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건강,의학

영상의학, "조연에서 주연으로"

풍월 사선암 2010. 7. 27. 15:30

영상의학, "조연에서 주연으로"

김동익 대한영상의학회장

 

우리 몸 구석구석 혈액을 전달하는 통로인 혈관은 대부분 직선이 아닌 곡선의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혈관의 꺾이는 부분은 끊임없이 혈류의 압박을 받게 되는데 이런 움직임에도 별 문제가 없는 이유는 혈관의 탄력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탄력이 특정 이유로 사라지게 되면 혈관은 혈류로 인해 자꾸 뒤로 밀리는 상황이 나타나고, 이 때문에 뇌동맥의 한 부분이 꽈리처럼 부풀어 있는 상태가 된다. 이를 의학적으로 ‘뇌동맥류’라고 부른다.

 

김동익 대한영상의학회장은 이 뇌동맥류 치료 분야의 전문가다. 외과적인 수술이 아닌 분리형 코일을 넣어 문제를 치료하는 것과 같은 뇌혈관 중재술을 국내에서 처음 실시한 1세대 의사이기도 하다.

 

뇌 전공 선택 이유, 뇌출혈로 돌아가신 아버지 영향

 

“뇌 분야를 전공하게 된 것은 고혈압성 뇌출혈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들인 입장에서 뇌 과학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죠.”

 

김동익 회장은 1984년 대학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당시 최인섭 미국 뉴욕대 교수의 강의를 듣고 뇌혈관 중재술에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1987년 당시 뇌혈관 중재술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떨치던 뉴욕대학교로 공부를 하러 갔다. 그가 뇌혈관 중재술에 첫 발을 내딪은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3500차례 이상 환자들을 치료했는데 사실 처음 한국에 돌아와서 치료했던 환자들이 기억엔 가장 많이 남습니다. 당시 제가 배운 것 외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 치료를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김 회장이 당시 치료했던 환자들은 지금 당장 이름만 봐도 가정환경부터 성격까지 모두 떠오를 정도다.

 

환자의 입장이었던 의사

 

김동익 회장은 유달리 환자를 대할 때 친근감을 표시하고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왜냐하면 그 역시 환자의 입장이 되어 봤기 때문이다.

 

“1985년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다가 간에 종양이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처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검사를 하면, 쉽게 ‘종양이 양성이고 혈관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겠지만, 당시엔 국내에서 한국과학기술대학(KAIST)에서 개발한 MR기기 몇 대 외에는 사실상 정밀한 진단 기기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간암 판정을 받았죠.”

 

그 때 김 회장의 나이는 30살. 그는 막상 수술을 위해 입원을 하니까 환자로써 느끼는 의료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간을 절제한 뒤 조직을 떼어내고 나서야 혈관종 판정을 받고 회복할 수 있었다.

 

그는 10시간이 넘는 수술을 집도한 후 뇌출혈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퇴근 후 쓰러졌는데 중환자실에서 2주 후 정신을 차렸습니다. 이 때 내가 할 수 있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죠.”

 

김 회장은 이런 이유로 지금도 항상 겸손함을 잊지 않고 조금 더 실력을 정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상의학에서 '뇌'는 항상 선두주자 
 

뇌는 아주 오래전부터 접근하기 어려운 장기 중에 하나였다. 심장은 심근경색으로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사는데 큰 무리는 없을 수 있지만 뇌는 다르다. 한 부분만 고장이 나더라도 그 파급력은 엄청나다. 이 때문에 진단 분야에서도 항상 뇌질환에 대한 검사법이 가장 먼저 발전되어 왔다.

 

“뇌는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영상기법이 뇌에 항상 먼저 적용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도박이나 도벽과 같이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행동의 변화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죠.”

 

최근 각광 받고 있는 ‘바이오마커’ 역시 영상기법과 연계돼 치료에도 이용되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제 영상의학은 질병을 찾고 질병의 진행 과정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치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김동익 회장은 뇌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영상의학이 영역을 넘어 계속 발전하는 학문의 한 형태가 되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런 흐름의 변화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김동익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영상의학회는 환자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의료영상검사가 적합하게 수행되는지를 검사하는 기관도 만들었다.

 

어느 병원에 가서 의료영상을 찍더라도 그 품질이 동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방사선 피폭 등의 위험에서부터 환자를 보호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한 환자가 A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받고 또 다른 의견을 듣기 위해 B병원에 갔을 때 엑스레이 사진 품질이 좋지 않아 다시 찍어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의료영상 품질을 동일하게 만들면 이런 2중 노출은 피할 수 있게 됩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최소의 방사선 피폭으로 최적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의료영상 표준검사지침도 마련하고 전문가 역시 지속적으로 양성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방사선 치료가 얼마나 이뤄지는지 현황도 파악하고 방사선 검사에 따른 방사선량 축적량이 기록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환자가 어느 병원을 찾더라도 방사선 노출과다 문제 등이 없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1990년 129대에 불과했던 X선을 이용한 CT 기기가 2006년에 1629대로 증가한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환자와 의료진 모두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