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 / 안도현
우리가 바라보지 않으면
별은 빛나지 않는다네
오늘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는
사랑이여,
내가 오래오래 그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라네
그대와 나 사이에 가로놓인
그리움의 거리만큼 아득한 곳에서
오늘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는
그대가 초롱초롱 눈뜨고 있는 동안
나 그대의 말없는 배경이 되고 싶다는 뜻이라네
그 언제부터였던가
별이 빛나던 밤에
나는 낡은 참고서를 뒤적이던 까까머리였고
그대는 밤 새워 긴 편지를 쓰던 단발머리였지
나는 그대로 하여 잠들지 못하고
그대는 나로 하여 잠들지 못하던
사랑이여,
오늘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는
그대와 내가 어느새
이 세상을 끌고 가는 주인이 되었다는 뜻이라네
사랑이여,
별이 어디 하늘에서만 빛나던가
하염없이 흘러가는 강물 위에도
달리는 자동차의 안테나 끝에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의 기계 소리 옆에도
우리가 바라보는만큼
별은 빛나는 것
걸어온 길보다
더 많은 길을 걸어가야 할
그대와 나 가슴 깊은 곳에도
오늘밤 저렇게 별이 빛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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