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국무총리 지명자 정운찬에 대하여~

풍월 사선암 2009. 9. 27. 14:03

“정운찬은 본래 장사꾼에 불과했다”

그동안의 비판적 발언은 몸값 올리기 위한 포장술 

 

[이뉴스투데이] 김용오 편집국장 =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경제학자이자 전 서울대 총장 정운찬은 장사꾼에 불과했다. 장사꾼도 ‘상도’를 운운할 수 있는 상인에는 어림도 없는, 하다못해 원산지를 속이지 않는 재래시장의 순박한 생선가게 할머니만도 못한 형편없는 야바위 장사꾼임이 결국 밝혀졌다.

 

국무총리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정운찬은 존경받는 경제학자,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 총장, 야당으로부터의 대통령후보 러브콜을 받았던 인물이라는 그동안의 ‘허상’이 여지없이 발가벗겨졌다. 이제라도 정체가 드러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세간의 여론이 어쩌면 진실일른지 모른다.


정운찬은 경제학자다. 평소 중도실용을 주장하고, 서민을 위한 분배 정책을 내세우며 특히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와 비판적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 그에게 상위 2%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그같은 발언은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는 장사술이었음을 스스로 고백했다.

그동안의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비판이 아니라 건설적이고 우호적이었음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나를 알아달라”고 교태를 부린 것에 다름없다. 우리들이 알고 있었던 정운찬의 ‘소신’은 출세를 위한 ‘포장’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니 학력높은 교활한 장사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여기에 이 사회의 소위 지도층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의 훈장(?)이자 필수코스자격증(?)으로 불리우는 병역면제, 논문표절 및 중복게제, 위장전입, 세금탈루,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등 각종 의혹의 완결판을 정운찬은 보여줬다.

‘예스24’ 자문료와 인세를 소득신고에서 누락한 문제가 불거지자 청문회가 시작되기 직전 부랴부랴 세금을 납부했던 그는 외국강연 등 수입 1억원의 신고누락이 또 드러나자 청문회날 아침 득달같이 세금을 냈다. 만약 국무총리 후보가 아니어서 인사청문회에 불려나올 일이 없었다면 세금을 낼 까닭이 전혀 없을 것이다. 다른 전공도 아니고 과거 한국은행에 근무했던 ‘경제학자’인 정운찬의 소득신고 인식이 그 정도일 수는 없다. 실수가 아니고 고의일 것이라는 추측이 당연하다. 그러니 물건판매를 속이는 야바위 장사꾼과 다를 게 무엇이냐는 반문이 꼬리를 문다.


또 정운찬은 서울대 총장 시절 해외에 나갈 때 Y회사 회장으로부터 두 번에 걸쳐 1천만을 받은 것에 대해 “너무 궁핍하게 살지 말라며 소액을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원의 ‘스폰서총장’이라는 비판은 둘째치고, 서울대 총장의 월급과 판공비가 얼마이기에, 또 한국 최고의 국립대학 총장 출장비가 얼마나 형편없기에 ‘너무 궁핍’했는가 놀라지 않을 수 없고, 1천만원을 ’소액용돈‘이라고 말하면서 궁핍을 말할 수 있는가에 기가막히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어떤 사람의 삶을 궁핍이라고 말하느냐고 묻고 싶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정운찬의 말바꾸기에 충청인들이 “고향을 팔아 출세를 샀다”고 비판한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야바위 장사꾼에게 가치관과 철학을 주문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운찬의 ‘변신’에 가장 당혹스러워 하는 사람은 서울대 제자들이다. “강단에 설 때마다 4대강 살리기나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는데,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지 궁금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MB정부의 감세정책이 내수진작의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회의적 입장이었다” “지난 4월 서울대 특강에서 한반도대운하 반대의사를 밝혔다” “대운하는 정책의 우선 순위가 될 수 없으며, 운하를 건설할 돈으로 학생들에게 대학등록금을 주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소신있는 경제학자, 서울대 총장으로서의 정운찬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그저 뒷골목 야바위 장사꾼으로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소신? 그게 무슨 소용인가? 절개? 무슨 필요가 있는가? 야바위 장사꾼에게는 물건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실제보다 비싼 값으로 팔아먹으면 그만인데. 창피? 그런 것은 아예 모른다. 청문회에서 속속들이 발가벗겨져 집안망신에 개인이 망신창이가 되어도 이틀만 잘 견디면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국무총리 자리가 보장되는 데 개망신이면 어떠랴.


“정운찬이 국정현안에 대한 입장을 너무 빨리 MB코드에 맞췄다”“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안에 대해 깊이 성찰해왔는지 의심스럽다” “갑작스런 입장 변경이 총리 지명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MB정부에 건전한 비판자가 아닌 이 정권의 총대나 메는 구실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등등 세간에서 걱정반 우려반 말하는 것은 정운찬의 실상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입장이 바뀐게 아니라 속마음은 본래 그랬다는 게 맞다. 총대나 메는 구실은 이미 하고 있지 않던가?


‘곡학아세’ 우리는 소위 지식인들이 자신의 경력과 껍데기 이름값을 팔아 권력과 명예를 사는 추태를 수없이 보아왔다. 그 사례의 하나에 불과한 게 정운찬의 모습이다. 그러니 국민들이여 섭섭해 하거나 속상해하지 말라. 본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우리의 눈이 멀었었거나 그의 포장술이 기가막혔을 따름이니까. 차라리 국무총리 자리에 눈이 어두워 소신을 바꿨다고 말하면 인간적(?)일거라는 생각도 들었던 청문회 풍경이다.


ⓒ 이뉴스투데이·/200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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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천만원짜리 개망신

 

2009.09.25 / 김지하 시인

그들이 지난 집권 5년 동안 얼마나 많은 나랏돈을 처먹었는지

너무도 잘 아는 나를 시골로 낙향해버리게 만든, 바로 그 장본인들이…

나는 지금 여기 없다.


여기란 누구나 다 알 듯이 이른바 공론(公論)의 현장이다.

공론의 현장. 오해의 여지가 많은 말이나 무슨 뜻인지는 또한 누구나 안다.

이른바 '입질'하는 자리다.

 

고 노무현 대통령 스타일로 말하면 '주둥이 까는 자리'다. '주둥이 까는 자리!'

나는 시골에 산다. 요즘 사는 곳은 알리고 싶지 않다. 알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또 알고 싶어도 알지 말아 주기 바란다. 왜 숨어 사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뻔하다.


"내가 왜 숨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숨어? '×' 같아서 얼굴 돌린 것뿐이지!"

이 '×'이란 말 꼭 지우지 말기 바란다.


조선일보가 물론 '막말 코리아'란 특집까지 내면서 쌍소리 천국에 개탄을 거듭하는 줄은 잘 안다. 그러나 15세기 피렌체와 베네치아는 막말 천지였다. 르네상스의 도화선이었다. 지금 이 나라에 네오 르네상스가 오고 있다는 증거다.


르네상스 없었으면 오늘까지 세계를 잡아 흔든 유럽 권력과 서구문명은 없다. 그런데 그 네오 르네상스가 다가오는 발자국이 곧 막말이니 지우지 말기 바란다는 말이다.


시골구석에 앉아 못난 삶을 살아가는 주제에 왜 또 '주둥이 까는 짓'을 하려는 걸까?


정운찬씨 때문이다.

나는 정운찬씨를 좋아한다.


한 번 만나 밥 먹은 일밖에 없지만 그이의 경제 노선(路線)을 잘 알고 있다. 그이의 평소 삶의 태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그이를 참으로 좋아하게 된 것은 스코필드(Frank W Schofield·1889~1970) 박사와의 인연을 알고 나서부터다.


무슨 얘기인가?

스코필드 박사는 정운찬씨에게 아버지 같은 분이다. 박사가 하루는 정씨에게 물었다고 한다.


"돈 있어?"

"없습니다."

"줄까?"

"네."

"언제 갚을 건데?"

"못 갚습니다."

"어째서? 갚을 돈을 벌 자신이 없어서?"

"네."

"그래. 그래야 한다. 그런 태도로 살아야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 나는 그저 멀리서라도 그이 잘되기를 바라기 시작했다.

스코필드 박사가 항일 의사 강우규(姜宇奎·1855~1920) 선생 재판정에 참석했다가 나오면서 하신 말씀이라 한다.


"사람은 저래야 한다. 위기를 뚫고 가는 사람은 저렇게 분명해야 한다."


분명한 것.


맹자(孟子)는 이러한 태도를 두고 '명지(明志)'라 했다. '뜻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진솔한 삶의 태도에 대해서는 동·서양의 판단이 같은 모양이다.


청문회에서 어딘가로부터 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까발리는 공격 앞에 간단히 '그렇다'고 대답한 정운찬씨를 보고 나는 맹자와 스코필드 박사를 떠올렸다. 그래야 한다. 총리 못하면 어떠냐!


그러나 그 태도로 총리 한다면 이 위기 국면, 거대한 문명사 변동의 한복판인 한반도의 지금 이 국면에 평소의 그 소신과 경제·사회 노선의 그 원만하면서도 날카로운, 중도 진보의 참다운 빛을 보탤 것이 분명하다.


안 된 것은 자기들 자신이 대권 후보로까지 밀었던 사람을 천만원으로 잡아먹겠다고 벼르는 자칭 진보주의자들이다.

지우지 말기 바란다.


그래!

한마디로 '×' 같아서 이 글을 쓴다.


그들이 지난 집권 5년 동안 얼마나 많은 나랏돈을 처먹었는지 너무도 잘 아는 내가 시골로 낙향할 만큼 얼굴을 돌려버리게 만든, 바로 그 장본인인 그들이 '주둥이 까는 자리'에 있다고 해서 '천만원짜리 개망신'을 사서 한다고 낄낄대는 이곳 시골 인심을 알려주는 것도 한 못난 애국이라 생각해서다.


그나저나 막말이 이리 질펀해서 국운(國運) 좋은 건 따 놓은 당상이다. 나 같은 욕쟁이가 입 닫고 공부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