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오늘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 / 안도현

풍월 사선암 2012. 11. 22. 23:54

 

 

오늘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 / 안도

 

우리가 바라보지 않으면

별은 빛나지 않는다네

오늘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는

사랑이여,

내가 오래오래 그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라네

 

그대와 나 사이에 가로놓인

그리움의 거리만큼 아득한 곳에서

오늘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는

그대가 초롱초롱 눈뜨고 있는 동안

나 그대의 말없는 배경이 되고 싶다는 뜻이라네

 

그 언제부터였던가

별이 빛나던 밤에

나는 낡은 참고서를 뒤적이던 까까머리였고

그대는 밤 새워 긴 편지를 쓰던 단발머리였지

 

나는 그대로 하여 잠들지 못하고

그대는 나로 하여 잠들지 못하던

사랑이여,

오늘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는

그대와 내가 어느새

이 세상을 끌고 가는 주인이 되었다는 뜻이라네

 

사랑이여,

별이 어디 하늘에서만 빛나던가

하염없이 흘러가는 강물 위에도

달리는 자동차의 안테나 끝에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의 기계 소리 옆에도

우리가 바라보는만큼

별은 빛나는 것

 

걸어온 길보다

더 많은 길을 걸어가야 할

그대와 나 가슴 깊은 곳에도

오늘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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