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杯一杯復一杯(일배일배복일배) 折花作籌無盡杯(절화작주무진배)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꽃가지 꺾어 잔 수 세며 무진무진 먹세 그려.
此身已死後(차신이사후) 束縛藁裏屍(속박고리시)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으로 덮어 졸라매고 가거나,
流蘇兮寶帳(유소혜보장) 百丈總麻哭日隨(백장총마곡일수)
아름답게 꾸민 상여 뒤에 많은 사람들이 울며 뒤따르거나,
黃茅縛(황모박) 白楊裏(백양리) 有去無來期(유거무래기)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숲[무덤]에 가기만 하면,
白月兮黃日(백월혜황일) 大雪細雨悲風吹(대설세우비풍취)
누런 해, 흰 달. 굵은 눈, 가는비, 소슬바람 불 때.
可憐誰復勸一杯(가련수복권일배) 누가 한잔 먹자 할까?
況復孤憤猿嘯時(황복고분원소시) 하물며 무덤 위에서 원숭이가 휘파람 불 때면,
誰悔何爲哉(수회하위재) 그때사 뉘우친들 무슨 소용 있으리.
조선조(朝鮮祖)14대왕 선조(宣祖)때 예조판서를 지낸 우리 국문학사에 저 밤 하늘 위를 나르는 기라성(綺羅星) 같이 길이 빛날 그 이름 송강 정철의 그 유명한 권주가(勸酒歌)인 장진주사(將進酒辭)이다.
청렴하고 역량 있는 정치가이기 이전에 그는 자고이래(自古以來) 문학사를 통틀어 보아도 그를 능가하는 진수(眞髓)의 詩歌를 양산한 文人은 별로 찾아 볼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진다.
그는 평소에 술을 어찌나 좋아 했던지 어느 날은 점심때에 마신 술에 취한 체 그의 머리 위에 언진 사모관대가 삐뚤어 진 줄도 모른체로 어전회의에 참석 했다가 왕으로 부터 이의지적을 받은 사실도 있었을 정도였다.
이런 애주가인 송강과 더불어 두 사람의 술친구가 더 있었으니 左議政을 지낸 그 유명한 백사(白砂)이항복(李恒福)과 또 한사람 영의정(領議政) 서애(西涯)유성용(柳成龍)이였다. 그들은 모두가 임진왜란 때 선조를 도우며 국난을 극복 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일등 공신으로 치부 되고 있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사실 들이다
이들 세 사람이 어느 청명한 가을 달 밝은 밤에 모여앉아 판서 영의정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시인가객(詩人歌客)으로 변모 된체 술을 기울이며 주흥에 겨워 가무(歌舞)를 읊고 있었을 때에 松江이 이런 제안을 했다.
“대감님들 이제 주흥도 어지간히 도도하니 우리 "소리"란 제목으로 단 한 줄만의 즉흥시를 읊어 보도록 합시다.”
그것 좋지. 단숨에 합의를 보자 松江이 먼저,
“새벽이슬 촉촉할 제 술 통에 술 붓는 소리”
이를 받은 西涯 유성용,
“가을 하늘 달 밝은 밤에 울고 가는 기러기 소리”
마지막으로 白沙 이항복,
“화촉동방(華燭洞房) 좋은 밤에 아릿다운 여인 옷 벗는 소리”
이 세 가지 소리 중에서 여러분들은 어느 소리가 가장 마음에 드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