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건강,의학

베스트 닥터 <25>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

풍월 사선암 2014. 8. 17. 18:58

치매환자 기억 살리는 뇌기능 회복 연구 몰두

베스트 닥터 <25>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

 

돋보기로 햇볕을 모아 종이에 불을 붙이듯 초음파를 모아 뇌의 특정 부위를 지져 손떨림증·파킨슨병·강박장애를 치료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1일 오전 8시 미국 워싱턴DC의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미국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ASSFN)의 학술대회. 이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는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의 미래에 대해 특강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의사 600여 명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그는 특강에서 세계 처음으로 파킨슨병과 강박장애 환자에게, 두 번째로 수전증 환자에게 고집적 초음파 뇌수술을 실시한 결과에 대해 발표했다.

 

장 교수는 기능신경외과학의 세계적인 대가다. 뇌신경계의 미세한 이상 탓에 인체의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된 것을 수술로 치료하는 분야가 기능신경외과학이다. 기능신경외과학 중 컴퓨터로 뇌의 이상 부위를 찾아내 수학의 3차원 좌표 원리에 따라 수술하는 분야를 정위기능신경외과학이라고 부른다.

 

장 교수는 1996년 미국 시카고대로 연수를 떠났다. 2년 동안 주말을 잊고 파킨슨병을 극복하기 위한 동물실험과 유전자 치료 등의 연구에 매달렸다. 98년 귀국해선 매년 국제 권위지에 최소 5편의 논문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다른 교수들은 용기는 가상하지만이란 반응이었다. 당시 의사들이 국제학술지에 한 해 한 편의 논문도 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교수는 이듬해부터 이 약속을 지켜 매년 5~8, 지금까지 1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는 정위기능신경외과학지’ ‘신경조절등 국제 학술지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장 교수는 얼굴경련·3차신경통·파킨슨병·()긴장 이상증·수전증·난치성 간질·강박장애 등 350여 명의 환자를 매년 수술로 고친다. 매주 150여 명의 외래환자를 진료한다. 연세대 신경외과 주임교수와 뇌연구소 소장으로, 행정과 교육까지 책임지고 있다. 이처럼 빡빡한 진료·수술·강의 등의 일정 때문에 11초를 아껴 쓴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 이전에 병원으로 향하고 토·일요일에도 공식 행사가 없으면 병원에서 지낸다.

 

그는 세계 각국의 학회와 대학의 특강 요청을 거르고 걸러 한 해 평균 7~8회의 해외출장을 간다. 대개 24, 35일 등의 강행군으로 다녀온다. ASSFN 학술대회도 토요일 낮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화요일 오후에 귀국하는 24일 일정이었다.

 

장 교수는 20002월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전극을 심어 자극하는 방식으로 운동장애를 치료하는 뇌심부자극수술(DBS)’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강박장애 환자에 대한 뇌심부자극수술, 경직 환자에 대한 바클로펜 펌프 삽입술, 중증 난청 환자에 대한 뇌간 청신경핵 자극수술 등 수많은 수술을 국내 최초로 실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국제복원신경외과학회 회장, 아시아·태평양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회장, 세계신경외과학회 신경재생분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엔 세계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사무총장 겸 재무이사로 선임됐다. 대한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회장, 대한신경외과학회 학술위원장, 대한통증연구학회 회장 등을 맡아 국내 학문의 발전도 이끌고 있다. 그는 2004년부터 서울대 공대 초미세생체전자시스템연구센터 김성준 교수팀과 함께 DBS의 국산화 프로젝트를 수행해 시제품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기존의 DBS는 뇌의 위치만 파악해 자극을 줬지만 최근엔 뇌의 전기신호를 해독해 자극의 강도주기 등을 조절하는 첨단장치를 개발 중이다.

 

기능신경외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파킨슨병과 각종 운동장애·간질·만성 통증·손떨림증 등의 증세를 개선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뇌기능을 복원하는 쪽으로 치료 방향이 이동하고 있지요. 치매 환자의 기억력을 되살리거나 우울증과 각종 중독을 치유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뇌에 컴퓨터장치를 심어 로봇 팔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가능해지지요. 줄기세포를 이식해 여러 병을 근원적으로 고치는 것도 머나먼 미래의 일은 아닙니다. 새롭게 펼쳐지는 뇌의 세계에서 각국의 학자들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우리나라가 이 분야를 이끌어가는 것, 멋지지 않습니까? 제가 하루 종일 병원과 연구현장을 떠날 수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