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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와 美 ‘7·27성조기’

풍월 사선암 2009. 8. 3. 20:32

 

6.25와 美 ‘7·27성조기’

written by. 박세환 

 

*美 상.하원 ‘한국전쟁 참전용사 정전기념일’로 제정..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 기념일로 포고문 발표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12분, 유엔군 수석대표 윌리엄 K 해리슨 미국 육군중장과 공산군 수석대표 남일 북한군 대장이 판문점에서 정전협정 문서에 서명했다. 그로부터 56년이 지난 2009년 7월27일, 미국 국민 모두는 성조기를 반기(半旗)로 하여 조기(弔旗)를 달았다. 그리고 당시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에 감사를 표시했다. 이날은 미국 상원과 하원이 만장일치로 의결한 ‘한국전 참전용사 인정법안’에 의해 ‘한국전쟁 참전용사 정전기념일’로 제정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뉴스를 듣고 보니 정작 한국전쟁 당사국의 국민으로서 참으로 감사하기도 하고 동시에 부럽기도 하다. 만약 40여년 전 월남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이와 비슷한 제안을 했다면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반대파들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국회를 점령할 것이다. 일부 강경론자들은 단식투쟁에 들어가고 오래지 않아 난투극과 육박전이 벌어질 것이다. 친북좌파들은 촛불을 들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용병의 역사를 어떻게 미화할 것인가?’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말이다.


세계 각국의 TV들은 이러한 모습을 생방송하면서 웃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벌써 6·25 전쟁을 잊어 버렸는가. 미국을 비롯한 21개국이 참전했고 그래서 4만여 외국 군인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나라가 대한민국이란 역사적 사실조차도…. 단언컨대 한국전쟁은 결코 끝난 전쟁이 아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이다. 7·27일 정전협정 이후 북한은 42만여건에 이르는 도발을 자행하면서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협정이 조인된 지 56년이 지난 지금도 핵과 미사일 그리고 대량파괴무기로 무장한 채 강성대국을 호언장담하고 있다. 김일성 출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에는 한반도 적화통일의 환상을 달성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위험수위에 이르러 있다. 내일의 국방을 책임지고 나가야 할 청소년의 50%는 6·25 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다. 초등학생 35%가 6·25전쟁은 한국이 일으킨 북침이라고 대답한다.


그뿐인가. 유사시 막강한 증원 전력을 동원해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응할 수 있는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전시작전권을 환수하라고 아우성이다. 문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안보에 유익해서가 아니라 단지 국민적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가안보가 어디 자존심 문제인가. 7000만 민족의 생존과 반만년 역사의 국가 존망이 달린 문제임을 어찌 모른단 말인가.


전쟁터에서 목숨 바쳐 싸운 참전용사들이 홀대받고 있는 현실도 우리의 안보 상황과 무관치 않다. 30만 6·25 참전용사들이 월 8만원의 수당을 들고 탑골공원을 전전하고 있다. 300여 국군포로는 아직도 북한에 억류돼 있고, 부상자들은 열악한 보훈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국방비는 일종의 보험료다. 따라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담보로 한 국방비에 인색해서는 국가 백년대계를 기약할 수 없다. 적의 총포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전쟁 영웅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그대로 방치하면서 유사시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뛰어들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모름지기 지혜로운 사람은 타인의 경험에서 배운다. 평범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으로 배운다. 미련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서도 배우지 못한다. 6·25 전쟁 당시 우리를 도와서 싸운 나라들이 6·25를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데, 전쟁 당사국인 우리가 6·25를 잊어가고 있다면 후세들은 자신의 경험에서조차 배우지 못하는 민족으로 손가락질 받을 것이다.(konas)


박세환(전 국회의원/전 재향군인회 육군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