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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빌딩 건설 어떻게 볼 것인가?

풍월 사선암 2015. 1. 24. 14:13

초고층 빌딩 건설 어떻게 볼 것인가?

 

논쟁의 초점

 

123층짜리 제2롯데월드에 이어 현대차는 한전 부지에 105층짜리 사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는 용산기지에 일본의 롯폰기힐스와 같은 초고층 타운을 조성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만만찮다. 2롯데월드의 안전성 문제가 계속 거론되면서 초고층 빌딩 경쟁을 불안하게 보는 것이다. 도시의 초고층화 전략을 어떻게 볼 것인지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녹지 확충, 수요 창출에 효과적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오늘날 초고층은 국력을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만약 부르즈칼리파(Burj Khalifa)가 없었다면 두바이 라는 도시가 그 정도로 유명해졌을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높이 1000m가 넘는 킹덤타워를 계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레이시아의 패트로나스타워나 대만의 101빌딩은 그 나라의 위상마저 높게 만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23층의 제2롯데월드가 시공되고 있다. 부산 해운대나 용산 지구 등에서 초고층 빌딩 건축이 시도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초고층 빌딩이 스카이라인을 해치고 교통 수요를 밀집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극단적으로 마천루의 저주를 언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오피스의 장기 수요 등을 토대로 인허가 단계에서 수급을 조절하면 해결할 수 있다.

 

초고층 건축의 가장 큰 장점은 토지의 효율적 활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가 산지이고, 농지가 21%, 도시용지 비율은 6.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공원이 부족하고 녹지율도 낮다. 일례로 북한산이나 대모산 등을 제외할 때 서울시의 공원 면적 비율은 3%에 불과하다. 서울시민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9.9수준으로 런던이나 베를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도심의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대다수 공원이 도시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도 떨어진다. 따라서 도심 내 토지의 효율적 활용과 녹지 확충 수단으로서 초고층 개발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아파트 건설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용적률에서 층수를 두 배로 높이면 녹지율은 50%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뉴욕·도쿄·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초고층 아파트는 쾌적한 조망권을 확보해 고급 주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홍콩에 가보면 50층 이상 아파트가 즐비하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잠실 재건축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좁은 공간에 중층(中層) 아파트를 다닥다닥 심어 넣으면서 녹지 확보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즉 도시의 밀도 관리는 용적률 제한으로 충분하며, 층수까지 규제함으로써 빽빽한중층 아파트를 양산하는 것은 도시 환경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

 

초고층은 단순히 오피스나 주거용 공간뿐만 아니라 멀티플렉스 공간을 확충하는 데도 유용하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으나 숙박시설이 부족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학교 앞 호텔 허용까지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초고층 개발은 호텔이나 쇼핑몰 등 복합상업시설 수요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초고층 빌딩은 관광 수요 창출에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일본 도쿄의 스카이트리(Sky Tree)는 개장 후 한 해 50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런던의 더샤드(The shard)나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 등도 해당 국가의 관광객 증가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내수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일례로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상시 고용인구가 2만 명에 달하고,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아가 초고층 빌딩은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지방의 구도심 정비나 재생을 촉진하는 수단으로도 매우 유용하다.

 

초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국내 건설업체의 기술력은 정평이 나 있다. 부르즈칼리파 등 세계 최고층을 다투는 빌딩은 대부분 우리나라 건설업체가 시공을 주도했다. 국내에서는 제2롯데월드 건설 과정에서 일부 하자에 대해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있었으나 직접 현장을 가보면 그 기술력에 감탄하게 되며, 공사 관리나 안전 관리가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인천공항에 입국해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면서 한강변에 펼쳐진 초고층 빌딩이나 아파트가 우리나라의 국력을 상징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초고층의 경제적 대가 상당해

 

여영호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1990년대 국내의 몇몇 기업이 앞다퉈 100층 이상의 초고층 건축물을 실현하겠다고 경쟁하던 때가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현실로 다가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2롯데월드의 123층 초고층 건축물이 드디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얼마 전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 가격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현대자동차가 드디어 그 자리에 초고층 건축물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왜 하필 초고층 건축물일까. 같은 규모로 저층의 여러 동으로 분산해 지으면 공사비도 서너 배나 절약될 것인데 왜 엄청나게 비싼 초고층 건축물을 지으려 하는 것일까. 이에 많은 사람은 각 기업이 높이에 대한 단순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건축 역사를 보면 초고층 건축물의 가치는 단순히 높이로 인식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30년에 완공된 뉴욕 맨해튼의 77층 크라이슬러 빌딩부터 시작된 고층 건축물에 대한 높이 경쟁은 초고층 건축물의 절대 가치를 높이로 인식하게 한 계기가 됐다. 이러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초고층 건축물이 몇 년 전 중동 지역에 완공되었다. 이제는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인 162(높이 약 830m) 규모로 세워진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칼리파 타워가 그 주인공이다. 이에 경쟁하듯이 사우디아라비아는 부르즈칼리파 타워보다 더 높은 1600m 높이의 킹덤타워를 세우겠다고 현재 야심 차게 진행 중이다.

 

90년대 초반부터 경제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세계 널리 알리고자 중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더 초고층 건축물 실현에 집중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결과물로서 88층 규모의 진마오 타워 등이 세워졌다. 이처럼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높이에 집중되어 왔으며 세계 최고의 높이라는 것은 그만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와 더불어 그 상징성이 대단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다시 말해 오직 하나뿐인 세계 최고의 높은 건축물을 가지기에는 이제는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그래도 나만의 아이콘적인 초고층 건축물을 가지겠다는 국가 혹은 도시 혹은 기업의 생각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현대 도시에서는 도시 상징성으로써 초고층 건축물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미국의 맨해튼이나 시카고를 봐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도시가 미국의 맨해튼이나 시카고처럼 개발될 수 있을까.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 도시들은 고층 건물에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특히 수도 서울은 어떻게 발전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초고층 건축물이 지니는 높이라는 상징적인 가치에만 매달리기에는 지불해야 할 사회 경제적인 대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먼저 무엇보다도 건립 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비록 어떠한 기업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라 하더라도 그것이 미치는 국가 경제에 대한 부담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리되지 못한 무분별한 초고층 건축물 개발이 야기시킬 수 있는 문제점들도 간과될 수가 없다. 초고층 건축물은 그것을 통한 지역적인 응집력이 있어야 그 도시가 도시로서의 기능성 혹은 정체성을 발휘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도시 이미지의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도시 전체의 계획적인 전략 없이 여기저기 나 홀로 된 초고층 건축물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선다면 도시의 이미지만 흐려질 뿐이다.

 

초고층 건축물의 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상당하지만 도시 건축적인 장래를 위한 전략이 없는 초고층 건축물의 개발은 오히려 도시 이미지와 그를 통한 도시 경쟁력만 생뚱맞게 만든다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시점이다. 101타워가 나 홀로 들어선 타이베이를 보더라도 짐작할 수가 있을 것이다.

 

[중앙일보] 입력 2015.01.14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