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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무기력부터 오르가즘 유발까지…눈에 띄는 '증후군' 어떤 것 있을까

풍월 사선암 2016. 6. 6. 23:51

통증·무기력부터 오르가즘 유발까지눈에 띄는 '증후군' 어떤 것 있을까

 

1996년 미국 루이지애나의 한 병원에 운전 중 갑작스레 기절을 한 환자가 실려왔다. 그는 불면증과 구토·오한·환각·환청 증세가 심해 병원으로 가던 중이었다. 로버트 게리 박사는 이런 증상을 가진 환자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걸프전(1990~1991) 참전이었다. 환자의 가족들까지 이런 증상들을 보였다. 게리 박사는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 걸프전에 참전했던 그레이엄 하우 중령은 게리 박사에게 이 모든 것은 생화학전에 대비한 백신접종의 부작용 때문이라고 알렸다. 또 그는 기밀문서가 있으며 자신이 곧 이를 폭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로이터통신과 미 의회 조사위원회가 실사를 벌인 결과 참전군인 70만 명 중 20만명 이상이 지금까지 이런 걸프전 증후군(Gulf War Syndrom)’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날 때'를 증후군이라고 말한다. 어떤 유행이나 현상이 전염병처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칠 때를 칭한다.1900년대 30여 개였던 증후군은 현재 2700개가 넘는다. 최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와 본지에 소개된 눈에 띄는 증후군들을 모아봤다.

 

무기력하고 손목에 고통직장인을 괴롭히는 증후군

 

손목터널 증후군

손목터널 증후군은 팔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신경인 손목터널(수근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손가락과 손바닥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지면서 손이 붓거나 손가락이 뻣뻣한 느낌이 든다. 아픈 쪽 방향으로 손목을 1분 정도 구부렸을 때 통증이 느껴진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주로 걸레를 짜거나 설거지를 하면서 손목을 혹사하는 주부들에게서 발병하기 쉽다. 클릭과 타이핑을 쉴 새 없이 하는 사무직 종사자들에게서도 자주 나타난다. 심하지 않으면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로 치료가 가능하다. 밤잠을 설칠 정도로 증상이 심하다면 손목 터널 중인대가 누르고 있는 부위를 작게 절개해 신경을 압박하는 부분을 끊어주는 손목인대절개술을 받는 것이 좋다.

 

대사 증후군

대사 증후군은 복부 비만, 고혈압, 고혈당, 높은 중성지방 수치, 낮은 고밀도콜레스테롤 수치중 세 가지 이상에 해당하는 상태를 뜻한다. 환자가 우리나라 인구의 30%에 달하고,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아프지 않고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암·뇌졸중·심근경색·당뇨합병증 등의 중증 질환들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쉬운 예방법은 복부 비만 관리. 피자·치킨 같은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과자·케이크·빵 등의 고탄수화물 식품을 줄이는 게 좋다. 운동도 중요하다. 최소 주 3, 하루 30분 이상 중증도 이상의 운동(운동을 하면서 옆 사람과 얘기하기에는 숨이 가쁜 정도의 강도)을 해야 효과가 있다.

 

무기력 증후군

직장인 무기력 증후군이란 직장인들이 일에 회의감이 들어 무력감을 느끼는 증상을 뜻한다. 입사한 지 6~9년 되는 과장급 때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갓 입사한 직장인들도 종종 이 증상을 호소한다. 무기력증의 원인으로는 과장급 직장인들의 경우 일에 대한 회의감을 꼽았으며, 낮은 연차의 직장인은 자신이 노력한 결과물에 대한 상사로부터의 반복적인 거절이나 지적을 언급했다. 무기력 증후군을 벗어나기 위해선 작은 것에서부터 동기를 찾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30분 일찍 업무 시작하기·할 일을 수첩에 정리하기·마감시간 지키기 등 작은 실천부터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뇌인지 과학자인 박경숙 인코칭 소장은 무기력증으로 상담받는 직장인이 매년 20% 가량 증가하는 추세라며 "대부분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생활을 제대로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무기력을 호소하기도 한다""증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원인이 직장 내 업무나 직급·동료 관계 등에 있다고 설명했다.

 

2시간 동안 160번의 오르가즘을특이한 증후군

 

지속성 성 환기 증후군

지속성 성 환기 증후군은 아무 자극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희귀병이다. 영속성 생식기 발작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이 질환은 2001년 미국의 성과학자 산드라 레블럼 박사가 처음으로 발표했다. 환자는 짧으면 몇 시간, 며칠 아니면 몇 주에 한 번씩 극심한 오르가즘을 느낀다. 2014년에 데일리 메일 보도에 의하면, 이 질환으로 인해 2시간 동안 160번의 오르가즘을 느꼈던 여성이 있었다. 당시 그는 하루에 평균 10회 이상 오르가즘을 느낀다고 말했으며, 탈수, 수면 부족, 호르몬 불균형 등의 고통을 호소했다.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희귀병이기에 환자는 주위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도 어렵고, 극심한 자괴감에 시달리게 된다.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의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바가 없다. 단지 일부 전문가들이 감각 신경의 손상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일부는 폐경기의 여성이나, 호르몬 치료를 받은 이들에게서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뮌하우젠 증후군

뮌하우젠 증후군은 주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아픈 증상을 꾸며내거나 이상 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1951년 미국 정신과 의사 리처드 애셔 박사가 허풍으로 유명했던 18세기 독일 귀족 뮌하우젠 남작(Baron Munchausen)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들은 병적인 수준으로 타인의 관심을 끄는 것에 집착한다. 이는 주로 어린 시절 과보호를 받거나 정신적인 상처를 입었던 경험으로 인해 자립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은 아프지 않으면서 복통을 호소한다거나, 자해를 한다거나, 과거의 경험을 과장이나 악화해서 말하는 등의 증세를 보인다. 환자 중 일부는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방식으로 관심을 끌기도 한다. 그 예로 2009년 미국에서는 한 어머니가 병약한 아들의 간병기를 블로그에 연재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으나, 후에 그가 아들에게 지속적으로 치사량의 나트륨을 주입해 온 것으로 알려져 미 전역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사례가 있다.

 

피터팬 증후군

피터팬 증후군은 육체적으로는 성숙해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어린아이로 대우받고 보호받고자 하는 심리를 일컫는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심리학자 댄 카일리 박사가 소설 속의 인물 '피터 팬'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질환이 부모의 과보호를 받은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도전과 성취를 경험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현실에서 도피해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다. 책임감이 없고 자신의 문제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는 피터팬 증후군을 정신 질환으로 지정하고, 심할 경우 전문의의 진단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 분야에서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대기업이 되면 각종 지원·혜택이 끊기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머물려는 현상을 피터팬 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스톡홀름 증후군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이 범죄자에게 동화되어 그들을 따르고 동조하는 현상을 말한다. 19738월 일어났던 스톡홀름 은행 무장 강도 사건에서 이름을 따왔다. 당시 납치됐던 은행 직원들은 6일간 인질로 지내면서 범인들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졌고, 이후 풀려나자 강도들을 옹호하거나 경찰들을 적대시하는 성향을 보였다. 스톡홀름 증후군을 연구한 미국의 심리학자 프랭크 오크버그는 이 현상의 원인에 대해 인질로 사로잡힌 사람들이 느끼는 극도의 공포감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인질들은 납치범들의 허락 없이는 제대로 먹지도, 말하지도, 화장실을 쓰지도 못하며 공포에 떨게 된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는 납치범들의 자그마한 친절에도 인질들이 호의를 느끼게 된다고 분석했다. FBI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실제로 스톡홀름 증후군이 나타나는 비율은 5%정도다. 유명한 사례로는 1974년 미국의 공생해방군에 납치당했다가 그들에게 감화되어 이후 은행 습격에 가담한 패티 허스트가 거론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발생한 '칠곡 아동학대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자신을 학대한 계모를 옹호하는 딸에게서 스톡홀름 증후군의 모습이 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영화·드라마의 소재가 된 유명 증후군

 

서번트 증후군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 등의 뇌장애를 지닌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현상이다. 1887년 영국의 의사 랭던 다운(Langdon Down)이 처음으로 소개했다. 그는 런던의학회가 초청한 강연에서 30년간 의사생활 동안 만난 특이한 환자 10명의 사례를 소개하고 이들을 백치 박식가(idiot savant)’라고 불렀다. 연구에 따르면 자폐증 환자들은 기본적인 대화도 어려운 지능 수준을 갖고 있음에도 어떤 환자는 천 장이 넘는 책을 통째로 암기할 수 있었고, 다른 환자는 사진을 보고 그리는 듯한 놀라운 묘사력으로 그림을 그렸다. 어떤 이는 뛰어난 계산능력을 발휘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은 놀라운 음악성을 보이기도 했다. 훗날 이 백치 박식가에서 '백치'라는 말을 빼고서번트 증후군으로 부르게 됐다. 서번트 증후군은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도 자주 쓰인다. 배리 레빈슨 감독의 레인 맨(1989· Rain Man)’이 있다. 톰 크루즈와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형과 그런 형을 보살피는 동생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2013년 드라마 굿 닥터가 있다.

 

리플리 증후군

리플리 증후군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리킨다. 이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있는 리플리씨의 주인공 톰 리플리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 소설은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톰 리플리가 재벌의 아들인 친구 디키 그린리프를 죽이고, 죽은 친구로 신분을 속여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재능있는 리플리씨1960년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증후군

 

영아돌연사 증후군

영아돌연사증후군은 건강하던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가 갑자기 사망하는 현상이다. 사망에 이르게 할 병력이 없는 게 특징이며, 부검에서도 사인이 밝혀지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한 해 약 90명의 영아가 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사망 유형을 분석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아기를 엎드려 재우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고 분석한다. 또 부모가 아기 곁에서 깊게 잠들었을 때 실수로 팔이나 다리로 아기의 호흡기를 막아 질식시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유아 돌연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기가 잘 때 천장을 보도록 똑바로 눕히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아기와 함께하는 잠자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잘 때는 다른 침대나 잠자리를 이용해야 한다. 또한, 아기의 호흡을 방해할 수 있는 푹신한 침구와 장난감도 옆에 두지 않아야 한다.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은 항공기 일반석과 같은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 돼 혈액이 응고되는 증상을 말한다. 매년 약 200만 명이 앓는 흔한 질환이다. 이 중 60만명은 폐색전증으로 악화하고 약 10만 명 가량이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심부전정맥혈전증이다. 1980년대 영국의 한 의사가 기내 돌연사의 18%가 심부전정맥혈전증이 원인이라 보고한 후부터 주목받았다. 과거 혈전증에 걸린 적이 있거나 고령 임신, 피임약 복용 등의 요인이 겹치면 위험도는 더 높아진다. 이러한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은 6시간 이상 비행시 통로 자리를 선택하고, 자주 객실을 걷거나 스트레칭으로 종아리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후천성 면역력 결핍 증후군

에이즈(AIDS)라는 약자로 더 잘 알려진 후천성 면역력 결핍 증후군은 인체 면역세포를 공격하는 HIV 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건강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세균·기생충·곰팡이 등도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한때 에이즈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공포의 불치병 취급을 받았다. 미국의 배우 록 허드슨은 1985년 에이즈로 사망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발병 원인이 밝혀지고 완치 사례가 나올 정도로 에이즈는 이제 만성적으로 관리해야 할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16.06.06 배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