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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

풍월 사선암 2014. 9. 25. 20:59

한국에서 설렁탕 가장 맛있는 식당은

 

손기정·김두한도 단골이었다 108년 역사 이문설농탕’ / 농식품부·한식재단 역사·평판 조사

한국의 맛 이어온 식당’ 100곳 선정 / 공통된 비법은 잔재주 아닌 정성


서울 종로구 공평동 이문설농탕


100년 하고도 8. 서울 이문설농탕이 설렁탕 하나로 이어온 세월이다. 60대도 이 집에선 어린 단골로 통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홍씨가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이문옥을 연 게 시작이었다. 건국 후 서울시 음식점 허가 1호이기도 하다. 마라톤 영웅 손기정, 남로당 거물 박헌영, 풍운아 김두한 등 단골의 이름만으로도 현대사다. 대한민국보다 긴 역사를 이어온 비결은 담백한 국물 맛이다. 비법은 잔재주가 아니다. 현재 주인인 전성근(67)씨는 좋은 재료와 오래 끓이는 정성, 그 이상의 비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문설농탕은 양지·도가니·사골 등을 솥에 넣고 16~17시간을 끓인다. 연료가 장작에서 연탄으로, 다시 가스로 바뀌었을 뿐이다. 표준어인 설렁탕 대신 설농탕(雪濃湯)’이란 이름을 고집하는 것도 눈처럼 뽀얀 국물에 대한 자부심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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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aps.google.com/maps/ms?msid=209034416829292055472.0004c4abe36f241ea53c2&msa=0&mid=1342536563&dg=feature 

 

맏형은 1904년 세워진 이문설농탕이다. 이 집은 재개발로 지난해 견지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통 북한식 냉면집인 부산 내호냉면은 우암동 시장 골목 구석에 있다. 1919년 북한에서 시작해 한국전쟁 후 이곳에 터를 잡았다. 3대 주인 이춘복(63)씨는 허름한 골목을 떠날 생각이 없다. 그는 고향 생각에 찾아오는 어르신에 대한 예의라고 말했다. 내호는 함경도의 지명이다.

 

오래된 음식점은 첫 주인의 억척과 강단이 밑거름이 된 곳이 많다. 부산 박달집(보신탕)의 창업자인 고 박여숙씨는 일제 때 음식값을 치르지 않은 일본 순사에게 칼로 찌르고 가라며 맞서 돈을 받아내기도 했다. ‘밥 정()’도 장수의 비결이다. 전복·물미역이 들어간 비빔밥으로 유명한 울산 함양집의 1대 대표 고 강분남씨는 한국전쟁 때 아군·적군을 가리지 않고 걷어 먹인 덕에 북한군이 목숨을 살려줬다고 한다. 이 집은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 미리 밥을 퍼놓지 않는 게 원칙이다.

 

이번에 선정된 100곳 중 가장 많은 음식점이 있는 지역은 서울(28)이었다. 나주 하얀집(나주곰탕), 해남 천일식당(떡갈비) 등 전남(12)이 뒤를 이었다. 동별로는 서울 서소문동이 4(잼배옥·강서면옥·고려삼계탕·진주회관)으로 가장 많았다. 양일선 한식재단 이사장은 일본은 540년간 이어온 교토의 소바 집 같은 시니세(老鋪, 오래된 음식점)’를 관광 명소이자 문화 자원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100대 식당의 상세한 정보는 한식재단 홈페이지(www.hansik.org)에서 볼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12.07.12 02:09 / 수정 2012.07.1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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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 곰탕 갈비탕과 세계 최고 레스토랑 김성윤의 맛세상

 

탕탕탕...’. 지난 7월 한식재단이 펴낸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이 책은 현재 영업 중인 국내 한식당 중에서 50년 이상 역사를 가진 100집을 모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봤다. 설렁탕, 곰탕, 갈비탕, 삼계탕, 꼬리곰탕, 추어탕 등 탕을 내는 식당의 비율이 유난히 높다. 올해로 개업 108년을 맞아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음식점인 서울의 이문설렁탕(1904년 개업)부터 나주곰탕 명가인 전남 나주 하얀집(1010), 개장국으로 이름 높은 부산 박달집(1920), 경기도 안성 설렁탕집 안일옥(1920), 서울 형제추어탕(1926) 등 현재까지 영업 중인 최고령 한식당 10곳 중 절반이 탕반(湯飯)을 내는 식당이다. 고기나 뼈 따위를 끓인 국물음식이 우리의 외식 메뉴 중에서 역사가 가장 긴 셈이다.

 

국물음식이 외식 메뉴로 가장 먼저 등장한 건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1765불랑제라는 식당은 프랑스 파리에서 개업하면서 우리는 최고의 레스토랑을 판매합니다라는 선전문구를 간판에 적어넣었다. 음식점에서 음식점을 뜻하는 레스토랑을 판매한다? ‘레스토랑은 원래 수프 즉 탕을 일컸는 말이었다. ()의 발 부위를 화이트소스로 끓였다. 한국에서 팔았다면 양족탕(羊足湯)’이라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사람들은 피곤하고 기운이 없거나 한여름 무더위에 지쳤을 때 찾는 음식이 바로 곰탕이나 삼계탕, 추어탕 따위 탕요리이다. 과거 프랑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18세기 파리 사람들은 기운을 내기 위해 레스토랑 한 그릇을 먹으려 불랑제를 찾았다. 레스토랑은 일종의 보양식이었다. 원기를 회복하기 위해 먹는다고 해서 ‘(체력을) 회복시킨다는 뜻의 프랑스어 동사 레스토레(restaurer)’에서 레스토랑(restaurant)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이 보양탕 레스토랑은 큰 인기를 끌었고, 마침내 각종 음식을 손님에게 돈 받고 제공하는 외식업체를 총칭하는 일반명사로 굳은 것이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있는 보틴(Botin)’이다. 1725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무려 287년째 영업 중이다. 이 식당을 지난 1월 방문했다. 보틴을 찾아가기 위해 투숙하던 호텔 컨시어지에게 식당의 주소와 가는 길을 묻자 요즘 그 식당에 마드리스 사람들은 거의 가지 않는다굳이 음식 맛을 위해 찾아가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3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식당은 어떤 맛과 모습일까 궁금해 보틴을 찾았다.

 

레스토랑 보틴은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그런데 뛰어난 음식 맛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오래된 역사와 명성을 팔아서 먹고사는 듯했다. 웨이터들의 접객 서비스는 불친절하지는 않았지만 타성에 젖은 듯 무성의했다. 첫 코스인 전채요리가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을 넘지 않았다. 미리 만들어놓지 않았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속도와 신속함이었다. 그리고 전채를 다 끝내기도 전 웨이터가 메인요리를 들고 나왔다. 각 코스 요리를 충분히 즐기도록 손님이 접시를 비우면 다음 요리가 내는 것이 일반적인 유럽의 고급 레스토랑들과는 달랐다.

 

보틴이 세계 최고(最古)일지는 몰라도 최고(最高)는 아니었다. 맛있는 음식을 위해 찾는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가장 오래된 식당이라는 명성에 이끌려 찾아가는 관광 명소로 전락한 듯했다. 왜 현지인들은 이 식당을 찾지 않고 미국·일본·한국·중국 등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들만 오는 지 알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레스토랑이 과연 언제까지 역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이 출간된 후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책과 책에 등장하는 음식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소개된 일부 음식점에 대해 음식이 예전 같지 않은데 단지 오래됐단 이유로 포함된 식당이 있다’ ‘비싼 요리를 주문하지 않고 식사만 주문하면 퉁명스럽게 손님을 대해 불쾌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식재단 양일선 이사장은 펴내는 글에서 우리나라에 100년 이상 된 한식당은 거의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80, 90년 이상 된 식당들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역사라고 부를 만큼 오랜 시간 국민들에게 사랑받아온 식당이 세계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드물다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책에 소개된 식당들이 앞으로도 역사라 부를 만큼 오래 국민들에게 사랑받으며 명성을 이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있다면 좋겠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11일 이문설농탕처럼 한국의 맛을 이어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음식점 100곳을 추려 발표했다. 8개월간 역사·평판에 대한 조사를 거쳤다. 50년 이상 된 음식점이 대상이지만 역사가 몇 년 모자라도 전통 맛집이라 할 만한 4(1963~67년 개업)도 포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