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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저작권법에 떠는 포털

풍월 사선암 2009. 7. 22. 23:55

소나기는 피하고 볼 일이요,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 !

 

새 저작권법에 떠는 포털


블로그·카페내(內) 불법콘텐츠, 경고 3회땐 서비스 정지

내일 새 법(法) 발효 앞두고 저작권보호 캠페인 나서 일반 네티즌엔 영향 없어

 

개정 저작권법 시행을 앞두고 네이버·다음 같은 인터넷 포털과 각종 온라인 서비스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이달 23일 발효하는 개정 저작권법의 핵심은 불법 콘텐츠가 판치는 온라인 서비스업체의 게시판 서비스를 최대 6개월간 정부가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것. 쉽게 말해 네이버의 대표적 서비스인 블로그나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대표적 서비스인 카페의 저작권법 위반이 심각한 수준으로 판단될 경우 해당 서비스의 일부 또는 전부를 최대 6개월 중단하게 할 수 있다.


포털측은 "법이 너무 가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주요 포털의 카페·블로그·지식 서비스는 '저작권법 위반 콘텐츠의 전시장'이나 마찬가지다. 한 대형 포털 관계자는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면 모든 포털이 주요 서비스를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이라도 불만을 느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네티즌의 특성상 한달만 서비스를 중지해도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털 등 카페, 블로그 서비스 중지도 가능


포털에 불법 콘텐츠가 쌓이는 근본적 이유는 현행 저작권법 때문이다. 일단 현행 저작권법 위반은 친고죄에 해당한다. 포털에 불법 콘텐츠가 아무리 쌓여 있어도 저작권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포털이 책임질 일이 없다.


게다가 저작권자가 포털이 운영하는 각종 서비스에 불법으로 자신의 콘텐츠가 올라가 있는 사실을 알아도 포털에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저작권법상 저작권자가 문제를 제기한 뒤 포털이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면 포털은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벤처산업 육성을 위해 만든 일종의 특혜 조항이다.


포털은 이런 이유로 네티즌들이 저작권법을 위반한 불법 콘텐츠를 포털에 퍼 날라도 묵인·방조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저작권법 위반으로 일반 네티즌을 무더기로 고소해 불만을 사고 있는 영화·음악 저작권 관련 단체들이 정작 포털엔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못하는 이유도 저작권법 때문이다.


일단 개정 저작권법도 포털의 이런 면책 특권을 인정하고는 있다. 그러나 개정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신고가 없어도 정부가 포털을 포함한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와 이른바 불법 헤비업로더(돈을 벌기 위해 불법 파일을 인터넷에 대량으로 올리는 사람)의 저작권법 위반을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3일 한국저작권위원회를 신설한다. 민간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의 불법 복제물을 심의해 3회까지 경고하고 그래도 불법이 사라지지 않으면 게시판 서비스 정지를 명령하는 역할을 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포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요 포털들은 일제히 저작권법을 소개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시작 페이지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네이버는 지난 17일 개정 저작권법 알리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다음도 20일부터 저작권 보호 캠페인인 '즐거운 人(인)터넷'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포털이 다분히 형식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다음은 저작권법 위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모니터링요원 숫자는 변화가 없다. 정부가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중지하진 못할 것이란 희망 섞인 예측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포털의 법무팀장은 "정부가 실제 서비스를 중단하는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 담당자들은 포털들이 짐작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실제 서비스 정지 조치도 취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김진곤 저작권정책과장은 "서비스 중지는 사형제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우선 존재 자체가 불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 남발해서는 안 되지만 최악의 경우 실제로 선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세번 경고해도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진다면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네티즌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어


개정 저작권법 시행을 앞두고 인터넷엔 저작권 괴담(怪談)이 돌고 있다. '정부가 네티즌들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대거 잡아들인다' '네티즌들이 운영하던 블로그를 폐쇄하고 해외 사이트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문화부측은 "일반 네티즌의 입장에서 볼 때 개정 저작권법으로 인해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하거나 불법을 방치·조장해 돈을 버는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저작권자들이 최근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어 좀더 신경 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문화부는 저작권법으로 일반 네티즌이 피해를 받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영리 목적이 아닌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동영상이나 음악 등을 가져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제작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


김진곤 과장은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면 네티즌들이 합법적으로 콘텐츠를 사용해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시행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공정이용제를 도입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크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네티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이용제도란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개인적 필요에 의해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때 굳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도록 제도화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일보 2009,7,22 / 백강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