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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 - 장인장모는 가족? 남녀 10명중 5명 “아니다”

풍월 사선암 2011. 1. 30. 00:39

시부모 - 장인장모는 가족? 남녀 10명중 5명 “아니다”

 

■ 여성부 가족실태 조사… 5년새 ‘범위’ 급감

 

외손자를 키우는 주모 씨(59·서울 서대문구). 딸이 직장을 포기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손자를 맡았다. 그래도 손자가 자기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주 씨는 “내가 키운 손자라 해도 나중에 외할머니와 같이 살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손자가 사랑스럽지만 내가 의지할 가족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8∼10월 4754명을 면접한 결과를 담은 ‘제2차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범위가 1차 조사(2005년)에 비해 크게 좁아졌다.

 

배우자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98.4%에서 81.1%로, 자녀를 가족이라고생각한다는 응답이 98.7%에서 84.5%로 낮아졌다. 부모가 가족이라는 사람은92.8%에서 77.6%로, 배우자의 부모가 가족이라는 사람은 79.2%에서 50.5%로 줄었다. 친조부모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이 63.8%에서 23.4%로 가장 많이줄었다. 여성부는 “1인 가구, 아이 없는 부부가 늘어났고 배우자나 자녀와의 유대감이 과거보다 끈끈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계가족과 모계가족 사이의 차별은 줄었다. 친손자녀는 26.6%, 외손자녀는 24.6%만 가족이라고 봤지만 친손자녀와 외손자녀 간 차이는 5년 전 11.2%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실제 가족 형태 역시 ‘부모와 자녀’가 48.2%로 절반에 가까웠다. 부부 가구가 19.6%, 1인 가구가 15.8%, 한부모와 자녀가 7.3%를 차지했다. 3세대 이상 가구는 4.8%에 그쳤다. 평균 가족원 수는 2.9명.

 

가족의 범위가 좁아진 만큼 배우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노후를 누구와 지내고 싶냐는 질문에 ‘배우자와 단둘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2.7%였다. 이어 △유료 복지시설(4.7%) △무료 노인복지시설(3.8%) 또는 형편이 되는 자식과 함께(3.8%) 순이었다.

 

자녀를 키우는 일이 경제적으로 부담이라는 응답은 10대가 3.9점(5점 만점), 30대가 3.7점, 70대 이상이 3.5점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출산을 해야 할 연령에서 자녀 출산을 비용 부담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2.3명이었다.

 

2011-01-25 /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횡설수설/정성희]부모는 가족이 아니다?

 

김태용 감독의 작품 ‘가족의 탄생’은 가족이 과연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였다. 미라(문소리) 앞에 남동생(엄태웅)이 20년 연상의 애인(고두심)을 데리고 5년 만에 나타났다가 혼자 사라진다. 누나가 남동생의 연상 애인과 함께 기거하는 어색한 관계이지만 이들은 서로를 보듬어 나간다. 현대사회에서 가족을 이루는 것은 혈연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임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읽혔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2500가구를 대상으로 2차 조사한 ‘가족실태’를 보면 이 영화 내용은 그저 판타지였다.

 

▷조사 결과 가족이라고 인식하는 범위가 5년 전보다 많이 좁아졌다. 배우자와 자녀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2005년 1차 조사 때 98.4%, 98.7%에서 81.1%(배우자), 84.5%(자녀)로 낮아졌다. 가장 큰 변화는 부모를 가족으로 보지 않는다는 응답이 늘었다는 점이다. ‘부모는 가족’이라는 응답은 92.8%에서 77.6%로, ‘배우자의 부모는 가족’이라는 응답은 79.2%에서 50.5%로 급감했다. 형제자매, 배우자의 형제자매(처제 등)를 가족으로 보지 않는다는 응답이 급증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의 중장년 세대가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 부양을 받지 못하는 첫 세대라는 얘기는 현실로 확인됐다. ‘현재의 배우자와 다시 결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고 싶다’는 응답은 41%에 그쳤지만 ‘노후에 누구와 지내고 싶은가’라는 물음에는 ‘배우자와 단둘이’가 72.7%나 됐다. ‘맏아들’이나 ‘형편 되는 자식’이라는 응답은 각각 4% 미만이었다. 자식과의 결속감은 약화되고, 믿을 건 배우자뿐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노후를 자식에게 기대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절반 이상(57.7%)이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다. 자식이 떠난 빈자리는 누가 메워야 하나.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노부모의 생계를 정부와 사회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51%나 됐다. 노인부양 부담이 커지는 고령화사회의 국가사회적 과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모가 가족에서 급격히떨어져나가는 세상이라 부모도 자식에게 다걸기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후를 대비할 수밖에 없겠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사설 '별거 부모는 가족 아니다'

 

'가족(家族)'의 家는 '집 가', 族은 '겨레 족'자지만 族의 대표적인 뜻, 제1의(義)가 다름 아닌 '가족'이다. 그러므로 가축과 가금(家禽)도 가족이고 족보(族譜)도 '가족 계통(世系)을 적은 책'이라는 뜻임은 물론, 동창(同窓)도 같은 창문, 같은 집(학교)을 거친 '학교 가족'이라는 뜻이다. 국가(國家) 또한 '나라(國)'라는 집(家)이니까 국민은 곧 '나라 집의 한 가족'이다. 같은 한자를 쓰는 중국어의 '家族(지아주)'도 '동족'이란 뜻이 강해 개념의 범주가 넓다. 인류―인족(人族) 또한 '인간 가족'이고 더 크게 보면 우주 역시 '집 우(宇)' '집 주(宙)'자로 하늘의 모든 별도 '가족 별'이다.

 

그렇건만 5명 중 1명이 따로 사는 부모는 가족이 아니라고 응답했다는 여성가족부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여성가족부'라는 부서 명칭에 끼어든 '가족'이라는 말부터 무색할 지경이고 '가친(家親)'이니 '가대인(家大人)'이니 자기 아버지를 뜻하는 말부터 사전에서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왜 그런 가족관(觀)을 가졌을까. 혹여 '어버이와 자식, 부부 등의 관계로 맺어져 한 집안에서 생활을 함께하는 집단'이라는 국어사전의 '가족'이라는 말 뜻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영어의 family가 'father and mother l love you'의 머리글자라는 그럴 듯한 해석도 따로 사는 부모 자식간에는아니라는 것이고 '엄마 아빠를 나는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끝까지 사랑한다'는 뜻의 프랑스어 가족(famille)도 별거중인 부모 자식 사이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친한, 친숙한의 familiar 뜻도 망가져버린다. 자기 아버지를 가리키는 중국어의 '家父(지아푸)'도 그렇고 식구, 가족을 뜻하는 '家人(지아런)'도 별거 중이라면 무의미할 뿐이다. '가문의 영광' 또한 가문이 아닌 자신의 영광일 뿐이다.

 

'어버이는 자식의 영광이요 자손은 늙은이의 면류관'이라는 구약성서 잠언 17장 말씀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가장(家長)이 확고하게 지배하는 가족 속에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평화가 깃들인다'고 한 괴테의 말도 함께 사는 핵가족의 가장만을 가리키는 것인가. 그건 아닐 터이건만….

 

2011.01.26 [경인일보=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