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장진주사(將進酒辭) - 정철(鄭澈)

풍월 사선암 2012. 3. 22. 13:32

장진주사(將進酒辭) - 정철(鄭澈)



[전문 풀이]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꽃가지 꺾어 잔 수 세며 한없이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으로 덮어 졸라매고 가거나,

아름답게 꾸민 상여 뒤에 많은 사람들이 울며 뒤따르거나,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숲[무덤]에 가기만 하면, 누런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소슬바람 불 때. 누가 한잔 먹자 할까?

하물며 무덤 위에서 원숭이가 휘파람 불 때면, 그때사 뉘우친들 무슨 소용 있으리.

 

[시어, 시구 풀이]

() 노코 : 산가지를 놓고. 수를 세고 / 無盡無盡(무진무진) : 한없이 끝없이

주리혀 여 : 졸라 묶여 / 流蘇寶帳(유소보장) : 곱게 꾸민 상여(喪輿)

우러 네어 : 울며 따라가거나 / 어욱새 : 억새풀

속새 : 속새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 / 덥가나무 : 떡갈나무

白楊(백양) : 버드나무 / 수페 : 숲에 / 가기곳 것거 : 가기만 하면

누른 : 누런 태양 / : 흰 달 / : 가는[] / 굴근 눈 : 굵은 눈

쇼쇼리 람 : 회오리바람 / 나비 : 원숭이 / 람 불 제 : 휘파람 불 때

뉘우 엇디리 : 뉘우친들 어찌하겠는가

 

[작품 해설]

이 시조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시조로서 이백(李白)장진주(將進酒)’를 연상케 한다. 전반부에서는 꽃을 꺾어서 술잔 수를 셈하는 낭만적인 풍경을, 후반부에서는 무덤 주변의 삭막한 분위기를 표현하였다. 이처럼 완연한 대조적 내용은 인생 무상(人生無常)을 절감하게 한다.

 

이 작품은 애주가로 이름이 높고 호방한 성격의 소유자인 송강 정철이 성품이 잘 드러난 권주가(勸酒歌)이다. 대부분의 사설시조가 작자, 연대 미상인데 반해 이 노래는 지은이와 신원이 확실한 것이 특징이다. 본문 초장의 無盡無盡(무진무진) 먹새 그려에는 송강 정철의 호탕한 성격이 잘 드러나 있으며, 중장과 종장에서는 인간의 최대 약점인 죽음과 인생의 무상감을 강조하여 상대를 설득하려는 의도가 확연하다. 이백, 두보의 송주시(頌酒詩 - 술을 노래한 시)와 시상이 비슷하고 더러는 구절을 인용한 것도 있으나, 순연한 우리말로 조금도 부자연스럽거나 서투른 점이 없어 나름대로의 독특한 경지를 개척한 걸작이라 하겠다



一杯一杯復一杯(일배일배복일배) 折花作籌無盡杯(절화작주무진배)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꽃가지 꺾어 잔 수 세며 무진무진 먹세 그려.

 

此身已死後(차신이사후) 束縛藁裏屍(속박고리시)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으로 덮어 졸라매고 가거나,

流蘇兮寶帳(유소혜보장) 百丈總麻哭日隨(백장총마곡일수)

아름답게 꾸민 상여 뒤에 많은 사람들이 울며 뒤따르거나,

黃茅縛(황모박) 白楊裏(백양리) 有去無來期(유거무래기)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숲[무덤]에 가기만 하면,

白月兮黃日(백월혜황일) 大雪細雨悲風吹(대설세우비풍취)

누런 해, 흰 달. 굵은 눈, 가는비, 소슬바람 불 때.

可憐誰復勸一杯(가련수복권일배) 누가 한잔 먹자 할까?

 

況復孤憤猿嘯時(황복고분원소시) 하물며 무덤 위에서 원숭이가 휘파람 불 때면,

誰悔何爲哉(수회하위재) 그때사 뉘우친들 무슨 소용 있으리.

 

조선조(朝鮮祖)14대왕 선조(宣祖)때 예조판서를 지낸 우리 국문학사에 저 밤 하늘 위를 나르는 기라성(綺羅星) 같이 길이 빛날 그 이름 송강 정철의 그 유명한 권주가(勸酒歌)인 장진주사(將進酒辭)이다.

 

청렴하고 역량 있는 정치가이기 이전에 그는 자고이래(自古以來) 문학사를 통틀어 보아도 그를 능가하는 진수(眞髓)詩歌를 양산한 文人은 별로 찾아 볼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진다.

 

그는 평소에 술을 어찌나 좋아 했던지 어느 날은 점심때에 마신 술에 취한 체 그의 머리 위에 언진 사모관대가 삐뚤어 진 줄도 모른체로 어전회의에 참석 했다가 왕으로 부터 이의지적을 받은 사실도 있었을 정도였다.

 

이런 애주가인 송강과 더불어 두 사람의 술친구가 더 있었으니 左議政을 지낸 그 유명한 백사(白砂)이항복(李恒福)과 또 한사람 영의정(領議政) 서애(西涯)유성용(柳成龍)이였다. 그들은 모두가 임진왜란 때 선조를 도우며 국난을 극복 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일등 공신으로 치부 되고 있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사실 들이다

 

이들 세 사람이 어느 청명한 가을 달 밝은 밤에 모여앉아 판서 영의정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시인가객(詩人歌客)으로 변모 된체 술을 기울이며 주흥에 겨워 가무(歌舞)를 읊고 있었을 때에 松江이 이런 제안을 했다.

 

대감님들 이제 주흥도 어지간히 도도하니 우리 "소리"란 제목으로 단 한 줄만의 즉흥시를 읊어 보도록 합시다.”

 

그것 좋지. 단숨에 합의를 보자 松江이 먼저,

새벽이슬 촉촉할 제 술 통에 술 붓는 소리

 

이를 받은 西涯 유성용,

가을 하늘 달 밝은 밤에 울고 가는 기러기 소리

 

마지막으로 白沙 이항복,

화촉동방(華燭洞房) 좋은 밤에 아릿다운 여인 옷 벗는 소리

 

이 세 가지 소리 중에서 여러분들은 어느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드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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