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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꽃 향 퍼질 때 아낙들 가슴이 왜 뛸까

풍월 사선암 2013. 8. 15. 13:44

밤꽃 향 퍼질 때 아낙들 가슴이 왜 뛸까

남성의 정액, 심신 컨디션 따라 냄새 달라져

 

6월의 초여름, 하얗고 길쭉한 꽃을 수북이 머리에 인 밤나무 밑을 걷다 보면 비릿한 냄새가 진동한다. 밤나무 꽃 냄새는 남자 정액 냄새와 아주 유사하다. 그래서 옛 이야기에 정액 냄새를 갈구했던 과부나 여성들이 이 냄새 맡기를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밤꽃 냄새가 남성들에게는 그다지 상쾌한 느낌을 주지 못하지만 여성들에게는 밤꽃 향기로 느껴진다고 한다.

 

평소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는 부고환과 정관을 거쳐 조금씩 이동해 정낭과 전립선에 머무른다. 정낭과 전립선에서는 정액을 만들어 정자가 살 수 있도록 영양을 공급한다. 정액의 50?70%는 정낭, 15?30%는 전립선에서 만들어지며 전립선에서는 정액 특유의 밤꽃 냄새가 나는 물질을 만든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에서 요로를 둘러싸고 있는 장기다. 태어날 때는 보일락 말락 할 정도 크기의 전립선이지만 사춘기 때부터 조금씩 자라 20g까지 커진다. 밤톨 모양이어서 대한해부학과학회에서는 밤톨샘이라고 부른다. 정액 성분의 15?30%를 차지하는 전립선액에는 정자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각종 영양소와 효소가 들어 있는데, 밤꽃 냄새가 나는 것은 바로 이런 성분 때문이다. 전립선 액 속의 스퍼미딘과 스퍼민, 인산, 유산, 단백질 등의 성분이 정액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만들어낸다. 특히 스퍼민이라는 효소가 독특한 밤꽃 냄새를 만든다. 놀랍게도 밤꽃 향기의 성분이 정액 냄새의 성분과 같다.

 

 

건강한 남성 정액 냄새는 좋은 향수

 

여성의 성기는 약산성이다. 이것은 자궁 내로 병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살균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약간 새콤한 냄새가 난다. 정자가 다른 병균과 달리 살균되지 않고 무사히 자궁까지 도달하려면 약산성을 중화시켜야 하는데, 이 역할을 하는 것이 약알칼리성의 전립선액이다. 또한 여자는 요도와 생식기가 따로 존재하는 것과 달리, 남자는 요도를 통해 소변과 정액이 모두 방출되므로 요도에 존재하는 소변 찌꺼기의 유해 작용으로부터 정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전립선액이 필요하다.

 

남성의 정액은 냄새를 지녔을 뿐 아니라 시기마다 각기 다른 냄새가 난다. 냄새가 다른 이유는 심신의 컨디션이 다르기 때문이다. 건강한 시기의 정액 냄새는 마치 좋은 향수 냄새를 방불케 한다. 이 좋은 정액 냄새가 불륜을 맺은 사람들에게는 화근 덩어리로 남는다.

 

배우자가 아닌 다른 남녀와 부정한 관계를 저질렀을 경우, 섹스를 한 여성의 몸에는 정액의 냄새가 한동안 배어 있게 되고, 마찬가지로 남자의 페니스에도 한동안 배어 있다. 따라서 최근 당신과 섹스한 적이 없는데 아내의 질에서 정액 냄새가 난다면 아내가 부정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고, 남편 역시 마찬가지다.

 

정액 속 물질이 여성 기분 좋게 만들어

 

여자들은 무엇보다 냄새에 강하다. 그야말로 귀신같이잘 알아맞힌다. 아내가 빨래를 하는 경우라면 이러한 냄새의 기록은 곧바로 불륜을 의심하는 싹이 되고 만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증거물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다름 아닌 섹스와 관련된 것이다. 일부 아내들은 심지어 정액의 양을 가지고도 남편의 불륜 사실을 의심하기도 한다. 남자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실제 몸에서 만들어내는 정액의 양을 속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여우같은 여자들의 지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꼭 정액 냄새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남성이 여러 번 사정을 한다든지 몹시 피곤하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은 상태에서는 악취가 난다. 특히 정신적으로 심하게 흥분한 상태의 정액 냄새는 부패한 냄새에 가깝다. 남성이야 쾌락을 느끼면 그만이지만 냄새가 고약한 정액이 여성의 몸에 들어가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아이를 낳을 경우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편이라면 그녀에게 단지 성적 쾌락뿐 아니라 건강한 성적 쾌락을 안겨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정액에서 발산되는 냄새만이 여성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일까. 정액에는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 프로락틴, 황체 호르몬, 프로스타글란딘 같은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들 물질이 여성의 기분을 충분히 변화시킨다. 특히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성관계를 하는 동안 여성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중 하나가 콘돔 사용 여부에 관한 실험이다. 뉴욕 주립대학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콘돔 없이 섹스한 여성은 콘돔을 사용했거나 섹스를 하지 않는 여성들에 비해 우울증 증세를 덜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질이 정액의 각종 좋은 성분들을 흡수함으로써 혈관으로 퍼져 우울 증세들을 완화하도록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내 한 산부인과 의사의 발표에 따르면 정액 속에는 시자르(Cizar)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이 여성의 난소암을 예방해줄 뿐 아니라 여성의 면역력을 키우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등 여성을 좋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사실 정액은 아연과 칼슘, 칼륨, 과당, 단백질 등 대단히 좋은 물질들을 함유한 활력의 보고다.

 

입을 통해 오럴 섹스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입안으로 남성의 정액이 들어올 때가 있다. 이럴 때 여성이 걱정하는 것은 정액을 먹어도 무해한가다. 상대 남성에게 성병이나 질환이 없는 한 여성이 정액을 먹어도 특별히 건강상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밤꽃 냄새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풋내를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다.

 

밤꽃과 정액, 냄새 같은 이유

 

밤꽃 향기를 만들어내는 분자들의 이름이 흥미롭다. 스퍼미딘(spermidine)과 스퍼민(spermine)‘sperm’(정액)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정액 냄새에는 이 두 물질 말고도 푸트레신(putrescine)과 카다베린(cadaverine)이라는 분자가 기여한다. 푸트레신은 ‘putrefy(부패)’에서 유래됐고, 카다베린은 ‘cadaver(사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스퍼미딘과 스퍼민은 사람의 정액에서 처음 발견됐고, 푸트레신과 카다베린 분자는 썩은 살코기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것들의 냄새는 좀 더 고약하다.

 

밤꽃 향기 물질들은 모두 사슬형 탄화수소에 아민이라고 부르는 질소 작용기가 결합된 폴리아민이다. 따라서 스퍼미딘, 스퍼민, 푸트레신, 카다베린 네 분자는 모두 질소를 포함한 아민계열 화합물로 휘발성이 있다. 아민류들은 대체로 냄새가 고약한데 정액에서 생선 비린내가 나는 것도 아민류 화합물 때문이다. 아민과 폴리아민 분자들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경우가 많다. 밤꽃 향기 물질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푸트레신과 카다베린은 썩은 살코기의 고약한 냄새를 만들어낸다. 입 냄새와 세균성 질염 냄새와도 관련이 있다.

 

시사저널 [1234] 2013.06.12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