夫婦사이 지옥서 천국 된다.
[매력 있는 남편 되려면]
나만의 시간·공간 가져라 - 너무 붙어있으면 관계 악화
마주보지 말고 옆으로 앉기 - 얼굴 보다가 되레 감정싸움
외출하는 아내엔 "잘 다녀와" -"내밥" "언제와" 물으면 빵점
퇴직 후엔 아내가 상사 - 부엌서 칼질하는 노력 필요
아내 火病 9할은 남편 때문 - 불만 들어주고 말은 다정하게
“평생 일해서 먹여 살렸고 이젠 좀 쉬고 싶은데 돈 못 번다고 찬밥 취급한다.” (할 말 많은 남편)
“애들 다 키워 이젠 해방되나 싶었는데, 다 늙은 남편이 자꾸 돌봐 달라 보챈다.” (더 할 말 많은 아내)
치열한 출세 경쟁 속에 회사에서 맹렬히 일해 온 '기업 전사(戰士)'들이 정년을 맞아 집으로 귀환하면 이번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다. 딱히 갈 곳도, 할 일도 없는 남편은 온종일 집에 머물면서 아내를 다그치고 괴롭힌다. 어느 날 갑자기 자유를 빼앗겨 버린 아내 역시 짜증 지수가 높아지면서 속이 터진다.
회사 일에만 열중해왔지 부부간 결속과 사랑을 다지는 데엔 소홀히 해온 결과 지금까지 큰 탈 없이 살아왔던 부부라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이다. 황혼 이혼 비율이 매년 늘어나는 것은 불륜이나 돈 때문이 아니라 바로 감정 다툼 때문이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에 사소한 습관들도 눈에 거슬릴 수밖에 없다. 일본 생활경제 평론가인 기와키타 요시노리(川北義則)씨는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고, 외면당하고, 결국엔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는 지경에 이르는 것은 모두 남편이 아내에게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며 "인생 후반기 아내에게 버림받는 남편이야말로 실패한 인생"이라고 말했다. 아내에게 사랑받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부부 공생(共生) 5계명을 일본의 은퇴 전문가 3인에게 들어 정리해봤다.
아내에게 사랑받는 '부부 공생 5계명'
①각방이 부부 금슬을 지킨다
'늙음을 즐기는 습관' '나 홀로 노후를 즐기는 법' 등 은퇴 부부의 삶과 행복과 관련해 많은 저서를 펴낸 정신종양과 전문의 호사카 다카시(保坂隆)씨는 "부부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한이불을 덮고 자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노후에 너무 함께 붙어 있으려고 하면 오히려 둘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부부가 각각의 자유로운 공간과 시간을 갖게 되면 오후 티타임이나 저녁 식탁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도란도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주거환경연구소는 은퇴 부부의 각방 실천법으로 ▲비어 있는 아이 방을 부부 각자의 취미용 공간 혹은 침실로 만들거나 ▲집 안 공간을 공유 공간으로 하고 ▲거실 한쪽에 책상을 두어서 서재 대용으로 쓰는 것 등을 들었다. 부엌에 넉넉한 테이블을 놓고 양쪽 끝에 멀리 떨어져 앉아 각자 다른 일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②옆으로 나란히 앉아 이름 불러라
지난 2005년부터 신(新)중년(예전의 중년에 버금가는 신체적·지적 능력을 갖춘 60~75세)을 대상으로 매달 '은퇴 교실'을 개최하고 있는 작가 니시다 사요코(西田小夜子)씨는 "신혼 때는 배우자 얼굴만 봐도 기분 좋고 사랑스럽지만 60대 이후엔 마주 보며 얘기하면 되레 시비가 생기기 쉽다"면서 "은퇴 부부는 가급적 나란히 옆으로 앉는 것이 서로 간의 매력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귀띔했다.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얘기하면 '아, 남편(혹은 아내)이 그새 쭈글쭈글 늙어버렸구나' 실망하기 쉽고, 굳이 안 해도 되는 소모적인 감정싸움으로 치닫기 쉽다는 것이 그녀의 조언이다. '어이' 대신에 연애 초기처럼 이름으로 아내를 불러주면 분위기도 좋아진다.
③아내의 리무진이 되어 주라
"잠시 외출하고 올게요" "내 밥은? 누구랑? 언제 와?" 은퇴 후 집을 지키는 남편이 외출 준비로 부산한 아내에게 이렇게 캐묻는다면 빵점이다. 아내를 구속할수록 부부 사이는 나빠진다. 아내가 외출할 땐 "잘 다녀와" 흔쾌히 보내주고, 귀가하면 "어땠어?" 반겨주면 최고다. 일본에선 외출하는 아내를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은퇴 남편을 '여보나도족'(わしも族·와시모족)이라고 부른다. 니시다씨는 "아내가 외출할 땐 왜 나가느냐고 절대 묻지 말고 목적지까지 승용차에 태워 데려다 주는 '남편 리무진'이 되어 보라"고 조언했다. 아내에게 줄 수 있는 최고 선물은 '자유 시간'이다.
④부엌 앞치마가 기적을 만든다
은퇴를 맞은 남편은 대부분 회사에서 지위가 높고 부하들도 많이 거느렸던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남편이 옛일을 못 잊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아내를 부하처럼 여기면서 명령하면 다툼이 발생한다. 호사카씨는 "남편들은 아내가 자신을 아직도 필요로 한다는 신혼 환상에 젖어 있지만 대다수 아내는 남편이 없는 동안 이것저것 배우면서 진화(進化)해 왔다"면서 "퇴직 후엔 아내를 부하가 아닌 상사로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내는 집에 남편이 있으면 수십년간 대충 때웠던 점심시간이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호사카씨는 "아내가 없는 한 끼 정도 식사는 스스로 차릴 수 있도록 남편들은 차근차근 부엌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한국처럼 남자들은 부엌 출입을 꺼리지만, 은퇴 후엔 아내에게 칼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보, 걱정 마, 오늘 점심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라는 말이야말로 부부 사이를 지옥에서 천국으로 바꾸는 마법의 단어다.
⑤아내의 불평을 들어주라
'은퇴 이후 현모양처였던 아내가 쌩해지더니 시름시름 앓는 이유? 바로 당신(남편) 때문일 수도.' 일본에선 신중년 부부의 심리 갈등과 관련해 '부원병(夫源病)'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부원병이란 남편의 말이나 태도가 원인이 돼서 아내에게 두통이나 현기증, 불면증, 귀울림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한국판 화병(火病)이다. '아내의 병은 9할이 남편 때문'이라는 책도 나왔다. 부원병은 의학적 병명(病名)은 아니지만 치료법이 없는 건 아니다. 아내가 부부 관계에서 생긴 불만이나 불평을 전부 털어놓고 얘기해 부부 관계가 개선되면 아팠던 증상은 싹 사라진다. 이시쿠라 후미노부 오사카쇼인여대 교수는 "참을성이 많은 현모양처일수록 부원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며 "내가 다 벌어 먹이고 있다는 식의 가부장적인 남편뿐만 아니라 가사를 잘 돕고 있다며 자칭 착한 남편이라고 자만하는 남편 모두가 바이러스 제공자"라고 말했다.
☞부원병(夫源病)
은퇴 남편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병을 말한다. 병원을 찾는 60대 이상 여성 환자 중 은퇴한 남편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병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일본의 이시쿠라 후미노부 교수가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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