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건강,의학

제3의 장기(臟器) 장(腸) 내 세균이 내몸을 지킨다!

풍월 사선암 2013. 6. 28. 01:16

‘제3의 장기(臟器)’ () 내 세균이 내몸을 지킨!

 

() 안의 유익균을 키워라. 유익균은 인간의 면역 기능과 다른장기를 보호한다.

장내 유익균의 활동이 인간의 면역체계를 튼튼히 하고 다른 장기(臟器)까지 보호해줘… 인체에 꼭 필요한 중요 비타민 생성도

 

 

의학계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장내세균과 건강과의 관계가 최근 들어 새롭게 조명받는다. 장내 세균은 평생을 인간과 함께 소통하며 여러 영역에서 건강한 삶을 좌우한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국내에서도 유산균 숍이 인기를 끈다. 요구르트와 발효유·치즈 등의 유제품 중심의 먹는 유산균에서 이제 피부에 바르고 체내에 투여하는 유산균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서울 강남과 명동, 신촌 등 번화가의 피부관리숍에는 몇 년 전부터 유산균을 응용한 다양한 제품과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어왔다. 강남의 한 피부관리숍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한수빈(가명·) 씨는 만성 변비에 시달려서 유산균을 먹기 시작했다지금은 피부팩에도 쓰는데 아주 좋다고 말했다.

 

한국유산균학회장인 윤성식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는 고대 페니키아의 여인들은 발효유로 세안을 했다최근 젊은 여성들의 유산균 열풍은 역사적 기원이 오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장내 세균이 인간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관심을 끈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유산균과 건강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장내 세균총(세균들의 전체 덩어리)과 건강의 연관성을 밝힌 흥미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됐다. 요시미 벤노 일본 이화학연구소 박사팀은 같은 식사를 해도 사람에 따라서 장내 유익균 비율에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일본 남성 92명에게 동일한 식사를 제공하며 장내 세균총의 비율을 측정했다.

 

3일간 매끼 1879를 제공하고 대변 샘플을 채취했는데, 똑같은 식사 후 채취된 대변에서 사람에 따라 유익균과 유해균 비율이 다르게 나타났다.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 그룹은 미생물균총을 구성하는 균주 중 락토바실러스의 비율이 높고 클로스트리듐의 비율은 낮았다. 다른 그룹은 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락토바실러스는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익균이고, 클로스트리듐은 대표적인 유해균이다.

 

유익균의 활성화가 면역체계를 결정

 

장내 세균이 인간의 생존과 건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지근억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인간은 스스로가 먹는 음식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모두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한다. 장내 미생물이 음식 중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중 많은 부분을 분해한 다음에야 인체는 이들 영양소를 흡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우리 인류의 선조들은 약 45000만 년 전 대장 미생물을 처음 몸속으로 끌어들였다. 박테리아의 효소를 이용하면 좀 더 다양한 종류의 먹거리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미생물은 비타민과 장내 염증을 억제하는 화합물 등 인간이 생산하지 못하는 유익한 물질을 만들어낸다. 윤성식 교수는 인간과 체내외 미생물을 모두 합쳐 하나의 초유기체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워싱턴대학 고돈 교수팀에 따르면 장 속에는 최소한 500종 이상의 세균이 있고, 그 수가 1000조 마리에 이른다. 이는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세포의 숫자(60조개)보다 훨씬 많다. 무게로 환산하면 약 1에 해당한다. 장내 세균총을 펼쳐 넓이로 환산하자면 300~400에 이른다. 우리의 몸 안에 테니스코트 하나가 들어있는 셈이다. 사람의 장 표면은 수많은 주름으로 이뤄져 있다.

 

마치 우리 뇌에 주름이 많은 것과 유사하다. 이 주름은 표면적을 최대화하여 영양분 흡수가 효율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면 위와 소장에서 소화 효소를 이용해 음식물을 분해한 후 당,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 등을 섭취하게 된다. 이때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영양소와 미처 흡수되지 못한 영양소들은 소장과 대장에 존재하는 세균들이 이용한다. 사람이 다 소화할 수 없는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의 소화를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 얻는 에너지의 10~15%는 장 속 세균이 소화시켜준다고 한다.

 

세균은 이들 영양소를 섭취해 증식하고 세균이 내놓는 배설물은 다시 장 속으로 배출된다. 이때 배설물 중 상당 부분이 소장과 대장벽을 통해 흡수돼 혈액으로 들어간다. 이 중에는 초산 같은 유기산, 각종 비타민, 아미노산,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메탄, 수소 등 여러 가지 물질이 들어있다. 이처럼 장내 세균은 사람의 몸에서 특이한 형태로 존재하며 종합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윤 교수는 장내 세균은 인간수명의 결정 인자 중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인체에 상주하고 있는 세균들은 외부의 병원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고 우리 몸의 면역계와 공동전선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장내세균이 장 점막으로 들어오는 외부 물질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계를 항상 자극하고 있는 덕분에 면역력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장내 세균은 장내 면역 임파조직 생성을 자극하고, 여러 항체의 생성과 항원 작용을 통해 면역력을 강화시킨다. 물론 유익균의 역할에 의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토피가 예방되고 항암활동과 항종양이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의 설명이다.

 

유해균이 평상시보다 늘어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유해균이 많을수록 유해산물이 늘어나고 장세포는 손상돼 장 암모니아, 황화수소와 같은 독소와 노폐물을 쌓이게 한다. 이는 각종 성인병과 암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한다. 따라서 장내 유익균을 관리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항균성 물질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대표적인 유익균인 유산균과 비피더스균을 활용해야 한다. 죽은 효모는 유산균의 좋은 먹이가 되므로 이를 통해 유산균을 활성화해 대장균을 다스릴 수 있다.”

 

장내 세균은 우리 몸에 좋은 작용을 하는 유익균(락토바실러스 등), 나쁜 작용을 하는 유해균(대장균·클로스트리듐 등), 기능이 복합적인 무해균(박테로이즈·유박테리움 등)으로 나뉜다. 유익균은 식품 중의 당류를 분해해서 유산이나 알코올 등을 만든다. 유해균은 단백질이나 아미노산 등을 분해해서 황화수소나 암모니아 등 인체에 나쁜 물질을 생산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사람마다 장내에 있는 세균의 비율은 다르지만 유익균과 무해균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유해균도 일정 비율 존재한다. 하지만 유해균이 늘어나면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부 전문가는 스트레스가 심하면 유해균이 늘어난다고도 한다. 유해균의 활동으로 장 기능이 손상되고 유해물질이 혈액을 통해 다른 장기에 침투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몸의 면역균형이 깨진다. 여성의 경우, 장내 유해균이 활성화되면 장의 대장균이 질()로 침투해 방광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유해균으로 인해 장 수술시 천공(곪은 부위)이 나타나는데 유익균의 활동은 이런 증상을 예방한다. 지근억 서울대 교수는 장내 세균은 다른 장기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며 철저한 스트레스 관리를 주문했다.

 

미국 UCLA 의대팀은 유산균의 작용이 신경전달물질에 자극을 줘 뇌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자폐증, 우울증,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더 많은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윤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장내 세균총이 발기부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NO(Nitric Oxide, 일산화질소)가 혈액에 흡수되며 발기가 나타나는데 유산균이 NO를 생성시킨다는 것이다.

 

엄마의 장 건강은  아기를 병원균으로 부터 보호한다. 모유에는 장수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비피더스균을 활성화하는 성분이 많다.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이 중요

 

결론적으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장내 유익균에 해당하는 유산균과 비피더스균을 적절한 비율로 유지해야 한다. 장 건강 전도사로 알려진 지근억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오랫동안 세균과 공존해왔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이다. “중요한 것은, 유익균과 유해균의 밸런스이며 그것이 무너지면 병에 걸리게 된다. 신생아의 장에는 대표적인 유익균인 비피더스균이 90% 이상이지만 노화되어 가면서, 클로스트리듐과 같은 유해균이 늘어난다.”

 

특히 모유에는 비피더스균이 좋아하는 영양소가 많지만 이유식 이후부터 비피더스균이 현격히 줄어들고 유해균이 활성화되며 균형이 깨진다는 것이다. 장수한 사람들의 장에서는 비피더스균이 유난히 많이 발견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인간의 장기 가운데 간은 인체에 늘 봉사하지만 장의 세균들은 인간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장내 세균의 과학적인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최근 연구에서는 장내 세균이 몸에 필요한 비타민을 합성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타민 K, 비타민 B12가 이에 해당한다. 락토바실러스(젖산균), 티아민, 리보플라빈과 같은 장내 세균이 비타민 B그룹을 합성하는 것이다.

 

고돈 교수팀은 장내 세균이 인체의 유전자 활동에도 직접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무균 동물을 만든 뒤 장내에 BT(세균제제)를 이식했다. 이 세균이 들어간 동물의 장 조직을 검사한 결과 장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는 유전자와 이물질이 장 조직을 통과하는 것을 막는 유전자, 감염으로 인한 조직 손상을 막는 유전자의 활성이 무균 동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장벽 모세혈관의 성장이 더 빨랐다. 장내 세균이 없으면 장과 장 면역조직의 발달이 미약해진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이것을 일반화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장내 세균이 인간의 광범위한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에는 신생아의 분만방법에 따라 세균총에 차이가 난다는 논문이 발표돼 의학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푸에르토리코의 마리아 G. 도밍게르 벨로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의 세균총은 산모의 질에 있는 것과 유사했다. 무균 상태의 태아는 질을 통해 나올 때 엄마의 균형 잡힌 장내 세균총을 물려받을 확률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오세종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상대적으로 천식·아토피 피부염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유익균 함유 제품을 섭취해 세균총의 균형을 맞추는 게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엄마 몸 안의 태아는 무균상태지만 출산시 산도(産道)를 통과하면서 엄마의 질에 있는 유익균을 얻게 된다. 출생 후 23년간 아기의 세균 군집이 성숙해가는 동안 면역계도 조화를 이루면서 함께 발달하게 된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의 세균 군집은 자연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기의 것과는 크게 다르게 나타났지만 이런 상태가 성숙한 다음에도 유지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 건강이 인간 수명을 결정한다!

 

오 교수는 병원균이 발호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익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실제로 여성의 질내 세균 구성비는 출산을 앞두고 놀라운 변화를 나타낸다.

 

태아가 처음으로 미생물을 접하게 되는 산도를 아기에게 유익한 세균들로 채우는 과정이다. 이는 태어날 때 온몸을 유익균으로 샤워하는 것과 같으며, 태변을 통해 확인해보면 피부와 호흡기뿐만 아니라 아이의 대장건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성식교수는 여성의 질은 산소가 적은 점액질로 구성돼있어 유산균이 살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며, 항문의 유산균이 옮겨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엄마의 장 건강 상태가 아이의 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각종 세정제 등 여성의약품에는 유산균이 응용된다.

 

핀란드 투르크대학 살미넨 교수는 유산균이 백내장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 메이플그로브 병원에서는 만성 설사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주입시켜 치료에 효과를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 교수는 좀 더 연구가 진전된다면 자신의 대변에서 유익균을 선별해 장내로 투여하는 기술이 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연구팀은 전환성 대장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장내 세균총의 활동이 없으면 장염 발병율이 높다는 것을 밝혀냈다. 직장암 수술 후 대장에서 변이 생기지 않도록 일시적으로 만든 후 변이 생기는 정상적인 대장과 비교한 결과 변이 생성되지 않은 쪽에서는 장염이 더 많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진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정상적인 세균총이 자라기 위해서는 변이 생성돼야 한다정상 세균총이 자라야 장점막에 에너지를 공급해 장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장내 세균총에 대한 연구는 매우 미진했다. 장내 세균은 평생 동안 몸 안에서 항상성을 유지해야 하므로 특정 유익균만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의학적으로 매우 예민하며 장내 세균들의 조화로운 균형이 장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의학자들은 현대의 질병은 음식에서 기원하고 음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식원병(食原病)이 많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장의 건강과 관련돼 있다. 과거 우리들의 식탁에 자주 올라왔던 각종 발효식품만 제대로 먹어도 충분한데 바쁜 현대인들의 잘못된 식습관이 건강을 망친다는 것이다. 이른바 생활습관병이다. 전문가들은 평소 고지방·고단백 위주의 식사를 피하고 꾸준한 운동과 충분한 양의 섬유소와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장건강관리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06월호 (2013.05.17) 정민규 월간중앙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