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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사들 "안해도 되는 검진 많아요"

풍월 사선암 2012. 4. 6. 16:33

[오늘의 세상] 의사들 "안해도 되는 검진 많아요"

 

9개 의학회, 권고안 발표

"관례적인 45개 검진·시술, 환자에게 선택할 기회 줘야" 컨슈머리포트에도 싣기로

 

미국 의사들이 병원에서 하는 검사나 시술 중에 불필요한 것들이 많다며 검사 빈도를 크게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권고안을 4일 발표했다.

 

미국방사선의학회, 임상종양학회,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 등 9개 분야별 의학회는 이날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똑똑한 선택(Choosing Wisely)' 이니셔티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문에는 그동안 의사들이 관례로 시행해 왔지만 사실은 안 해도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검사·시술 45개의 명단이 포함됐다.

 

이니셔티브를 주도한 전미 내과학위원회(ABIM)재단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의료비의 30%가 불필요하거나 반복적인 의료행위에 허비된다. 환자의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는 검사나 시술을 시행하기 전에 환자에게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전했다. '똑똑한 선택' 명단은 세계 최대 소비자 정보지인 미국 '컨슈머 리포트'에도 실릴 예정이다.

 

홈페이지(www.choosingwisely.org)에도 공개한 45개 명단은 분야별 전문의 학회 9개가 각각 5개씩 뽑아 구성했다. ABIM재단은 명단이 환자와 의사 양측 모두를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똑똑한 선택이 필요한 검사와 시술 명단에 따르면, 경련이나 신경학적인 증상이 없는 단순 졸도나 두통이 있을 때 뇌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은 불필요하다. 합병증이 없는 급성 부비동염(일명 축농증)에 항생제를 처방하거나 CT를 찍을 필요는 없다. 미국방사선의학회는 외래에서 이뤄지는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 안전성 목적으로 가슴 흉부엑스레이를 촬영하는 것도 의미 없다고 했다. 환자의 과거 병력을 파악하거나, 임상 진단만으로 충분하다는 의미다.

 

미국임상종양학회는 전이 가능성이 낮은 초기 전립선암·유방암 환자에게 CT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을 하는 것은 대부분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두드러기성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면역진단 검사도 '안 하는 편이 나은 검사'에 꼽혔다.

 

환자와 의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여 온 다수의 검사와 시술을 불필요하다고 선언한 '똑똑한 선택'은 전문의들이 직접 의료 과용(過用)을 우려하고 이 문제를 개선하려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다. ABIM재단 크리스틴 캐슬 이사장은 "꼭 필요한 검사와 시술을 적절하게 시행한다면 미국 사회의 큰 이슈인 건강보험 재정 문제 해결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의사가 '똑똑한 선택'의 취지에 동의하지만, 한편에서는 정밀 검사를 누락해서 벌어지는 의료소송을 피하기 위해 의학계가 명단을 구성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고 전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 입력 : 2012.04.06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