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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의 좌우명(座右銘)

풍월 사선암 2012. 7. 12. 20:13

대선 후보들의 좌우명(座右銘)

 

주나라 사당을 참관한 공자가 의기’(기울어진 그릇)를 보고는 무엇에 쓰는 것이냐고 물었다. 사당지기가 유좌라는 그릇이지요라고 대답하자 공자는 듣자하니 유좌라는 그릇은 가득 채우면 엎어지고, 비우면 기대어 세워야 하며, 알맞게 채워야 바로 선다고 하던데 정말 그렇소?”라며 제자 자로에게 곧바로 물을 떠오게 해 시험했더니 과연 듣던 대로였다. 공자가 가득 채워도 어찌 엎어지지 않는 게 있겠느냐고 탄식하니 자로가 가득 차 있을 때 도는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공자는 가득 차 있을 때는 눌러서 덜어내는 길밖에 없다고 답했다. “덜어내는 데는 어떤 도가 있습니까하고 되묻자 덕행이 넓은 자는 공경으로, 땅이 많은 자는 검약으로, 지위가 높고 녹봉이 많은 자는 겸손으로 지키고, 많은 부하와 강력한 무기를 가진 자는 두려움으로 지킨다. 이것이 눌러서 덜어낸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의기는 제나라 환공이 늘 오른편 곁에 두고 본 그릇으로 유좌지기(宥座之器)’라고도 불린다. 후세 사람들이 그 본을 받아 직접 만들어 곁에 두려 했으나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금속 기물 위에 스스로 경계하는 글을 새겨 대신했는데 좌우명(座右銘)’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집무실 기둥에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그의 좌우명이라고 한다. 송나라 유학자 육상산의 말인데 직역하면 ‘(백성은) 가난함을 근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르지 않음을 근심한다는 말이다. 좀더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백성은) 가난한 건 참을 수 있어도, 불공평한 것은 참지 못한다로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요즘 경제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심정을 그야말로 적확하게 대변한 말로, ‘공정한 사회’ ‘공평한 세상을 주창하는 김 지사의 일관된 신조와도 맥이 닿아 있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좌우명은 수처작주이다. 임제 선사의 임제록에 나오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르는 곳마다 참 주인이 되고, 우리가 서있는 곳 모두가 참 진리이다)’에서 따온 말로,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뜻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같은 좌우명은 손 고문이 그동안 정치인으로서 걸어온 과정을 볼 때 의미심장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좌우명도 음미할 만하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 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일본의 누군가가 한 말을 들은 안 교수가 감명을 받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그저 천재가 아님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어느 정도의 천재성을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진정한 천재로 존재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남들보다 더 많이 흘린 피와 땀방울이 있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좌우명은 심플하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있지만 두 사람 공히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바르고 현명하게 살자’, 문재인 고문은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정도원칙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공통점이 흥미롭다.

 

그럼 일반인들의 좌우명은 어떨까?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어떤 좌우명을 갖고 살아갈 것이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건강긍정적인 삶을 가장 많이 꼽았다고 한다. 안분지족(安分知足)’, ‘긍정적인 사고가 행복한 삶을 가져온다등이 그것이다. 실업대란 속에서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좌우명도 눈길을 끈다. 가장 많이 나온 유형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었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no pain, no gain’ 등도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앞서 나온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말을 거꾸로 한 즐길 수 없다면 피하라등의 자조적인 좌우명에서는 고단한 삶에 지친 민초들의 아픔이 묻어나온다.

 

대선 후보들의 좌우명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보인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좌우명이나 인생철학은 액자에 써붙여 놓는다고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과 호흡하며, 행동으로 실천하고, 사회 속에서 현실화시킬 때 그 좌우명은 비로소 본인과 국민, 국가에 유익한 가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석남 편집국장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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