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1. 까치설날의 설화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신라 소지왕 때 왕후가 한 스님과 내통하여 왕을 해하려 하였는데 까치(까마귀)와 쥐, 돼지와 용의 인도로 이를 모면하였다.
이때부터 쥐, 돼지, 용은 모두 12지에 드는 동물이라 그 날을 기념하지만 까치를 기념할 날이 없어 설 바로 전날을 까치의 날이라 하여 까치설이라 이름 지었다.
2. 朴甲洙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설명
우리의 '설'은 '한설, 한첫날'이라 일러지는 것과 '아찬설, 까치설, 작은설'이라고 일러지는 두 종류가 있다. '한설'은 작은 설에 비해 큰 설이란 뜻으로,'가위(中間)' 가운데 큰 가위를 '한가위(中秋節)'라 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한첫날'은 일년 열두달 가운데 가장 큰 첫날이란 뜻이다.
이들은 다 같이 '설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첫날'은 '元日', '元旦'과 맥을 같이 하는 말이라 하겠다.
이에 대해 '아쏅설'이나 '아쏅설날', '까치설'이란 말은 작은 설, 곧 섣달 그믐, 歲暮를 가리키는 말이다.
'아쏅'은 '작은(小)'을 뜻하는 말이다.
조카를 '아쏅아韉'이라 하는 경우가 이러한 것이다.
'까치설날'의 '까치'는 '아쏅'이 변한 말로,
'아쏅'의 어원 의식이 없어지면서 이렇게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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