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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 왜 사회문제가 되나요

풍월 사선암 2012. 10. 20. 09:21

[틴틴 경제] ‘하우스푸어왜 사회문제가 되나요

 

오를 줄만 알았던 집값 떨어지면서

전국 108만 가구 빚 갚느라 허덕

연체자 늘면서 은행도 위험 커졌죠

 

Q 요즘 부모님의 한숨이 부쩍 잦아지셨습니다. 몇 년 전 새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부모님 같은 분을 하우스푸어라고 부른다고 들었어요. 집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사람은 다 하우스푸어인가요. 정부에선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워킹푸어(working poor)’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영어로 일하다(working)’빈곤(poor)’을 더해 만든 말이에요. 일을 해도 버는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 어려움에 허덕이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하우스푸어란 말도 여기서 나왔어요. 집을 뜻하는 하우스(house)’빈곤(poor)’을 합쳐 집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빈곤하게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 설명으로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집이 있고 없고는 그렇다 쳐도 빈곤하다는 건 생각하기 나름일 테니까요. 실제로 7월 취업 정보업체인 잡코리아가 직장인 53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절반에 가까운 49.1%나는 하우스푸어라고 답했다고 해요.

 

그럼 조금 더 자세히 구분해 볼까요. 국내 주요 민간연구소 중 한 곳인 현대경제연구원이 제시한 하우스푸어의 객관적인 조건 다섯 가지를 살펴보죠. 먼저 소유하고 있는 주택은 딱 한 채여야 해요. 지금 살고 있는 주택을 마련하려고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빚을 지고 있어야 하고요. 빌린 원금과 이자를 갚으려다 보니 먹고사는 데 부담도 느끼겠죠. 이 때문에 실제 지출을 줄이고 있어야 하고요. 마지막으로 버는 돈에서 세금을 뺀 나머지(가처분소득) 금액 대비 대출받은 원리금이 10%를 넘는다는 조건입니다. 여기에 전부 들어맞는 가구는 2010년 기준 전체 주택보유가구의 10.1%(1084000가구)로 나타났어요. 집이 있는 사람 10명 중 한 명은 집을 살 때 빌린 돈을 갚느라 생활에 쪼들리고 있다는 뜻이죠.

 

하우스푸어는 왜 갚지도 못할 큰돈을 빌려 집을 산 걸까요.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집값이 적당히 오르면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으면 되니까 이 정도 대출은 문제없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집값이 크게 뛰면 빌린 돈을 갚고도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요. 하지만 집값은 2006년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하락 속도도 더욱 빨라졌어요. 집값이 떨어졌으니 그간 냈던 이자에 원금을 생각하면 분명히 손해죠. 게다가 앞으로도 한동안 부동산 경기가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관측 때문에 산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습니다. 결국 비싼 이자를 물면서 빚 덩어리로 변해버린 집에서 살고 있는 셈이죠.

 

하우스푸어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어려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이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면 돈을 빌려준 은행도 함께 위험해집니다. 8월 말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91%를 기록했습니다. 보통 주택담보대출자는 처음 몇 년간은 이자만 내다가 일정 시기가 지나면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습니다. 현재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80%가량은 이자만 갚고 있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하다고만 볼 수 없겠죠. 실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만약 대출금리가 높아져 갚아야 하는 이자가 많아지면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정부가 하우스푸어를 직접 구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한쪽에서는 하우스푸어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합니다. 수익을 많이 내기 위해 부동산에 잘못 투자했다가 실패한 하우스푸어 개인과 은행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겁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민세금을 투입해 해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하우스푸어 문제가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질 경우에만 직접적인 지원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3인의 대선주자(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하우스푸어를 정부가 나서서 구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느 후보도 구체적이고 충분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중앙일보]입력 2012.10.17 / 김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