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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늙어 봤냐, 난 젊어 봤단다

풍월 사선암 2016. 6. 9. 10:00

 

젊은이는 늙어보지 않았고, 늙은이는 젊어보기는 했으나 그것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래서 소통이 어렵다. - 프로이드

 

음유시인 서유석 "너 늙어 봤냐, 난 젊어 봤단다"

광복70주년, 70세 맞은 노가수가 들려주는 인생이야기

 

"너 늙어 봤냐 / 나는 젊어 봤단다 /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 나는 새 출발이다"

 

'가는 세월'로 유명한 노래하는 음유시인 서유석 선생님을 기억하십니까. 무려 46년 동안 한결같은 음악으로 세월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포크송 가수 서유석님. 얼마 전 우연히 지인을 통해 알게 되어 선생님의 삶의 선율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선생님의 노래만 가끔 들었을 뿐, 왕성하게 활동했을 당시의 상황은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 나이 차이가 30년 가까이 나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처음 뵌 선생님은 그저 먼 친척 할아버지 정도였죠. 저는 회식자리 구석에 앉아 그저 소주만 벌컥벌컥 들이켰답니다.

 

그렇게 첫 대면에서의 어색함을 뒤로한 채, 2차로 옮긴 호프집 자리에서 드디어 선생님 옆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선생님은 정말 친근한 할아버지 같았습니다. 그러나 고령답지 않는 단단한 체격과 부드러운 인상의 얼굴을 보면서 세대차이의 간극은 금방 없어졌습니다. 선생님은 오히려 제게 농담까지 던지며 눈높이를 맞춰주었습니다.

 

너 늙어봤냐?

 

선생님은 누구보다 금욕적으로 생활의 규율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30년 가까이 술과 담배를 멀리했고, 규칙적인 리듬감을 통해 건강을 지켜왔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25년 만에 발표한 노래가 대변하듯 선생님의 마음 바탕은 순수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노래가 바로 제목 자체로 웃음이 나는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입니다.

 

이 노래 가사를 보면 참 재미가 있습니다. 선생님 같은 고령의 동지들을 대변해주기 때문이지요. 인생을 바쁘게 살다보니 먼저 늙어 갔기에 늙음의 미학도 알고 있음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고령의 신세를 한탄하기 보다는 '나는 젊어 봤단다'란 말로 삶을 관조합니다.

 

"삼십 년을 일하다가 / 직장에서 튕겨 나와 길거리로 내몰렸다 / 사람들은 나를 보고 / 백수라 부르지 / 월요일에 등산가고 화요일에 기원가고 / 수요일에 당구장에서 / 주말엔 결혼식장 / 밤에는 상가집"

 

선생님의 지나온 삶은 노래 가사와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40년이 넘는 음악인의 삶은 선생님의 존재 이유를 만들기도 했지만, 세월의 변화만큼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의 노래 '가는 세월'처럼 나이 듦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단 하나, 청춘의 마음만큼은 영원히 변하지 않고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변하지 않았던 마음의 나이 덕분에 선생님은 '열혈남아'로 청춘의 삶을 다시 살고 계셨습니다. 최근에는 KBS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에 나오셔서 왕성한 건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후배 가수들도 선생님의 명곡을 따라 부르면서 전성기 시절의 가수 서유석을 다시 불러들였습니다.

 

나는 젊어 봤단다

 

"세상나이 구십 살에 돋보기도 안 쓰고 보청기도 안 낀다 / 틀니도 하나 없이 생고기를 씹는다 / 마누라가 말리고 자식들이 놀려대도 나는 할 거야 /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할 거야 서양말도 배우고 중국말도 배우고 아랍말도 배워서 / 이 넓은 세상 구경 떠나나 볼 거야"

 

해방둥이 70세의 나이를 잊은 채, 청춘의 새 출발을 시작하고 있는 서유석 선생님을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만남은 사무실이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며 선생님은 여지없이 당당한 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막내야, 밥 많이 먹어라(웃음)."

 

이제는 손자 대하듯 저를 막둥이라 부르면서 정을 듬뿍 안아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오겠다며 연신 미소를 건넸습니다. 친구 대하듯, 아이 대하듯 너그러운 웃음으로 대해 주시는 모습에 선생님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50, 60대의 영원한 아이돌이자 노래하는 어린왕자인 서유석 선생님은 나이 칠십에 다시 청춘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당 시대의 로망과 유명세는 사라졌지만, 노래하는 순간만큼은 선생님에게 언제나 맑은 젊음을 안겨 주리라 생각해봅니다. 인생이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선생님의 노랫말을 기억하면서, 언제나 양손자가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아비 되고 할배 되는 아름다운 시절들 / 너무나 너무나 소중했던 시간들 / 먼저 가신 아버님과 스승님의 말씀이 새롭게 들린다 / 인생이 끝나는 것은 포기할 때 끝장이다."

 

-오마이뉴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