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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국물음식 열전 탕탕탕] ② 돼지국밥·순댓국밥

풍월 사선암 2012. 3. 22. 11:32

[뜨거운 국물음식 열전 탕탕탕 돼지국밥·순댓국밥]

피난민들 배고픔 달래줬고 서민 영양식으로 자리잡은 이 한그릇이면 마음까지 든든

 

고기를 구경하기도 힘들었던 옛날, 우리 조상들이 그나마 맛볼 수 있는 고깃국물은 돼지로 만들었을 것이다. 농사짓는 데 꼭 필요한 노동력인 소를 잡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돼지고기와 뼈를 우린 국물에 돼지 살코기와 각종 부속부위를 저며 넣은 돼지국밥, 그리고 돼지곱창에 선지와 채소 따위를 넣은 순대를 넣은 순댓국밥은 단백질을 보충해준 고마운 음식이었다. 돼지국밥과 순댓국밥으로 이름난 지역을 소개한다.

 

[돼지국밥-부산]

 

돼지국밥은 경상도 사람들의 '소울푸드(soul food)'라 할 만하다. 경상도에서는 즐겨 먹지만, 그밖에 지역에서는 먹는 건 고사하고 그런 음식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조차 드물다. 부산에 돼지국밥집이 특히 몰려 있다. 대개는 그 기원을 6·25전쟁으로 꼽는다. 전쟁이 터지면서 밀려내려온 피난민들이 소 대신 돼지 뼈와 고기로 설렁탕을 끓인 데서 출발했다는 주장과, 피난민들이 자갈치시장에서 값싸게 구할 수 있었던 배추 시래기에 돼지기름이나 쇠기름을 넣고 끓인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은 '국말이'가 진화해 돼지국밥이 됐다는 주장이 있다. 조선방직 공장이 있었던 '조방골목', 서면시장, 사상터미널 앞, 부산역 앞, 부전시장, 평화시장 등에 돼지국밥촌이 형성돼 있다. 설렁탕이나 곰탕처럼 소뼈·고기로 만드는 국물보다 가볍고 경쾌한 감칠맛을 지녔다. 새우젓으로 간한다. 경상도에서 '정구지'라고 부르는 부추 무침을 흔히 넣어 먹는다. 된장이나 고춧가루 다진양념(다대기) 한 덩어리를 탕국 안에 넣어 내는 집도 있다. 너무도 많은 돼지국밥 명가(名家)가 있으나, 부산시가 지정한 대표 돼지국밥집은 '신창국밥', '경주박가국밥', '덕천고가(德川古家)' 셋이다. 구포시장 근처 덕천고가가 유난히 독특하다. 객주(客主) 김기한의 집을 찾는 보부상에게 내던 장국밥에서 비롯됐다. '진땡(진탕·眞湯)'은 돼지 사골을 토막내 가마솥에 넣고 하룻밤 하루낮 끓인 진한 곰국이다. 장국은 진땡에 간장을 빼지 않은 된장인 '토장'을 풀고 우거지, 부추, 고추, 마늘, 파 따위를 더해 끓인다. 대개 한 그릇에 6000원 정도 받는다.

 

경주박가국밥: (051)759-8202, 연제구 연산9480-2

덕천고가: (051)337-3939, 북구 구포1609-8

송정3대국밥: (051)806-5722, 부산진구 부전2255-15

신창국밥: (051)244-1112, 서구 토성동14-1

쌍둥이돼지국밥: (051)628-7020, 남구 대연1887-1

마산식당: (051)631-6906, 부산진구 범천1839-53

합천식당: (051)635-2513, 부산진구 범천동 839

 

[돼지국밥-경남 밀양]

 

경남 밀양 무안면동부식육식당주인 최수곤씨가 돼지국밥을 손님에게 내기 위해 뚝배기에 담아놓은 밥과 고기를 국물로 토렴하고 있다. 최씨의 할아버지가 80여년 전 시작했다는 밀양식 돼지국밥은 소뼈를 우린 맑은 국물이 주가 된다는 점이 돼지 뼈와 고기를 위주로 하는 부산식과 다르다.

 

돼지국밥은 '부산식''밀양식'으로 크게 계보를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돼지 뼈와 고기를 사용하는 부산식과 달리, 밀양식 돼지국밥은 소뼈만으로 국물을 내거나 소뼈로 낸 국물에 돼지 고기나 뼈를 우린 국물을 섞는다. 여하튼 밀양식은 국물의 기본이 소뼈이다. 아주 맑다. 돼지국밥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돼지 냄새도 나지 않는다. 밀양 돼지국밥을 처음 만든 곳으로 밀양 무안면에 있는 '동부식육식당'이 꼽힌다. 이 식당 주인 최수곤(53)씨는 "할아버지(최성달)가 장터에서 '양산식당'으로 시작했다""이름은 바뀌었지만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3대째 80년을 넘겼다"고 했다. 최씨 말이 맞다면 밀양에서 돼지국밥을 만들어 먹은 건 일제시대부터이니, 6·25전쟁 이후 탄생했다고 추정되는 부산보다 역사가 긴 셈이다. 소뼈를 사흘 동안 끓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나는데, 여기에 경남 창녕에서 사온 암퇘지 고기만을 쓴다. 삼겹살, 목살, 사태 등 돼지고기를 삶을 때 밀가루를 조금 넣고, 씻을 때도 소금과 밀가루로 씻는다. 최씨는 "이렇게 하면 돼지 군내가 나지 않고 국물이 담백하다"고 했다. 부산식과 달리 부추무침을 내지 않는 것도 담백하고 구수한 국물 맛을 더 잘 즐기란 뜻이란다. 새우젓과 고춧가루 다진양념은 딸려 나온다. 밀양 무안면에는 '식육식당'이 세 곳이다. '동부식육식당'이 할아버지 때부터 식당을 해오던 자리. '무안식육식당'은 최씨의 큰형 수도(64)씨가, '제일식육식당'은 둘째 형 수용(61)씨가 독립해 차렸다. 맛 차이는 크지 않다. 대개 6000원 받는다. 소국밥도 낸다.

 

동부식육식당: (055)352-0023, 무안면 무안리 825-8

무안식육식당: (055)352-0017, 무안면 무안리 813-28

제일식육식당: (055)353-2252, 무안면 무안리 812-22

밀양돼지국밥: (055)354-9599, 내이동 1191-3

설봉돼지국밥: (055)356-9555, 내이동 699-1

 

 

[순댓국밥-충남 천안 병천]

 

병천의 우리말 이름인 아우내의 5일장을 찾는 서민들을 상대로 순댓국밥집들이 들어서면서 순대촌으로 발전했다. 평안도 등 이북식 순대는 대창을 쓰지만, 병천순대는 대창보다 얇고 부드러운 소창을 쓴다. 소창을 깨끗이 씻은 다음 당면과 두부, 선지, 양배추를 비롯해 다양한 채소와 돼지 비계·머릿고기를 넣고 찹쌀가루와 들깨가루를 섞어 돼지 냄새를 제거한다. 선지 비율이 높아 씹는 느낌이 부드럽다는 점도 특징이다. 역사도 비슷하고 맛도 우열을 가리기 어렵지만 가장 오래된 집은 '충남집'으로 꼽힌다. 남편과 사별한 이정애 할머니가 육개장과 불고기 따위를 5일장 손님들에게 팔다가, 병천면사무소 뒤 도살장에서 나오는 돼지곱창과 선지로 순대를 만들어 손님상에 식사와 함께 냈는데 반응이 좋아 아예 순댓국밥으로 메뉴를 통일했다고 한다. '자매집'은 이정애 할머니의 시누이로 가게 일을 돕던 오간난씨가 차린 집이다. 순댓국밥은 대개 1그릇 6000원 받고 판다.

 

병천토종순대: (041)564-1490, 병천리 173-9

아우내순대: (041)564-1242, 병천리 173-6

삼대를잇는자매순대: (041)552-2993, 병천리 230-9

충남집: (041)564-1079, 병천리 166-18

청화집: (041)564-1558, 병천리 167-6

 

[순댓국밥-경기 용인 백암]

 

경기도 안성 죽성 주민들이 예부터 순대를 만들어 팔았는데, 죽성이 쇠락하자 인근 백암 5일장에 순대를 내다팔면서 백암순대로 이름이 굳었다. 병천순대와 마찬가지로 돼지 소창을 사용한다. 선지와 두부, 돼지 머릿고기·비계, 각종 채소로 채운다. 무청을 넣는 것이 독특하다. 돼지고기를 굵게 간다. 물렁뼈가 씹히기도 한다. 선지는 병천순대와 비교해 많지 않은 편이다. 미지근한 밥을 뚝배기에 담고 순대와 다양한 부속부위를 넣고 뜨거운 국물로 여러 번 토렴해 낸다. 대개 1그릇 6000원 받는다.

 

제일식당: (031)332-4608, 백암리 449-2

중앙식당: (031)333-7750, 백암리 447-10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 : 201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