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극장가 휩쓴 '국제시장' 1위 비결은?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를 보니 부부싸움을 하다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더라.”
작년 12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회의에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에 이어 31일에는 김무성 한나라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종덕 문화체육부 장관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 손경식 CJ 회장은 신년사에서 이 영화를 인용해 끝을 맺었다. 영화 ‘국제시장’ 얘기다.
새해 극장가에서 ‘국제시장’의 인기가 대단하다. 작년 12월 17일 개봉 이후 2주 만에 486만 관객을 가볍게 넘어섰다. 최단기간은 아니지만,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넘어선 ‘7번 방의 선물’과 비슷한 속도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대작은 일단 피하고 본다’는 충무로 불문율까지 깼다. 국제시장은 같은 날 개봉한 헐리우드 대작 ‘호빗:다섯군대 전투’보다 관객 수가 2배나 많았다. 스크린 점유율은 20%다. 영화관 다섯 곳 중 한 곳에서 이 영화를 상영한다는 의미다.
부산 중구 신창동의 전통시장 이름을 건 영화 하나가 2015년 대한민국을 흔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국제시장'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감독이 아버지·어머니 이름 걸고 만든 영화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영화 ‘국제시장’은 6·25전쟁으로 아버지, 여동생과 생이별한 후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덕수(황정민)’의 이야기다. 거친 세월의 풍파를 겪고 어느덧 할아버지가 돼버린 덕수는 극적인 자신의 삶을 회고한다.
그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흥남부두 피란길에서 아버지와 동생을 잃어버렸다. 어찌어찌 잘 사나 싶었더니, 남동생 대학 등록금 때문에 일하러 간 서독에선 탄광에 매몰된다. 남동생 다음에 챙겨야 할 사람은 여동생이다. 여동생 결혼 자금을 마련하자고 전쟁통인 베트남에 기술 근로자로 뛰어든다.
영화에 나오는 덕수와 영자는 윤제균 감독의 실제 부모 이름이다. 윤 감독은 이 영화가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 만든 영화”라고 말했다. 힘들지 않은 아버지가 어디 있으랴 싶지만 한국 현대사를 지나온 중장년 세대들은 스크린에 옮겨진 덕수 이야기에서 삶의 애환을 느낀다. 그리고 윤 감독이 말하는 ‘감사’에서 위안을 얻는다.
◀주인공 '덕수'의 아버지 역할로 나온 배우 정진영. 사진은 덕수 아버지가 흥남 부두 피난길에서 덕수를 안아주는 장면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중장년층 ‘내 이야기다”…아버지에 대한 목마름 해소
‘국제시장’ 관객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40대 이상이다. 예매사이트 맥스무비는 40대 이상 예매율이 45%에 달한다고 말했다. 영화 속 덕수 이야기가 격동의 시기를 지나온 자신들의 자화상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자기 이야기를 다룬 문화상품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지갑을 연다. ‘명량’이 지난해 한국영화 사상 최다관객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중장년층이 극장을 찾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아버지’라는 소재를 통해 현대사를 풀어내니 그 시절을 살아온 아버지 세대에게 공감을 얻었다”며 “‘가족애’라는 소재를 함께 담아 나머지 연령층에게 폭넓게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작년 내내 국가적 재난이 이어지고, 불황이 계속되면서 가족을 보듬어주는 아버지에 대한 갈증이 커진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혔다.
◀파독 광부들의 고된 일과 장면은 체코 오스트라바 광산 석탄 박물관에서 촬영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첨단 촬영기법·발로 뛴 고증으로 재현한 그 때 그 곳
그렇다고 이 영화가 감정에만 기댄 것은 아니다. 이 영화에 들어간 제작비는 총 140억원. 제작진은 영화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동원해 그 시대를 재현했다.
영화 초반 나오는 흥남 부두 탈출 장면은 경기도 고양에 있는 깊이 10m, 넓이 1392㎡ 규모 옛 하수처리장에 물 6000톤을 넣고 찍었다. 피란민 1만4000여명을 태운 ‘메리디스 빅토리’호에 덕수 가족이 올라타는 장면은 부산 감천항에서 상선을 한 대 빌려 실제 그물을 걸어 놓고 촬영했다.
덕수가 파독광부로 일하던 갱도가 무너지는 장면을 찍기 위해 제작진은 부산 기장 창고에 25m 갱도 세트를 만들었다. 나머지 탄광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은 체코 오스트라바 광산 석탄 박물관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우리 현대사 중에서도 서독 탄광과 경부고속도로 건설, 베트남 파병같은 가장 극적인 사건들을 골라내 소재로 삼았다”며 “시나리오 담당자가 서독 광부·간호사 모임, 월남전 참전용사 모임을 직접 다니며 증언을 수집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유진우 기자 / 입력 : 2015.01.02 14:00
대한민국현대사의 자화상
-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
연초 가족들과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지난 12월 17일 개봉하여 2주 만에 관객 700만 명에 예매 율 1위로 흥행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 관객 1,145만을 동원했던 영화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과 연기파 인기배우 황정민, 국제스타 김윤진, 천만배우 오달 수 등이 출연한 6.25전쟁이후 오늘까지 대한민국 건국 2세대들의 삶의 단면을 묘사한 감명 있는 휴먼 드라마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6.25전쟁당시 중공군의 침입으로 1950년 12월 23일 흥남부두에서 피난에 오른 윤덕수 가족들 6명의(부모, 4남매)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피난 배에 오르면서 덕수(황정민 분)가 셋째동생 막순이(당시5살)의 손을 놓쳐 타지 못하자 아버지가 찾아가는 도중 배가 떠나면서 생이별이 되었다. 부산에 도착하여 국제시장 고모의 ‘꽃분이네’가게를 찾아 안착한 뒤 피난생활이 시작된다. 어머니는 바느질을 하였고, 덕수는 장남으로 책임감을 느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였다. 덕수는 죽마고우 달구(오달수 분)와 구두닦이 등을 하다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독일광부로 가서 막장에서 죽을 고비도 맞는다.
그러나 그곳에서 파독 간호사 영자(김윤진 분)를 만나 임신까지 하여 귀국 후 결혼을 하게 된다. 덕수는 자기 소원이었던 선장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해양대학에 합격한다. 그러나 학업도 포기하고 동생의 학비와 결혼비용을 벌기위해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전에 기술공으로 참여한다. 월남에서 베트콩의 기습으로 총상을 입고 발을 절뚝거리며 귀국하였다. 귀국 후 방송에서 6.25 전쟁 때 헤어진 가족 상봉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아버지는 찾지 못했으나 미국으로 입양 간 동생 막순이를 만나 감동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덕수는 할아버지가 되어 손주들을 보면서 자식세대의 행복을 위해 본인을 희생한 삶을 회생하면서 영화를 끝난다.
영화를 본 네티즌 의견들도 일부 혹평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있고, 대한민국이 있다. 우리아버지는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셨다. 대단히 존경스럽다. 추운 날씨인데도 돈을 주고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시간을 선물 받았다, 전쟁의 아픔, 부모님의 자식을 위한 희생적인 삶을 생각하게 되었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게기가 되었다.
영화장면에서 자식에 대한 애틋한 부모의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이나 아내에게 편지를 쓰면서 ‘사는 게 정말 힘들다. 이 힘든 풍파를 우리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다.’ 란 독백하는 장면, 이산가족 재회장면 등은 관중들의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하였고, 부부싸움을 하다가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은 가슴을 찡하게 하였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국민 각 계층에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건국 2세대들의 평범한 가정의 삶의 현장으로 대한민국 현대화의 자화상이었다. 6.25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80불도 안 되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오늘날 국민소득 2만 불이 넘는 선진국 대열에 서 있게 된 원동력이 주인공 덕수 같은 건국 2세대들이 서독 광부, 월남전 파병, 중동 노동자로 파견되어 피와 땀을 흘리면서 받은 달러 덕분이었다.
국제시장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가 아닌 바로 70세 전후 건국 2세대들이 굳세게 살아온 이야기 들이며,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서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야기된 6.25전쟁에서 유엔군의 덕분으로 조국통일을 눈앞에 두고 중공군의 불법개입으로 통일을 못 이룬 통한을 일깨워주며,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서 아비규환의 철수장면은 전쟁의 참상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당시 화물을 버리고 1만 4천여 명의 피란민을 태운 기적의 배 ‘메러디스 빅토리아 호’와 선장 마리너스라우( 1914-2001)의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끝으로 이 영화를 제작한 기획사와 감독, 출연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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